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목의 CEO전략] 왜 대통령 부인에게 선물하려고 줄을 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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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목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7-04 00:02:55

“이거 형수님 드리세요.”

후배가 식사 자리에서 작은 선물 꾸러미를 건넸다. 그는 왜 내가 아니라 아내에게 선물하려 했을까. 사람들은 왜 대통령 말고 그 부인에게 선물하려고 줄을 설까.

이런 것을 두고 ‘도남의재북(圖南意在北)’이라고 한다. 바둑에서 ‘남쪽을 도모(圖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짜 목적은 북쪽에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거래의 왕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표적인 무역 협상 전략도 ‘도남의재북’이다. 교역 상대국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때리기’를 한 후 실제적인 실리는 다른 방식으로 취하는 것이다.

예컨대 8년 전 트럼프는 “한·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전면 개정하겠다”며 한국 정부를 몰아붙인 적이 있다. 그때 한국은 FTA를 방어하는 것에만 집중하여 명분상 잘 사수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 우리가 그렇게 시선을 돌리는 동안 미국은 무역 수지의 실리를 챙겨 갔다.

‘도남의재북’과 비슷하게 쓰이는 말로 성동격서(聲東擊西)가 있다.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적을 친다는 뜻의 기만술이다. 1950년 9월의 인천 상륙작전도 삼척·군산·함경남도 남포 등 해안선 일대에 대대적인 포격과 가벼운 교전으로 인민군의 판단에 혼선을 주면서 진행되었고, 1944년 6월의 노르망디 상륙작전도 프랑스 칼레로 상륙하는 것처럼 해서 독일군의 시선을 돌리는 기만작전으로 시작되었다.

6월21일,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한 ‘미드나잇 해머’ 작전도 ‘성동격서’라 볼 수 있다. 미국 본토 미주리주의 화이트맨 공군 기지를 이륙한 B-2 스텔스 폭격기 편대의 일부가 서쪽 태평양 방향으로 비행하고 일부는 동쪽으로 날아갔다. 서쪽으로 향한 B-2 폭격기는 미끼 표적이 되어 추적이 쉽도록 의도적으로 소음 비행을 했고, 이란 본토 공격을 위해 동쪽으로 날아간 B-2 폭격기는 통신 교신을 최대한 자제하여 쉽게 탐지되지 않고 빠르게 목표물에 접근할 수 있었다.

‘성동격서’에서 주목할 부분은 ‘성동(聲東)’이다. 동쪽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동쪽에 의도적으로 소리를 낸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소리가 나고 시끄러우면 주목할 것이고 이때 그런 심리나 관심을 이용하는 것이다. 정치에서도 중요하지도 않은 사건을 사회적 이슈 거리로 침소봉대하거나, 불리한 상황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여론을 돌린다거나 희석시키는 전략을 쓴다.

‘성동격서’나 ‘도남의재북’은 전쟁이나 협상 같은 거대 담론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일반 생활에도 적용점이 있다. 예컨대 선물을 준비할 때 당사자가 아니라 부인이나 부모, 자녀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하면 기대 이상의 감동이나 반향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개인적 경험으로는 장모나 장인어른께 깜짝 이벤트나 선물로 효과를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처럼 모두 선한 의도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쓰리쿠션으로 악용하여 고위 관리에게 뇌물을 주는 통로로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 대통령 부인들이 고가의 선물을 받아 구설수에 오른 게 대표적인 경우다. 나아가 제3의 인사에게 이익을 공여하고 제4의 인사를 통해 되돌려 받는다거나, 자녀나 친인척의 취업·승진·입학 등에 개입하거나 간접 이익 공여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다. 증거 불충분을 노리는 다단계 세탁법으로 법꾸라지들이 흔히 사용하는 방법들이다.

이런 ‘성동격서’의 방향이나 ‘도남의재북’ 의도에 사로잡히지 않고 정확하게 상황을 판단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먼저 소리 나는 동쪽만 보지 말고, 소리 없는 서쪽도 살필 줄 아는 쌍방향 시야를 가지는 것이다. 소리 나는 쪽만 좇다 보면 소리 나지 않는 반대 방향 쪽의 사연을 알지 못한다.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을 상대로 모성을 이용해 현명한 판결을 내린 솔로몬의 지혜 같은 것이다.

다음은 소위 말하는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는 것이다. 주어진 상황에만 집중하고 상대가 던져 주는 문제 풀이에만 급급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그 ‘프레임’ 속에 갇히게 된다. 왜 이 문제가 제기되었는지, 왜 이런 상황에 도달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는 ‘견월망지(見月忘指)’의 지혜다.

최송목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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