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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위즈데이타
계(戒)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야경.
얼마나 많은 눈물 꿰어
만든 구슬일까.
네온사인의 붉은 십자가가
사방으로 빛을 발한다.
생명이 없는 자들이 검은 두건 쓰고
악세 사리 십자가를 들고 지나간다.
어둠을 가르며 분주하게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들
멍에를 짊어진 세상사람.
마음을 열지 못하고 통곡한다.
<深頌(심송) 안호원>
☞ 위험한 서울
계(戒)라는 시어가 의미심장하게 눈에 들어온다. 단순히 경계(警戒)의 그 계가 아니라고 본다면 사뭇 떨리는 의미가 눈 쪽이 아닌 가슴 쪽으로 저미어 들어온다. 계(戒)는 율법이고 넘지 말아야 할 경계(境界)의 극단이다. 넘는 순간 우주의 이치에 반한다는 고립의 의미로 해석되고 받아들여진다.
▲ 시와 시평 ⓒ스카이데일리
일벌백계(一罰百戒 )와 훈계(訓戒))는 경계(警戒)의 의미로 통하지만 십계(十戒), 세속오계(世俗五戒) 등을 보면 넘지 말아야 할 사선이란 의미에 미친다. 남산에 오른 시인은 서울을 그렇게 사선의 시각으로 보았다. 하느님의 심판으로 멸망한 두 도시 ‘소돔과 고모라’(Sodom and Gom·or·rah) 처럼 넘지 말아야 할 사선을 아른 거리며 서울을 그렇게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문명의 극단을 보는 느낌일 것이다. 문명의 휘황찬람함은 극단의 이기심과 지배욕에 의해 탄생했음을 알고 시인은 “얼마나 많은 눈물 꿰어 만든 구슬일까”라고 애달퍼 했다. 서울 하늘 아래에는 “생명이 없는 자들이 검은 두건을 쓰고 있다”고 하면서 “악세사리 십자가를 들고 지나간다”고 했다. 생명이 없음은 사선을 넘은 것이고, 십자가를 악세사리처럼 여기는 것 역시 사선을 넘은 것이라고 시인은 아파한다.
그렇다고 서울이 모두 사선을 넘은 집합소는 아니다. 분주하게 지나는 발자국 소리들은 여전히 삶의 한 가운데 있는 채로 그 계를 넘지 않았다. “멍에를 짊어진 세상사람”들이 많은 것도 구제받을 수 있는 긍휼의 포용이다. “마음을 열지 못하고 통곡”하는 사람들도 구제받을 수 있는 회개(悔改)의 반전이다. 시인은 서울의 가능성을 작은 틈으로 큼지막하게 열어 놓았다.
<스카이데일리 문화팀=안호원 시와 시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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