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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걱정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인가

공동체 대한 고민은 개개인의 자유 위한 전제조건…쓸데없는 ‘남의 일’이 아닌 ‘내 일’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06-17 09:58:16

▲ 최재기 공화주의 칼럼니스트
공화주의의 가치관은 공동체를 걱정하는 것이다
 
요즘 동네 장삼이사 사람들 속에 조용히 유포되고 있는 유행어가 하나 있다.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짓거리는 남 걱정하고 나라 걱정하는 것이다”라는 말이다. 국민은 그저 나라에서 주면 주는 대로 받아먹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남 걱정하고 나라 걱정하는 것이 과연 쓸데없는 짓일까?
 
과거 아시아적 전제 왕조시대에는 나라의 모든 것이 왕의 것이었다. 그 모든 것에는 논밭과 강산 뿐 아니라 인간인 백성도 포함된다. 벼슬을 하는 관리는 봉토와 다스릴 백성을 받지만 벼슬이 끝나면 원칙적으로 모두 왕에게 돌려줘야 했다. 왕의 것을 잠시 빌리는 셈이다.
 
이런 나라에서 백성들은 왕과 수직적 관계만 맺을 수 있을 뿐, 이웃 사람과 수평적 주체적 자율적 관계는 맺을 수 없었다. 백성들은 자기 살아생전에 만나는 왕이 ‘성군’이길 빌었으나, 이씨 조선을 봐도 왕은 ‘암군’이나 ‘폭군’이 더 많았다. 백성은 자신의 고유한 인격을 가질 수 없었고, 다른 고유한 인격을 가진 사람과 소통할 권리가 없었다.
 
자유가 없어 주체적 존재가 아니고 고유한 인격이 부정되는 인간은 노예이다. 중국 역사드라마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지만, 청국의 왕 앞에 선 관리는 늘 자신을 ‘노비’라 칭한다. 관리가 노비이면, 백성은 처음부터 노예였다.
 
아시아적 전제정 사회에서 왕은 백성들에게 하늘이고, 부모보다 더 지엄한 존재이며, 백성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다. 그런 사회에서는 내가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간다는 관념 자체가 없었다. 아시아적 왕조국가에서 주변 백성 걱정하고 나라 걱정하는 자는 역모를 도모하는 자이거나 멍청한 자이다. 남 걱정 나라 걱정하는 것은 백성의 삶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쓸데없는’ 짓거리였다.
 
전제 왕처럼 권력을 탐하는 전체주의자들은 지금 세상에도 국민들을 노예로 취급하려 든다. 그들은 집권하기 전에는 ‘민주화’ ‘평등’ ‘공정’ 등 온갖 미사여구 팔이를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단 집권한 이후에는 공화정의 전통과 상식을 파괴하고 법치를 무시하며 전제 왕과 같은 권력을 행사하면서 국민들을 조종하기 쉬운 노예로 만든다.
 
그들은 정신 나간 386운동권이 운영하는 방송 신문 동원하고, 사법부를 자기들 편 정치판검사로 채우고, 진리에 대한 책임감 대신 이익과 권력에 눈먼 교수들을 앞장세우고, 권력의 외곽조직에 불과한데도 시민단체라 주장하며 중립적인 듯 포장하는 변호사들을 내세워, 교묘하게 전체주의 가치관을 국민들에게 주입하려 한다. 전체주의자들은 국민들을 독자적 인격이나 정신이 없는 존재로 간주한다.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짓은 남 걱정 나라 걱정하는 것이다”라는 말은 전체주의자들이 공화정의 가치를 허물고 전체주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유포하는 선동의 말이다.
 
공화주의의 가치관은 전체주의 가치관과 정반대이다. “주권적 정치논의, 즉 시민들 전체와 관련된 정치논의가 시민들에게 맡겨져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 위해 공화주의 사상가들은 ‘자기통치’의 원리 즉 자치의 원리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모두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는 로마법 원리에서 도출해냈다. (시민) 모두 그러한 의사결정에 똑같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시민들은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서라도 공공선(또는 공익)의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공화주의자들의 생각이었다.” (모리치오 비롤리, <공화주의> 영어판 서문 중)
 
시민 누구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공공선의 논의에 참여해야 하는’ 대표적인 사안이 시민의 자유권이다. 공화정에서는 한 사람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은 곧 그 공동체 전체 시민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라고 보았다. 다른 시민과 공동체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이웃과 나라를 걱정하는 것은 공화주의의 가치관이다.
 
현재의 권력집단이 폭증시킨 국가 채무는 미래 세대가 책임져야 한다
 
내 개인의 일이 아니라고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되는 또 하나 사안은 집권세력이 무책임하게 현금을 살포하여 국가 채무를 늘리는 짓이다. 국가 채무는 미래세대인 내 아들딸들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남의 일이 될 수 없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가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주시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지킨다는 약속을 못 지키면 신용등급 하락 위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치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오는 2023년에 GDP 대비 46%까지 높아질 경우 국가 신용 등급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재정 지출의 효율성도 강조했다. 피치는 "국가 신용등급 관점에서 채무비율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며 "국가가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중장기적으로 잠재 성장률을 높이는 데 재정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느냐 도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친다" 고 말했다.” (조선일보, 2020.6.9.) 
 
우리나라는 인구에 비해 땅이 넓지 않고 자연자원도 풍부하지 않다. 우리 삶에 필요한 것 대부분은 다른 나라로부터 사올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국제 결재에 통용되는 외국돈, 즉 달러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산업을 키우고 기업 활동을 권장해야 하며, 필요시 달러를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국가 신용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을 풀더라도 일회성 소비가 아니라 구조조정을 통해 가치생산의 기반을 넓히는 곳에 풀어서 경기가 호전되면 가치를 생산하여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도록 재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현명하다. 피치는 경제의 당연한 이치를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눈앞의 정치적 지지만 노리고 국민들에게 직접 현금을 살포하여 국가채무를 폭증시키는 행위는 미래 세대의 삶을 볼모잡는 짓거리이다. 직선제로 등장한 대통령 중 국가채무 비율 지키는 게 왜 중요하냐고 경제부총리를 겁박하는 대통령은 처음 본다.
 
지금 늘린 국가 채무는 언젠가 누군가가 노력하여 갚아야 한다. 지금의 10-30대 세대가 사회의 주역이 되어 자칭 ‘민주화’ 운동권들이 늘린 국가채무의 상환에 시달리게 되면, 그들은 386 ‘민주화’ 운동권들을 비판할 것이다. ‘민주화’를 훈장처럼 달고 다니면서 표와 세금을 빨아먹은 자들의 도적질을 비난할 것이고, 운동권 부모를 둔 자들은 부끄러워할 것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국가 채무를 없애는 또 다른 방법도 있다. 돈을 찍어내어 인플레를 유발하는 것이다. 명목 화폐액으로 채무를 상환하면 되므로 국가채무는 쉽게 갚을 수 있겠지만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크게 위축될 것이다.
 
가령 월 300만원 정도의 공무원 연금 받는다면 지금은 비교적 풍족하게 생활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달러 당 1200원 내외의 환율을 유지할 때의 이야기이다. 인플레로 원화 가치가 폭락하여 달러 당 6000원이 되면, 그 300만원은 지금의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60만원 밖에 안 된다. 풍족하게 살기는커녕 최소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로 전락할 것이다.
 
이처럼 국가 채무가 늘어나면 내 연금도 똥값이 된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일이나 국가 채무 늘리는 일은 결코 ‘쓸데없는’ 남의 일이 아니다. 내가 걱정해야 할 내 일이다.
 
시민 없는 시민단체
 
시민혁명으로 자유권을 확립하고 근대 시장경제 제도가 정비되자, 산업혁명으로 생산력의 비약적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자유권을 확대하고 경제적 여유가 생긴 이후에야 인류는 비로소 정치사회로부터 독립적인 시민사회(civil society)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시민사회의 핵심 구성원은 주로 ‘교양과 재산을 갖춘 시민’이고, 이들이 조직한 시민단체들이다. 시민들은 자율적으로 시민단체를 조직했고, 국가로부터 독립적이었다. 그래서 시민단체를 영어로는 NGO (non-governmental organizations) 즉 ‘비정부기구’라 부른다.
 
만약 이런 국제적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우리나라에는 ‘비정부기구’ 시민단체는 사실상 없다. 전부 ‘친정부기구’ 즉 PGO (pro-governmental organizations)들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우리나라 시민단체를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 부르는 것이다.
 
국민들의 보편적 요구를 반영하여 집권을 노리는 정당과 달리, 시민단체는 대개 특수한 목적을 표방하고 시민들을 조직한다. 환경문제를 목적으로 하는 각종 환경단체, 세계인의 인권을 진작시키고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단체, 의료사정이 열악한 후진국 국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의사단체 등등, 선진국 시민단체들은 이루려는 목적을 내세우고 전문성으로 국가와 시민들에게 대응한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는 선진국 시민단체와 다르게 **연대나 경*련 등과 같은 포괄적 시민단체가 대세이다. 왜 모든 일에 관여하는 포괄적 시민단체가 대세일까?
 
그것은 ‘교양과 재산을 갖춘 시민’이 시민단체를 구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양 대신 권력과 이익을 탐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기업의 협찬과 국가의 지원을 받아내고 국가기구에 참여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기 위해 시민단체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포괄적 시민단체는 준 정치조직으로서 벼슬을 추구하는 “엽관단체”라 불러야 할 것이다.
 
시민단체를 가장하여 특정 정치세력의 외곽조직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정의연’(정의기억연대) 같은 단체와 현 집권당과의 관계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6일 윤미향 당선자가 위안부 할머니 쉼터를 펜션처럼 사용하며 술파티를 벌인 정황이 나타났음에도 “문제가 있으면 바로잡되 그간의 활동을 폄하해선 안 된다”며 ‘엄호 태세’를 이어갔다. 민주당은 기부금과 쉼터 등 관련 논란을 주시하면서도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여성·인권 운동을 송두리째 부정하려는 친일 세력의 공세’라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일보, 2020.5.16.)
 
집권당인 더민당은 상대당과 그 지지 세력을 친일과 ‘토착왜구’로 몰아가야 하는데, 그 주장을 직접 하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므로, ‘정의연’같은 외곽조직에 그런 선동일거리를 청부 준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만한 발언들이다. 문제가 생기면 꼬리 자르기 식으로 그 외곽조직을 버리면 된다.
 
당과 외곽조직의 정치적 분업은 원래 공산당의 조직노선이었다
 
레닌은 노동대중의 자생성을 부정했다. 그래야 직업혁명가로 구성된 공산당이 권력을 독점하면서 노동자들을 ‘지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급적 정치의식은 단지 외부로부터만 즉 단지 경제투쟁의 바깥으로부터만, 그리고 노동자들과 고용주들 사이의 관계영역의 바깥으로부터만 노동자들에게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이다.”
 
당원은 직업혁명가, 즉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산당의 국가권력 약탈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을 수 있는 자라야 한다는 것이다. 당원은 무조건 ‘당중앙’에 복종해야 하고, 당은 암세포처럼 음습한 비밀 조직이라야 한다. 당은 대중조직을 ‘지도’하고, 외곽조직은 당에 복종해야 한다. 공산당이 왜 권력을 독점해야 하는지 그 이유도 설명하지 않는다.
 
“노동자 조직은 첫째, 노동조합 조직이어야 한다. 둘째, 가능한 한 광범위해야 한다. 셋째, 조건이 허락하는 한 공개적이어야 한다. (중략) 다른 한편으로 혁명가 조직은 제일 먼저 혁명 활동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중략) 이 조직은 지나치게 광범위해서는 안 되며, 가능한 한 비밀스러워야 한다.” (레닌, <무엇을 할 것인가>) 
 
‘정의연’의 활동을 조선로동당이 비호한다. 반일 선동은 조선로동당의 권력유지 슬로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부금 성금 착복, 국민 세금 도둑질 의혹에 대해 대책을 내놔야할 청와대는 딴청을 부리면서 국민들 염장을 지르는 발언을 한다.
 
“문 대통령은 "30년간 줄기차게 피해자와 활동가, 시민들이 함께 연대하고 힘을 모은 결과 위안부 운동은 세계사적 인권 운동으로 자리매김했다"며 "결코 부정하거나 폄훼할 수 없는 역사"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2020.6.9.)
 
이데올로기 조작 하부 단체인 정의기억연대의 더 높은 위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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