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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국민 안전 수호의 의무를 다했는가

청와대·여당 나서 신천지 두들겨 패…선의의 양보 운운하지마

스카이데일리(skyedau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03-14 11:16:42

“율법은 진노를 이루게 하나니 율법이 없는 곳에는 범법도 없느니라.”<로마서 4 : 15>
 
▲ 深頌(심송) 안호원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한국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짜증. 분노, 안도, 허무의 시간이었다.” 약국 배급을 경험한 어르신의 소감이다. 안도는 그나마 마스크를 구했다는 것이고 허무는 마스크 두 개를 구입하기 위해 주민등록증을 지참하고 몇십 분을 기다려야 했다는 것이다.
 
어쩌다 국민이 마스크 두 장을 사려고 약국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또 다른 약국을 찾아 헤매는 가엾은 신세가 되었을까. 생산력이 수요에 못 미쳐 생긴 불가항력적 상황이 아니라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던 일이기에 더욱 화가 치민다는 어르신. “줄을 서서 기다리다보니 마치 북한에서 배급을 받기위해 줄을 서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고 씁쓸해 했다.
 
마스크 5부제가 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약국마다 물량 사정이 달라 헛걸음하는 국민이 속출했고 유통업체의 마진에 대한 논란까지 불거졌다. 마스크 5부제는 대만에서 따온 모델이다. 대만 역시 일부 지역에선 여전히 줄을 길게 섰지만 한국처럼 마스크 자체를 구하지 못하거나 가격과 유통업체 마진에 대한 불만은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대만의 경우 정부가 직접 마스크 전량을 관리하면서 중간에 별도의 유통업체를 쓰지 않았다. 대만 정부는 이를 위해 중화 우정망(한국의 우정사업본부)직원을 투입했다. 국가 기관이 유통까지 맡으니 당연히 마진 논란도 없다. 대만 정부는 구매 제한과 함께 디지털부는 판매처별 마스크 재고 수량을 실시간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도 만들었다. 또 우리와는 달리 자원봉사자들과 군 인력을 생산업체에 투입, 마스크 생산에 적극 나서도록 독려했다. 계획적인 물량 조절 결과 대만의 마스크 생산량은 하루 400만개에서 820만개까지 늘었다. 마스크 대란을 막은 대만의 비결이다.
 
2003년 사스가 발생했을 때 노무현 정부는 과감한 방역조치로 선방했다. 감염자 3명, 사망자 0명으로 종결지었다. 당시 “인권침해”라는 반발이 나오자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게 최고의 인권”이라고 맞섰다. 지금 대만의 대처를 보면 노무현 스타일과 흡사한 것 같다.
 
우한코로나의 전국적 확산과 함께 50여명의 목숨을 앗아가면서 불안과 공포 심리도 빛의 속도만큼 전파되자 마스크 품귀현상이 벌어지면서 마스크 값이 오르고 구하기조차 힘들어졌지만 상인들 농간이 빚은 일시적 현상으로 여겼다. 대통령까지 나서 수급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발표도 했다. 백신이나 치료제도 아니고 고작해야 마스크인데 대다수 국민들은 또 한 번 더 대통령의 말을 믿어보려 했지만 그게 허언(虛言)인 줄 미처 깨닫지 못했다. 또 속은 것이다.
 
마스크는 정치적으로 이용됐다. 초기엔 국민 안심용으로 활용됐다. 인간의 본능적 공포심은 언제나 이성을 삼켜버린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지금 우리 사회도 공포 마케팅과 가짜 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예로부터 사회가 흉흉하면 유언비어가 걷잡을 수 없이 나돌았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사실 감염병 유행은 인간의 두려움과 분노를 자극해 정신 건강도 해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인류는 어려운 시기가 닥치면서 쌓이는 공포·불만·반감·증오 등을 지우기 위해 희생양을 찾는 일을 반복해왔다. 모든 문제를 희생양에 덮어씌우면서 긴장과 불안을 쉽게 해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갈등 해소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 할 수는 없다. 우한코로나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해지면서 정부가 성급하게 긴장을 풀며 자화자찬을 하면서 빈축을 샀는데 공교롭게도 대구의 31번째 감염자가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이하·신천지) 신도임이 새롭게 밝혀지고 이후 대구예배에 참석했던 신도들이 속속 양성 판정을 받자 마치 호재를 만난 듯 청와대 여권 일부에서 신천지가 급증의 원흉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확산의 매개로 삼는 것은 분명하지만 원인을 신천지만으로 떠넘기려는 정부와 일부 지자체의 시도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바라보는 눈이 곱지만은 않다. 그 이유는 정부의 방역 실패를 신천지 탓으로 돌리려는 불순한 의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우한코로나를 계기로 강제로 공개된 신천지 신도 명단은 인권침해 논란도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대구 확진자 발생을 계기로 신천지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신천지 신도들의 코로나 집단 감염을 둘러싼 사회적 비난이 시작되면서 불교신자인 한 판사가 사견(私見)임을 전제로 “그 어떤 종교라고 할지라도 그들 역시 국민의 일원이고, 기본권은 똑같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소수자라고 다수자의 이익 확보 차원에서 함부로 이들을 짓밟고 왕따시키는 것은 법치를 기본으로 하는 민주국가의 도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열 명의 사람을 구하기 위해 한두 명은 희생되어도 괜찮다는 것인가.
 
한 야당 정치인의 말처럼 비(非)확진자가 확진자의 기본권을 제약해도 괜찮다는 것은 무서운 전체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 할 의무를 지녀야 한다.
 
특히 특정종교를 겨냥해서 국가 권력이 예배를 금지하거나 예배장소를 막무가내 식으로 폐쇄하거나 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반감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우한코로나 공포가 신천지를 향한 분노와 혐오로 이어지면서 신천지 신도들은 최대한 행적을 노출시키지 않으려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동선을 숨기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가 격리를 무시해 결과적으론 병을 널리 퍼뜨리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신천지 신도들은 우한코로나로 인해 그동안 감춰왔던 종교 활동이 드러나면서 가정불화를 일으키며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정부가 초기대응에 실패했기 때문이 아닌가.
 
신천지를 두둔하자는 게 아니다. 특정 종교에 국가 방역 실패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참으로 야비한 짓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집권세력은 신천지를 두들겨 패는 데 열중이다.
 
이해찬, 박원순, 이재명, 추미애가 앞장서서 법석을 떨고 있다. 방역 실패의 책임을 전가시키고, 종교도 매장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다시 언급하지만 신천지가 은밀한 조직 특성 상 확산의 기폭제 노릇을 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 집단 질본의 “압박을 가하면 숨어버린다”는 의견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데 대해서는 과학으로 대처해야 할 방역 전선에서 먼저 정치 쇼를 벌인 집권 세력이 책임져야 한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놓고 전문가 중심의 컨트롤 타워를 세우면 방역 선진국이 되고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따라서 정치는 국민의 생명, 국가의 생존이 걸린 방역전선에서 즉시 손을 떼고 물러나야 한다.
 
이 정부 들어서 정치적 의사 결정은 청와대와 친여권 세력들이 독점했다. 엉뚱할 수도 있지만 문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총리 그리고 여권 당 대표와 법무부장관 등 국무위원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과연 헌법의 의무를 다했는가 묻고 싶다. 법조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처럼 코로나 확산에 대한 책임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씌워 총선 뒤 불가피한 청와대의 울산 시장선거 개입 사건 수사를 막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도 친정부 세력들은 코로나 사태는 대구사태이자 신천지 사태로 대구는 통합당 지역이니 손질해도 된다 등의 막말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국가와 정치체제의 뼈대인 헌법적 가치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코로나 쇼’를 계속하려는지 걱정된다.
 
임박한 재앙이라고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성마저 모욕해선 안된다. 교회 예배 금지나 폐쇄는 교회에 맡겨라. 마스크가 생명을 지켜준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그것 말고는 마땅하게 의지 할 것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 지금은 정부의 하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국민이 바보취급을 받는다. 병원에 입원도 못해보고 목숨을 잃는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어도 속수무책인 정부다.
 
대통령이 “모범적 방역”이라고 말할 때 오히려 불길한 예감이 드는 나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신천지(新天地)를 떠올린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마스크 난민들에게 ‘선의의 양보’를 더 이상 운운 하지 마라. 꾹 참고 줄을 서 있는 위대한 국민에게 머리 숙여 감사해야 한다.
 
“어떤 길은 사람이 보기에 바르나 필경은 사망의 길이니라.”<잠언 16 :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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