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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정인이 사건, 대증요법으론 해결 못해

스카이데일리(s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1-13 10:15:17

 
▲ 이동호 변호사
/법 개정안 폭주, 계류 중 포함해 40여건
/처벌 강화가 주, 형량 상향 역효과 우려
/대통령의 ‘입양관리 철저’는 번지수 잘못
/전문가 목소리 들어 장기적 대책 세워야
 
새해 벽두부터 온 나라가 정인이 사건으로 들끓었다. 작년 10월, 16개월 된 입양 아동이 양부모의 학대로 숨지기까지 아동학대 신고가 3차례나 있었지만 서울 양천경찰서가 매번 내사종결, 무혐의 조치한 끝에 결국 아이가 온 몸에 멍이 든 채 죽어버린 끔찍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 전인 작년 6월 충남 천안에서 계모가 9세 아동을 여행가방에 가뒀다가 숨진 사건이 발생했고 9월에도 친엄마가 방치한 인천의 어린 두 형제가 가스 불에 의한 화재로 동생이 죽는 사건이 있었다. 심지어 북극 한파가 몰아친 이달 8일 오후에도 서울 강북구의 길거리에서 3세 아동이 내복 차림으로 방치된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렇게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는데도 유독 정인이 사건으로 온 나라가 폭발한 것은 정인이가 아무런 저항도 표현 능력도 없는 16개월 유아였고 경찰이 3번의 신고를 모두 묵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정치권은 바로 반응을 했다. 5일부터 아동학대처벌특례법 개정안이 폭주했다. 불과 3일만에 15건이 발의됐고 이미 계류 중인 법안을 다 합치면 40여건이나 된다. 처벌 수위를 올리거나 경찰과 전담공무원의 판단 여지를 아예 없애서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아동을 격리시키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있다. 대통령도 나섰다. 정인이가 입양아라는 점에 주목해서 입양 아동 사후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복지부에 지시를 내렸다. 900자 분량의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에 입양이란 단어가 무려 11번이나 등장했다. 그러나 입법이 쏟아지고 대통령이 특별 지시를 해도 이런 사건이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는 일시적이고 인기 영합적인 대증적 요법이기 때문이다. 대증요법은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키거나 눈에 안 띄게 덮어주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대증요법이 형량을 올리자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아동학대치사죄를 현행 5년 이상 징역에서 10년 이상으로 2배 이상 올리자, 심지어는 사형까지도 추가하자는 법안이 제출돼 있다. 형량을 올리자는 이유는 간단하다. 처벌을 무섭게 해야 중범죄가 예방된다는 것이다. 이명박정부 시절에 있었던 조두순 사건을 떠올려 본다. 엽기적인 아동 강간상해 사건이 발생하자 최고 형량이 5년 이상이던 것을 10년으로 상향했고 여성 대상 성범죄의 경우 사망에 이르지 않더라도 최소 10년 이상, 무기징역으로 처벌하는 특별법이 제정됐다. 그러다 보니 형법상 사람을 고의로 죽인 살인죄의 최소 형량이 5년 이상인데 사람이 죽지 않은 사건의 최소 형량이 10년 이상으로 오히려 높아지는 이상한 결과가 발생했다. 사람의 목숨은 모두 소중한데 아동이나 여성이 학대당하거나 강간당해 죽으면 더 세게 처벌하고 보통의 성인 남성은 약하게 처벌돼도 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지 않은가.
 
아동청소년 범죄의 현장 전문가인 김예원 변호사는 SBS 인터뷰(1월 7일, “이런 법안이면 정인이 얼굴 공개된 값어치 없다”)에서 아동학대 범죄의 형량 강화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지금도 최고 무기형까지 가능한데 법정형의 하한선을 너무 올려버리면 학대가해자들이 중한 처벌을 피하려고 결사적으로 방어를 할 것이고 법원도 매우 엄격한 증거를 요구해서 오히려 무죄가 선고되거나 수사기관이 기소 자체를 부담스러워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증거 수집이 쉽지 않은 장애인 성폭력 사건에서 이미 이런 역효과를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형량 강화로 대중의 보복 심리는 충족될지 몰라도 실제 집행에서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뼈아픈 지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자극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형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간 데에는 과거 법원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보통의 상식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솜방망이 처벌이 남발됐기 때문이다. 사례를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조두순에게 음주 감경이 받아들여져 징역 12년밖에 선고되지 않았었다. 8세 여자 아이의 몸을 죽음 직전의 만신창이가 되도록 유린한 사건인데 어떻게 음주 감경을 받아줬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필자의 경험도 있는데 10년 전 맡았던 아동 성폭행 사건이었다. 전과도 없는 유흥주점 종업원이 술을 과하게 마신 채 퇴근해서 골목길을 배회하다가 혼자 있는 아동을 성폭행한 사건이었다. 변명의 여지없는 중죄였지만 사안이 실제로 무겁지는 않았다. 그러나 형량이 최소 10년 이상이다 보니 피해 부모와 합의해서 절반을 감경 받았지만 결국 5년 징역이 선고되었다. 이 청년이 자책감에 자살 시도를 했을 정도로 흉악범 성향이 전혀 아니어서 어떻게 변론할지 궁리하며 판례를 찾다가 놀랐다. 사이가 안 좋은 이웃의 집에 술 마시고 쳐들어가 이웃을 죽인 사례에서 음주 감경이 받아들여져 5년보다도 낮은 형이 선고된 판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마침 그 사건 변호사를 조회해 보니 퇴직한지 오래되지 않은 부장판사 출신이어서 전관예우란 게 정말 있구나 하는 씁쓸함도 느꼈었다.
 
10년이 흐른 지금, 법원도 많이 달라져서 고무줄 양형을 막기 위해 주요 사건에 대한 양형 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런데 아동학대치사에 대한 현행 기준에는 큰 문제가 있다. 기본 형량 구간이 4년에서 7년인데 학대의 정도가 중하고 6세 미만 아동 대상이라는 가중 요소를 고려해도 그 상한이 불과 10년이라는 것이다. 이 정도 가벼운 기준이라면 무기징역도 가능하게 한 것이 무색할 정도 아니겠는가. 법원은 이번 사례를 참고삼아 양형 기준을 다시 손질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입양 사후 관리 철저 지시는 대증요법의 압권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18년과 2019년 아동학대 사망 70건 중에 입양부모에게 발생한 것은 이번 정인이 사건이 유일했고 2019년 전체 아동학대 신고 건수 중에 입양부모에 의한 것도 불과 0.3%에 불과하다고 한다. 학대가해자의 70% 이상은 친부모라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지시는 전혀 대책이 될 수 없고 오히려 분노한 대중의 시선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는 시도가 아니었냐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이런 사실은 실제 입양 부모이기도 한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문제 제기를 해서 그나마 알려졌는데 만일 김 의원이 없었더라면 입양부모 전체가 순식간에 아동학대 혐의자로 매도당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김미애 의원은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초당적 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는데 여당과 정부가 움직여줘야 할 것이다. 대증적 입법과 정책을 남발하기 보다는 특위를 구성해 김예원 변호사나 김미애 의원 같은 전문가의 말에 귀 기울여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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