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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경부고속도로 부실시공의 방조자들

이찬희기자(chlee2@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9-17 16: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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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희 기자 (경북 중부지사)
가치의 절대적 기준이 실종된 우리사회에서 무엇이 선이고 위선인지를 가린다는 것 자체가 혼돈스러울 때가 없지 않았다. 기자가 최근 경부간 고속도로의 중간지점인 추풍령휴게소 기념탑 공원을 찾았을 때 겪은 경험이 그랬다.
 
지난 11일 기자가 한 선배와 찾은 이곳 기념탑에는 김현미 현 국토건설장관이 경부고속도로공사착공에 참여한 국내건설사들을 추앙하는 비문이 새겨져 있다.
 
이 비문에는 조국근대화를 위해 고속도로 건설을 직접 기획하고 진두지휘한 박정희 대통령의 치적을 기리는 내용이 빠져 있어 국내 언론들이 현 정부의 역사왜곡과 과거사지우기를 지적하기도 했다.
 
갑자기 기념탑 앞에 선 노장의 선배가 “일제강점기에 놓아진 경부선 철도 교량박스는 올해로 100주년이 지났어도 멀쩡한데...”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이어 그는 “우리 고속도로가 누더기로 땜질이 되고 있는 원인은 부실시공의 탓”이라며 “53년 전 부실시공이 이뤄지고 있는 현장에 한 꼬맹이가 있었어”라고 말문을 열었다.
 
유년시절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난 그는 중간에 학업을 멈추고 스스로 학비를 벌어야했다. 경부고속도로건설공사가 한창인 당시 소년은 지인의 소개로 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했던 G건설사 김천현장실험실의 꼬맹이(지금의 알바)로 들어갔다.
 
소년은 G건설사 토목실험실에서 현장감독관실 기사들의 잡일을 도맡아하며 가끔 회사가 내어 준 전속택시(회사업무용)를 타고 콘크리트 타설공사를 준비하는 교량건설박스 현장에서 골재를 떠오는 일을 도왔다.
 
그는 노면에 깔려 다져지는 토사와 교량공사 타설 작업에 사용되는 자갈 즉 실험용 골재를 떠 오는 일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기억했다.
 
당시 택시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던 소년은 회사에 전속된 사각형 택시를 타고 공구현장을 뛰어다닌다는 것이 큰 감투를 쓴 것처럼 마음 설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골재채취현장에 가면 현장의 아저씨들은 ‘꼬맹이가 왔다’면서 아들이 온 것처럼 소년이 해야 할 일들을 손수 해주었고 공사장 십장이라는 아저씨는 지금의 오천원에 해당하는 돈을 학비에 보태 쓰라며 주머니에 찔러 주기도 했다.
 
소년이 공구현장에서 받아 온 흙은 감독관들의 실험용 테이블에 올려져 토사분석이 됐고, 자갈은 곧 몰드라는 콘크리트(전신주 토막처럼 생김)로 제작됐다며 이 몰드는 일정 양생기간을 거치면 압축기에 올려져 콘크리트의 강도분석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가다 아저씨들이 골재더미 가운데서 자루에 담아 준 그 골재, 특히 자갈들은 모두가 강도 면에서 합격품이 돼 공구박스의 타설 작업에 사용이 됐다고 말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 입대를 하기까지 4년의 세월이 흐른 뒤 그는 인생의 향방을 가르는 충격을 경험하게 됐다. 꼬맹이가 일했던 공사구간 고속도로 교량이 마모되고 파손돼 재시공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포착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곧 매국노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어린 마음에 인정 많은 분들로만 보였던 작업장 아저씨들의 이기심과 추악함을 처음으로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선배는 우리 고속도로가 누더기가 된 이면에는 G건설사와 공사현장에 파견된 건설부 현장 공사감독과 박스공사장의 노가다 아저씨들 그리고 자신, 이들 모두가 부실시공의 원흉들임을 깨닫게 되었노라고 고백했다.
 
이어 학업을 계속하겠다는 꿈을 위해 고속도로건설현장 십장이 건네준 잡비 오천원을 수차례 받은 그 일이 53년이 지난 지금까지 잊을 수가 없다며 자책을 하고 있었다.
 
그가 추풍령휴게소 기념탑 앞에서 양심선언을 하던 날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치적이 빠지고 건설사들의 부실시공을 치하하고 미화시켜 놓은 기념비는 반드시 철거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기념비에 치적과 사명이 새겨진 건설사들, 그들이 고속도로 건설에 무상으로 참여한 것도 아니다. 기업이윤 창출 극대화를 공적화해 김현미 국토부장관의 이름자가 새겨진 기념비는 거짓 역사를 써가는 픽션(fiction)이기 때문이다.
 
[이찬희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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