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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고양이처럼 조용히 진행되는 개헌 음모

문재인 정권, ‘국민’을 ‘사람’으로 수정…북한 정권의 ‘사람중심’ 판박이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03-24 16:30:05

 
▲ 최재기 공화주의 칼럼니스트
우한코로나(COVID-19) 대처에 온 나라의 관심이 쏠려 있는 틈을 타서 여야 정치권에서는 헌법 개정 음모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개헌을 바라는 20대 국회 여·야 의원들이 11일 개헌추진위를 발족했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을 공동 대표로 하는 국민발안개헌추진위원회는 이날 출범했다. 대표자 외에 민주당에선 원혜영·이종걸·백재현·김종민 의원, 자유한국당에선 이주영·여상규 의원, 바른미래당 소속인 주승용 국회부의장,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 김경진 무소속 의원 등도 참여했다.
 
이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헌의 마중물이 될 ‘국민개헌발안권’을 담은 원포인트 개헌안을 남은 회기 내에 발의 하겠다”며 “3월 중순까지 국회의결을 거쳐 4.15 총선에 맞춰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2020.2.11.)
 
현 정권은 집권하자마자 개헌을 추진했다. 집권 직후인 2017년 하반기부터 청와대를 중심으로 개헌안을 준비했고, 국민의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사안임에도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 전자결재로 개헌안을 결재했다. 대통령이 제안하는 개헌안임에도 대통령 본인이나, 최소한 그 직무를 대행하는 자인 국무총리가 제안 설명을 하지 않고, 대통령 수석비서관 조국 등이 나서서 3일 동안 설명했다. 문재인이 아니라 조국이 실질적 대통령 같았다.
 
당시 개헌안은 정족수 미달로 폐기됐다. 그때는 그렇게 호들갑떨더니 이번에는 언론의 주목도 받지 않고, 국민들 사이의 공론 형성도 없이, 너무도 조용히 헌법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년 전 상황과는 달리 여야 정치인들끼리는 미리 의견을 조율한 느낌이 든다.
 
고대하던 개헌안을 일부 자칭 보수 정치인들까지 공동으로 발의해주자 청와대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관련 절차를 진행했다.
 
“김무성 미래통합당 의원과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148명이 지난 6일 기습적으로 발의한 이른바 ‘국민발안개헌’ 공고안이, 10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 공고안은 헌법 제129조 ‘제안된 헌법개정안은 대통령이 20일 이상의 기간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 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개헌안은 유권자 100만명의 발의로 개헌을 제안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펜앤마이크, 2020.3.11.)
 
이론상으로는, 이제 20일의 공고기간이 지나면 국회 본회의에 회부할 수 있고, 국회가 3분의2 표결로 처리하면 4.15 총선 때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게 됐다.
 
집권세력들의 본심을 담은 2018년 개헌안은 국민적 거부감이 컸다. 그래서 전략을 바꾼 것이다. 일단 국민발안제라는 개헌의 절차적 단계를 먼저 만든 다음, 자신들이 바꾸려고 하는 진정한 개헌안은 이후 국민발안 형식으로, ‘국민의 요구’라는 이름으로 선동해 관철하려는 두 단계 전략을 짠 것이다. 그 첫 단계를 김무성 등 22명의 일부 자칭 보수 정당 국회의원들이 공동발의 해준 것이다.
 
영구조항
 
이번에 제안된 국민발안개헌안에는 국민 100만명만 모으면 헌법의 모든 부분에 대해 개헌 발안할 수 있다. 즉 개헌 대상에 제한이 없다. 그래서 이 개헌안이 위험한 것이다.
 
이 국민발안 개헌안이 통과되면, 집권세력들은 외곽조직 성원들을 동원해 자신들의 본심을 숨긴 채 민주공화국의 근본규범을 바꾸자고 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우리 헌법의 근본규범을 바꾸는 것은 아예 다른 나라를 세우는 것이지, 결코 헌법 개정이라 부를 수 없는 것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자유를 포기할 자유는 없다”고 갈파했다.
 
일찍이 마키아벨리는 공화국에는 인민이 쉽게 바꿀 수 있는 법들(leggi)과, 입법을 위해 상대적으로 고정되고 속박된 틀을 제공하는 제도적 헌정적 질서들(ordini)로 법을 구분했다. 대부분의 헌법학자들은 우리 헌법의 민주공화국 체제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규정한 근본규범은 개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전체주의자들은 내용적 정당성이나 실질적 합법성을 외면하고, 형식적 합법성만 주장하면서 헌법 개정의 한계를 부정한다. 그들은 국민의 의사를 빙자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공화정을 파괴해버린다. 나치정권과 북한 정권이 대표적 사례이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실패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방어적 민주주의 개념에 입각해 제정한 독일 연방기본법(우리의 헌법)에는 가장 근본적인 헌법 원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바꿀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기본법 제79조 제3항). 바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하는 조항들이다. 이런 근본규범을 규정한 조항들을 바꾼다면, 그것은 사실상 민주공화국을 파괴하는 것이다.
 
“영구조항이라 불리는 이 규정은 설사 만장일치에 의하더라도, 인간의 존엄성(제1조), 민주적이고 사회적인 연방국가로서의 성격(제20조 제1항), 국민주권의 원리(제20조 제2항) 등이 개정될 수 없게끔 하였다. 제79조 제3항에 의하여 보호되는 것은 나치 체제하에서 무시되었던 가치이며, 기본법 제정자들은 동 규정을 통해 향후 이러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결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된다.” (김종현, <방어적 민주주의> 제2장)
 
100만명의 제안만 있으면 개헌 대상에 제한이 없는 ‘국민발안개헌’은 전체주의자들에게 공화정 체제를 파괴할 수 있는 백지수표를 발행해 주는 셈이 된다. 즉각 폐기해야 한다.
 
2018년 문재인 개헌안
 
현 집권세력이 2018년 제안한 개헌안은 국민들의 일반적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부분이 많았다. 가령 정당에 관한 개헌안이 그러하다.
 
제8조) ②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현 헌법)
-> ②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문재인 개헌안)
 
정당(政黨)이란 정치적 뜻을 같이 하는 결사체로, 정권 획득을 목표로 한다. 지들끼리 모인 조직인데 정당에 보조금을 주는 이유는, 정당이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정당법에도 이런 역할을 명기하고 있다. ‘정당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자발적 조직이다.’ (제2조)
 
그런데 2018년 문재인 개헌안에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 관련 부분을 삭제했다. 왜 그랬을까?
 
1980년대 주사파들은 이른바 ‘민주기지’론을 신봉했다. ‘사회주의 강성대국’ 북한은 대한민국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 인민들의 민주기지이고, 공산당 식 일국일당주의 원리에 따라 남쪽에는 정치적 수뇌부 역할을 하는 정당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조선로동당의 지휘를 받으면 충분하고, 남쪽에는 당의 외곽조직 역할을 수행할 대중단체 운동을 열심히 하여 시위나 봉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현 집권세력들은 1980년대 주사파들처럼 대한민국의 정당들은 독자적인 정치적 의사를 형성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민주기지론과 일국일당주의를 신봉하고 있는가? 또 ‘국민’이라는 말을 굳이 ‘사람’이라고 고친 부분도 이상하다.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현 헌법)
-> 모든 사람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문재인 개헌안)
제11조) 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현 헌법)
-> ①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문재인 개헌안)
 
인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시민혁명을 통해 만든 근대 공화국 아래에서 인간은 비로소 국민이 될 수 있었다. 전제 왕정과 신분귀족의 자의적 지배 아래 놓인 인간들은 잘 봐줘야 신민(臣民)에 불과했다. 이씨 조선이나 현대 불량정권(rouge regime)의 지배 아래 인간들은 사실상 노예나 인간방패, 강제노동이나 인신매매의 대상물에 불과했다. 온전한 공화국 국민으로서의 지위는 자신의 인권을 보장받는 자격증이다. 그런데 왜 그 ‘국민’을 굳이 ‘사람’으로 바꾸자고 했을까?
 
“제3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사람중심의 세계관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사상인 주체사상, 선군사상을 자기 활동의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
제8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사회제도는 근로인민대중이 모든 것의 주인으로 되고 있으며 사회의 모든 것이 근로인민대중을 위하여 복무하는 사람중심의 사회제도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 중)
 
문재인 개헌안의 ‘사람’은 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에 표기한 ‘사람’과 같은 개념인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가?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인류가 만든 것인데, ‘국민’ 대신 몰역사적인 ‘사람’이라 규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인지 묻겠다.
 
주사파들의 궁극 목표는 연방제 개헌이다
 
선동과 포장이 어떠하든지 주사파들이 개헌에 매달리는 이유는 한 가지이다. 주사파는 북한 정권을 보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조직이므로, 북한 정권과 대한민국 간의 연방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헌을 하자는 것이다. 북한과의 연방제에 대해 지금 당장은 국민들의 거부감이 크므로 국민들의 눈을 속여가면서 단계적으로 진행하더라도, 결국은 연방제 개헌을 관철하려 할 것이다.
 
현 집권세력들은 국민의 신임을 잃어 권좌에서 쫓겨나는 순간 북한이나 중국 공산 정권과 벌인 여러 수작들 때문에 여적죄나 이적죄 등의 반역죄로 처벌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개헌에 매달리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과 북한은 정치경제 체제가 달라 연방제 국가를 만들 수 없다. 세계 어디에서도 정치경제 체제가 다른 나라(state)들 간 연방제 국가를 구성한 사례가 없다. 연방제가 불가하다면 남북이 어떤 체제로 수렴해야 실질적인 통일에 다다를 수 있을까?
 
21세기는 지식경제 시대이다. 지식체계 자체가 생산력이 되는 시대이다. 지식체계는 자유로운 인간과 그 인간들 간의 협업을 통해 생산되고,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고 지식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를 보장하는 시장경제의 유인책이 뒷받침돼야, 생산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 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를 강화하지 않는 국가는 지식경제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
 
남북한으로 나뉜 동족(同族)의 진짜 통일을 원한다면 남북한 모두 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를 강화하는 길 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이미 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로 성공한 나라이므로, 연방제가 아니라, 북한의 체제 전환을 유도하고 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를 구축하도록 도와야, 남북한 전체 동족의 실질적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
 
연방제 개헌은 남북한 민족(ethnic group)에 대한 반역행위이다. 이런 민족 반역행위로 가는 지름길을 깔아주는 국민발안개헌은 자유민주주의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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