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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윤승준·홍승의 기자]‘개혁·혁신’이라는 취지를 내세운 법안들이 여당의 입법독주로 줄줄이 국회 문턱을 넘고 있다. 대부분 현실과 거리가 멀어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법안들이다. 겉으로 보기엔 시대적 과제를 수행할 것 같은 개혁 법안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흔들 만한 위험성이 내포돼 있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그 여파는 일반 국민에까지 미칠 것으로 분석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여당 입법독주가 낳은 공수처, 헌법·국민 위에 군림할 권력·권한 지녀
여야 간 오랜 줄다리기 끝에 12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개정안 처리로 야당의 동의 없이 정부·여당만으로도 공수처장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공수처법 개정안이 의결된 직후 야당 의원들은 ‘친문독재 공수처 OUT’ ‘민주주의는 죽었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문재인은 독재자”라고 외쳤다.
‘고위 공직자 범죄 수사처’의 줄임말인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중점적으로 수사·기소하는 독립적 수사기관이다. 4부 요인인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재소장부터 국회의원, 판검사 등 사회에서 고위공직자라고 불리는 이들도 수사할 수 있다. 기소 대상은 △대법원장 △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경찰(경무관 이상) 등이다.
‘사법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공수처법을 두고 반대 여론이 거센 이유는 공수처가 지닌 결정적인 맹점 때문이다. 공직자 부패 척결, 과도한 검찰권 통제 등 겉으로는 그럴싸한 취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자칫 권력유지를 위한 초법적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공수처는 정권의 ‘홍위병’이 될 정도로 정치적 중립을 지킬 만한 통제 장치가 결여돼 있다. 공수처법 5조에 따르면 3년 임기의 공수처장은 국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후보추천위원회’(공수처추천위)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지명한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코드 인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다분한 부분이다.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선정하는 공수처추천위도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 등 정부 편향적인 위원들로 구성된다. 공수처추천위는 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5명 이상)으로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선출한다. 야당 추천 2명을 빼고도 의결정족수(5명)를 맞출 수 있는 구조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공수처법을 통과시킬 때 공수처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의 핵심으로 여겨졌던 야당의 거부권(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은 ‘최초의 준법자는 입법자인 국회여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임기 9년의 공수처 검사가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는 점도 정치적 중립성을 흔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공수처법 제8조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해당 인사위원회는 △처장 △차장 △처장 추천 1명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의결은 재적위원 과반(4명 이상)만 되면 된다. 결국 권력 입맛대로 처장부터 검사까지 선발이 가능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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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호연 기자] ⓒ스카이데일리 |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수사와 기소까지 독점한 괴물 사법기관, 다른 기관의 수사까지 이첩시켜 수사할 수 있는 독점 사법기관, 견제가 불가능한 무소불위 사법기관, 처장과 차장과 검사와 수사관 등을 대통령과 정권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친권력 사법기관이 바로 공수처다”고 규정했다.
공수처의 존재 자체가 위헌소지가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공수처를 신설할 수 있는 헌법상의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법 제3조제2항엔 ‘수사처는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를 독립해 수행한다’고 적혀있다. 이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으로 헌법의 ‘권력분립의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회의 해임건의권도 적용되지 않아 임기(3년)를 보장받는다. 견제 받지 않을 권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감사원, 국가인권위원회 등도 독립된 기관이다. 다만 이들에게 권한을 휘두를 칼자루가 없다. 반면 공수처는 △수사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여당 측은 홍콩의 ‘염정공서(廉政公署)’와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貪汚調査局)’ 등을 예시로 들며 공수처의 정당성을 호소하지만 이들은 각각 행정장관, 총리 직속기관 등으로 수사권만 있고 기소권은 없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정치적 중립 못 않게 중요한 문제가 공수처의 권한 남용 문제다. 공수처법에는 이를 통제할 방법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며 “공수처는 민주적 통제가 전혀 불가능함에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검찰·경찰·공수처가 상호견제를 한다고 하지만 공수처 수사의 ‘적정성’이 문제가 될 때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이 이미 착수한 사건에 대해서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할 수 있는 점도 문제다. 검찰이 정부·여당 측 범죄를 수사하던 중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구하면 검찰은 모든 수사 자료를 공수처에 넘기고 손을 떼야 한다는 의미다. 수사·기소권을 모두 지닌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고자 시행된 검찰개혁과 충돌하는 지점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공수처법 개정안 검토의견서’를 통해 “공수처가 대검찰청, 경찰청 등 관계 기관의 상위기관이 아니다”며 “그런데도 공수처장의 수사협조 요청에 응하도록 하는 것이 적정한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등의 예외사유 규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내포한 공수처에 대해 여론 안팎에선 취지대로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죄정보 수집이란 명분으로 수사권이 미치는 야당 국회의원, 대법원장, 검찰총장 등의 사생활을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등 규모가 작기 때문에 반(反)정부 성향을 띠는 검사의 비위 혐의에 수사를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언론기고에서 “공수처는 그 설립 취지와 달리 사찰 기구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며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는 비리 행위에 대한 첩보 수집과 인지가 필수적이므로 수사 대상자에 대한 상시적인 미행, 감시 및 사찰 등 법치주의를 위반하는 불법행위가 자행될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이를 현실적으로 통제·감시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여당 헛된 개혁에 외국계 투기자본 먹잇감 전락한 한국의 경제기둥들
12월 9일 국회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 본회의를 열어 재계의 반대에도 기업규제 3법(공정경제 3법)을 가결했다. 작년 8월 말 국무회의에서 해당 법안이 의결된 지 약 3개월 만이다. 기업규제 3법이란 사익편취 규제확대(공정거래법), 감사위원 분리선출(상법),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 제정안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또는 재벌개혁 법안을 말한다.
재계에서는 경영권 침해, 규제 강화 등을 이유로 일찌감치 해당 법안에 통과에 거세게 반발했다. 기업이 헤지펀드와 같은 투기자본 세력의 공격에 노출되고 해외 투기자본이 선임한 감사위원이 회사 영업기밀을 훔쳐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사회 각계각층에선 코로나 사태로 국내·외 경기가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규제 3법을 실행하는 게 적기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강석훈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법률을 개정할 땐 몇 가지 원칙을 세워야 하는데 그 중 하나는 비용보다 편익이 커야 한다는 점이다”며 “이번 3법은 비용보다 편익이 얼마나 클까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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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호연 기자] ⓒ스카이데일리 |
기업규제 3법의 핵심 쟁점 사안은 상법 개정안 중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다중대표소송제도’ 등이다. 현행 상법은 대주주가 임명한 이사들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하도록 돼 있는데 개정된 상법에는 감사위원 1명 이상을 기존 이사들과 분리해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도록 한다. 이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이른바 ‘3%룰’이다. 이는 재산권 침해 문제로 해외에서도 입법 사례가 없다.
정부는 독립성이 확보된 감사위원이 이사회를 견제한다고 주장하지만 재계 입장은 다르다. 감사위원 선임 결정권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이 축소되면 헤지펀드나 기관 투자자 등의 영향력이 커져 적대적 인수합병(M&A)과 경영 간섭 등과 같은 경영권을 위협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기업규제 3법은 투자와 일자리에 매진해야 할 기업들을 위축시키고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노출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며 “투기자본이 선임한 감사위원에 의한 영업기밀 및 핵심기술 유출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사례도 존재한다.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의 경영권을 위협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9년 엘리엇은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각각 3% 내외로 보유한 상태에서 현대자동차의 사외이사 후보로 현대차 경쟁사인 ‘밸러드 파워시스템’의 최고경영자를 추천하고 표 대결을 벌인 바 있다. 다행히 주주총회에서 엘리엇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만약 3%룰이 시행되면 엘리엇 같은 투기성 사모펀드들이 힘을 합쳐 감사위원을 선임할 가능성이 커진다.
유주선 강남대학교 공공인재학과 교수는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 주주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며 “지난 몇 년간 엘리엇 등 헤지펀드들이 우리나라 대표 대기업들의 경영권을 침해한 사례를 봤을 때 이번 개정으로 해외 투기자본이 우리 기업들의 경영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상법 개정안의 다중대표소송제도에 대해서도 특히 우려가 크다. 자회사의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모회사의 주주가 지분 0.5% 이상만 보유한다면 자회사 이사의 위법행위에 대해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업은 독립성을 침해받을 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소송에 대응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한 토론회에서 “한국은 미국과 달리 모회사와 자회사의 동시 상장을 허용하고 있다”며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의 주주에게 자회사 주주의 이해관계를 무시해 버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작년 7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2081개 상장사 중 타법인 출자회사 157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할 경우 소송 리스크가 4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는 모기업인 1114개사만 소송 대상이 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들의 자회사 3250개사를 상대로도 소송을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 약 464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주식 2조3000억원가량을 보유한 주주라면 삼성전자의 자회사 7곳을 대상으로 소제기가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비율이 55.92%임을 감안하면 국내 소액주주보다는 외국 투기세력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낮은 가격의 상장회사 주식을 매입한 뒤 소속 자회사에 대해 소송을 빈번히 제기하거나 소송 취하를 빌미로 회사에 부당한 요구를 하는 등의 폐해가 우려된다”며 “소액주주인 일명 ‘개미’보단 대규모 투기자본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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