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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생활명상 즐기기

지혜의 길이 열리는 4분면 관찰

하나의 생각이나 견해에 묶이지 않는 법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12-18 09:31:24

 
▲김성수 작가·마음과학연구소 대표
 나홀로 사는 이가 많아지면서 나홀로 바보 되기 좋은 조건도 확장되는 건 아닐까. 어느 한쪽 말만 듣거나 보면서 판단했을 때, ‘어리석은 사람’이 되기 십상인 줄 알면서도 타인과의 교류가 협소하니 그게 그거지 뭐, 하는 귀차니즘이나 한 생각에 안주하기 쉽다. 거기에 자신의 생각이나 철학, 신념 따위가 가세하면 ‘그 어리석음’은 반성할 길조차 잃게 된다. 다행인 것은, 세상에는 자기 변호나 주장을 객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소통 채널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을 이용하거나 이용하지 않는 문제는 또 다른 일이긴 하다.
 
아침 일찍 전화가 오면 8 : 2 정도 비율로 불길하거나 불편한 소식이 많다. 주저하는 마음으로 전화기를 쥐게 된다. 내 일터와 관련한 시민의 전화지만 그의 이름은 내 기억에 없다. 그가 말했다. “내일쯤 토지 감정평가 결과가 나오는 모양입니다.” “아, 그렇군요.” “근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세 개 감평사 중 두 개 평가사가 형편없는 결과를 냈다고 하더군요.” 그는 말하는 중에 화가 끓어오르는 듯했다. “아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 그의 느닷없는 분개와 적개심이 내 귀청을 뚫는 듯했다.
 
그 시간 이후 다른 사람에게도 그와 유사한 하소연 전화를 두 건 더 받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그들의 요청을 들어줄 수 있는 처지가 아님은 분명해보였다. 그래서 통화중에 이런 말도 하게 되었다. “죄송하지만, 이건 제가 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걸 모르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일단 상황이 이렇다는 걸 들어줄 수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시민들 이런 어려움에 처해 있단 걸 알아줄 누군가는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요.”
 
내가 그럴 입장이구나, 싶으면서도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이 어른거린다. 휴일 이른 아침부터 일면식 없는 사람의 하소연이나 분노를 수용해줘야 하는 입장이라니. 하지만, 나는 수긍하기로 했다. ‘수긍하기로’라는 표현에서 묻어나듯이 일종의 ‘작전상 후퇴’ 같은 감정이 깔려 있는 상태였다.
 
4분면 관찰의 신비한 결과
 
주로, ‘아, 그렇군요’라는 말을 추임새처럼 넣어가면서 상대의 말을 듣고는 있지만, 사실 나는 그들이 말하는 용어의 의미조차 모르기 일쑤였다. 이쯤 되면, 상담자가 내담자의 삶 속에 완전히 담기지 못하면서도 심리 상담을 해주는 이치와 유사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나는 왜 그들의 사연을 계속 듣고 있는 걸까. 지나고 보니, 그가 내 속내를 이미 헤아리고 있을 거라는, 약간 황당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그도 나의 속사정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으리라.
 
그러고 보면 대화란 언어만으로 하는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다. 서로 말을 나누는 그 순간에만 대화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진짜 대화는 언어 교환이 그친 이후, 혼자 있거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부터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내가 그랬다. 전화를 끊고 나서야 비로소 하고 싶은 말이 두서없이 떠올랐다. 직접 수신자가 없는 대화는 너른 들판을 향해 혼자서 소리 질러 대는 느낌이기도 하다. 뒤늦게야 나의 솔직한 감정이나 견해가 터져 나왔다. 이를테면 이런 말이다. ‘당신은 갑자기 그린벨트가 풀려서 농사짓던 땅들이 하루아침에 비싼 땅이 됐잖소? 그린벨트가 택지로 전환되면서, 땅값이 널뛰듯 뛰었을텐데 그거 너무 욕심 부리는 거….’
 
그러던 중 문득 한 생각이 튕겨져 올라왔다. 이건, 그곳에서 상추씨 한번 제대로 파종해본 적 없는 내 고정관념 아냐? 나는 토지 수용에 대해 어떤 경험도, 관심도 가져본 적 없는 사람 아닌가. 어느 때인가 무심코 듣게 된 ‘토지 수용에 관한 여러 말’들이 기억나긴 하지만, 시절도 다르고 위치도 다르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바보가 안 되는 거지?
 
4분면 관찰은 이럴 때 유용하다. 저런 외통수 판단을 벗어나거나 객관화할 수 있는 방편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양한 입장이나 견해를 4가지 측면으로 열어놓고 보는 방법이다. 이 작업만으로도 당신은 외골수, 외통수의 늪에 빠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여기에서 핵심은, 4가지 처지에서 하고 싶은 말을 자유스럽게 드러내어 적어보는 것이다.
 
백지를 꺼내 십자가 모양으로 세로측 중앙을 2등분 하고 가로측 중앙을 2등분하면 4분면이 된다. 윗면 왼쪽에는 ‘내 생각’이라고 적는다. 아랫면 오른쪽에는 ‘네 생각’이라고 적는다. 아랫면 왼쪽에는 ‘마음에 떠오르는 제3의 인물’을 떠올려서 ‘그의 생각’이라고 적고, 윗면 오른쪽에는 ‘하느님’ 혹은 ‘부처님’ 아니면 ‘공자님’ ‘우주신’ 등등 당신 내면의 절대 존재 이름을 적어본다.
 
이제 각 분면에 따라 그의 말을 받아 적어보라. ‘내 생각’을 적을 수 있는 면에는 말 그대로 ‘내 생각’을 말하듯이 적으면 된다. 그 다음, ‘네 생각’의 면에는 당신의 생각보다는 가급적 상대의 견해나 판단, 생각 따위를 적으려 노력해보라. 즉, 당신의 생각을 포기하면서 그의 입장에 서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당신 생각이 더 강하게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을 단념하고 ‘너의 입장’을 한사코 헤아리다보면 이내 그가 하고 싶은 말을 적을 수 있게 된다. 같은 방법으로 ‘제3자의 입장’이 되어서 이 사안에 대한 ‘잔소리’를 주절주절 읊어보라. 그러면 당신은 곧 이 사안에 대해 그다지 이익도 손해도 볼 일 없는 사람의 객관적 표현을 적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신 내면의 절대 존재가 하는 ‘말씀’이 무엇인지 경청한다. 그 절대 존재는 인간의 천부적 윤리⋅도덕의식에 준하는 기준을 드러내줄 것이다.
 
4분면 관찰을 여러 차례 실천해보면 분명히 알아지는 게 있다. 내가 어떻게 해서 너의 생각, 그의 생각, 심지어는 그분의 생각까지도 알고 있는 거지? 필요하다면 4분면을 넘어 6분면, 8분면으로 다른 존재의 마음을 드러내 봐도 이미 스스로 알고 있음을 깨닫게 되리라. 놀랍게도 나는 어떤 사안에 대한 타인의 견해나 판단조차도 내 안에서 이미 잘 알고 있는 존재인 것이다.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그렇게 속엣말로도 속풀이가 안되면? 일단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온갖 감정들을 백지나 모니터 상에 써보는 방법이 있다. 나오는 표현 그대로, 감정 그대로, 느낌 그대로, 생각 그대로. 올라오는 모든 말들을 마구마구 써보는 것이다. 이런 공개적인 공간에 차마 옮길 수 없는 말도 당신의 모니터에는 다다다다 내 갈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것을 ‘감정의 제로화 작업’이라고 명명한다. 내면의 온갖 감정들을 그냥 묵혀두면 일종의 시한폭탄을 가슴에 품는 셈이 된다. 이런 감정의 퇴적물들은 그럴 만한 조건만 만나면 터져 나오지 않던가. 온갖 하고 싶은 말이나 욕설, 부정적 생각들을 모른 척한다 해서 그것이 내 삶에서 완전 퇴각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하다못해 내 무의식의 음습한 곳간에라도 숨어있을 것이다.
 
‘감정의 제로화 작업’은 그런 문제 극복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모니터에 마구 날려 써보라. 그러다보면 어느 정도 감정이 가라앉거나, 심지어는 언제 그런 분노나 아쉬움 따위가 있었냐는 듯이 말끔해지기도 한다.
 
이 즈음에서 당신은 그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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