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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연과 저렴한 물가로 대표되는 필리핀. 여느 동남아 여행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스펙이지만 치안 문제로 선뜻 항공권 결재를 망설이게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메트로마닐라의 마카티시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곳은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가 생기기 전 마닐라의 강남으로 불리던 곳이다.
또 마닐라 최대의 한인 밀집 지역으로 레스토랑과 바가 밀집한 파드레 보르고스 거리를 따라 한식당과 한인 민박이 다수 자리 잡고 있고 빌딩 코너마다 보안요원이 배치돼 있어 치안 걱정일랑 붙들어 매도 된다.
필리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아얄라박물관
고층 빌딩이 즐비하게 늘어선 마카티는 서울 시내와 비교해도 절대 초라하지 않다. 고가의 외제차와 잘 차려입은 도시인이 바쁘게 움직이는 이곳에서는 지프니와 오토바이가 무질서하게 오가는 동남아의 전형적인 풍경은 찾아볼 수 없다.
마카티 비즈니스 지구 그린벨트 몰 옆에 자리한 아얄라박물관은 필리핀의 역사 유물과 고고학 자료,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아얄라리조트로 유명한 필리핀의 종합부동산회사 아얄라랜드(ALI)와 아얄라재단이 운영해 규모 면에서나 체계 면에서 흠잡을 데가 없다.
박물관은 4층에서 출발해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관람하게 되어 있다. 4층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은 조상의 금(Gold of Ancestors) 섹션이다.
16세기 식민지화 이전 필리핀 금 유물 1000여 점을 전시하는데 금띠·목걸이·귀걸이·반지·팔찌·발찌 등 엘리트층의 장신구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신을 형상화한 섬세한 세공은 단순한 액세서리를 넘어 필리핀 선조들의 기술과 미적 감각을 보여 준다.
2층의 수공예 디오라마 역시 아얄라박물관을 말할 때 꼭 언급되는 곳이다. 이곳에 전시된 60점의 작품은 1946년 미국이 필리핀의 독립을 승인하는 순간부터 1986년 에드사 피플파워혁명(EDSA People Power Revolution)에 이르기까지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총망라한다.
에드사 혁명은 1986년 2월22일부터 25일까지 마닐라에서 일어난 일련의 대규모 시민 저항 운동으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정권을 축출하는 결과를 끌어냈다.
필리핀은 스페인에 이어 미국·영국·일본에 이르기까지 참 많은 나라로부터 침략당한 역사가 있다. 제국주의와 식민 지배, 독재에 맞게 끈질긴 저항을 이어갔던 필리핀의 역사는 우리에게 자유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한다.
도심 속 초록 숲 아얄라 트라이앵글 가든
살세도 빌리지 남쪽에 위치하는 아얄라 트라이앵글 가든(ATG, Ayala Triangle Gardens)은 2만㎡ 규모의 도심 공원이다.
아얄라애비뉴, 마카티애비뉴, 파세오 데 록사스 세 개의 도로로 둘러싸인 이 삼각형 모양의 땅에는 다양한 열대 식물과 꽃이 심겨있어 도시의 열기와 소음을 잊게 해 준다.
공원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을 건설한 주체도 아얄라랜드다. 아얄라랜드는 1930년대 마닐라 공항 활주로 부지였던 이곳을 시민의 공간으로 만들기로 하고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공원은 런던 하이드 파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하며 시민이 초록 자연에서 공연과 관람,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공원 내에는 세련된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어 사람들이 시원한 공간에서 미식과 미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필리핀은 인구의 약 80%가 신자인 아시아 유일의 가톨릭 국가다. 16세기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전파된 가톨릭은 현재까지도 필리핀 사회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독교 국가가 그렇듯 크리스마스는 필리핀에서 아주 큰 명절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ATG에서는 화려한 라이트쇼가 펼쳐져 큰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행의 꽃 ‘야경 포인트’ ‘전통시장’
마카티에서 야경을 감상하면서 한잔하기 좋은 곳으로 ‘71 그래머시’가 있다. 마닐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센츄리시티(Century City) 최상층, 71층에 자리한 이곳은 밴드와 DJ가 준비돼 있어 늘 흥겨운 음악이 흘러넘친다. 실내에서는 시원한 바람을 쐬며 경쾌한 음악을, 테라스석에서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야경을 즐기기 좋다.
뭐니뭐니 해도 여행의 꽃은 전통시장 탐방이다. 마카티의 살세도시장은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로컬 야외 시장으로 다양한 식료품과 생활용품, 갓 출하한 신선식품을 구입할 수 있다.
특히 이곳의 유기농 과일과 채소는 여행길 비타민C를 보충시켜 주고도 남는다. 또 간식으로 좋은 부리또·핫도그·딤섬·꼬치 요리를 취급해 출출할 때 들르면 그만이다.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마카티시티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루손섬 남쪽의 깔람바 산타로사를 방문해 보자.
이곳에는 필리핀의 디즈니랜드인 인챈티드 킹덤(enchanted kingdom)이 있다. 루손섬에서 가장 인기 있는 테마 놀이공원이자 워터파크인 이곳은 스릴 넘치는 어트랙션과 시원한 물놀이 기구가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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