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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대통령은 정치를 하는 자리다

자화자찬 신년사에 실망…잘못된 정책 바로잡아야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1-16 11:36:18

“대저 정직한 자는 땅에 거하며 완전한 자는 땅에 남아 있으리라.”<잠언 2 : 21>
 
▲ 深頌(심송) 안호원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한국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우생마사(牛生馬死), 소띠 해를 맞이하면서 떠오른 사자성어다. 홍수 때 물살에 밀려 떠내려갈 때 물살에 순응하는 소는 살고 자신의 힘만 믿고 물살을 거스르는 말은 죽는다는 뜻이 담긴 말이다. 또 우보만리(牛步萬里)라는 사자성어도 생각난다. ‘우직하게 걷는 소가 멀리 간다’는 뜻이다.
 
새해를 여는 소의 우람한 자태를 보면 상서로운 기운이 넘쳐 보인다. 어떠한 고난이나 역경도 거침없이 헤쳐 나갈 수 있는 힘도 느껴진다. 특히 같은 식구라는 의미의 생구(生口)소리를 들으며 서두르지 않고 뚜벅뚜벅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소의 모습은 꾸준함을 잃지 않는 근면성과 우직함, 충직함, 희생의 상징이기도 하다.
 
2021년, 어질고 부지런한 소의 덕성(德性)을 닮아 묵묵히 소명을 다하는 한 해를 보내고 싶다.
 
그 희망은 여기까지다. 소띠 해를 맞이하면서 굳이 우생마사를 거론하는 것은 문재인 정권의 행태를 보면서다. 소처럼 우직하면 될 것을 말처럼 자신의 힘만 믿고 억지를 부리니 사단이 날 수 밖에 없다.
 
집권 3년 반이 넘었지만 아직도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마법(魔法)의 향을 피우며 국민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지난 한 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비행기도, 배도 뜨지 못하고 사람들은 거리두기로 인해 만날 수도 없었고 격리된 상태에서 다니지도 못했다.
 
마치 거리는 유령도시처럼 썰렁하기까지 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한 해를 보냈다. 오직 인간쓰레기들이 꿈틀거리는 정치권의 시간만 살아 움직인 것 같다.
 
2021년이 됐지만 코로나 사태는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집권 여당은 여전히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가뜩이나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을 극도로 피곤하고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그동안 코로나19 방역에 선방했다며 ‘K방역’을 홍보했지만, 정작 국민은 정부의 대처에 대해 박하게 평가했다. 정치 싸움만 하며 실책을 거듭하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 따라서 새해에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먹구름에 휩싸여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암울한 한해를 맞이하는 것 같다. 사회 곳곳에 소통 대신 불통이 판을 치고 있다.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 같은 무법천지의 나라가 됐을까.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다시 돌이켜 봤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 하겠다. 때로는 나를 반대하는 국민들과도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 군림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2017년 5월10일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행한 대통령의 취임 연설은 불통을 소통으로 바꿔놓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국민들의 열광을 받기에 충분한 명문이었다. 그러나 3년 반이나 지난 현실은 어떤가. 소통이라는 글자는 희미하게 지워졌고 팔림세스트(Palimpsest: 양피지위에 씌워있던 글자를 지우고 그 위에 다시 쓴 것)처럼 그 자리엔 불통이란 단어가 덧씌워진 듯하다.
 
말이나 행동으로 솔직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 믿음을 먼저 구축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끌어낸 뒤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말할 때 비로소 설득(소통)에 성공한다는 것인데 추측하건데 아무래도 스스로가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지난 11일 대통령의 신년사 역시 적극적인 통합과 소통의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평소에 그렇게도 강조했던 통합 대신에 도약으로 바꿨다. 정작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은 비껴간, 의례적인 어구만 구사하며 셀프 칭찬과 근거도 없는 경제 낙관론으로 국민 공감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예상은 했지만 임기 말 신년메시지로 생각해 국정 대전환의 내용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다. 집권 내내 국민을 분열시켜놓더니 갑자기 포용을 내세워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는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나라를 절반으로 쪼개 국민이 광화문 또는 서초동으로 몰려갔지만 추미애에 기인한 행태에도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그저 부동산 대란과 관련해서만 관행적인 말로 사과를 했다.
 
그러나 경제, 민생 이슈엔 자화자찬 일색이다. K방역을 자랑했고 올 상반기 우리 경제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그 말을 믿는 국민들은 없다. 국민들은 현실에서 체감하는 건 정책 실패의 씁쓸한 결과물일 뿐이다.
 
국민들은 병실, 의료진, 백신 없는 3무(無)의 겨울을 보내며 공포에 떨고 있다. 경제 허리라 일컷는 40대 취업자는 2년 넘게 감소 일로다. 재정으로 만들어낸 노인 일자리만 늘어 고용률 상승이란 웃지 못할 말을 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 같은 어려운 난관에서 공무원들은 계속해 뽑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신년사란 국정 철학과 국정 현안에 대한 희망찬 언급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과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거다. 희망 섞인 구두선에서만 그쳐선 곤란하다.
 
올해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예년처럼 딱히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미미했고 경제든, 남북관계든 장밋빛 수사에 그쳤다. 누군가가 써준 원고를 읽는 것이겠지만 문 대통령은 지금의 우리 경제와 안보 그리고 법무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정말로 믿거나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런 와중에 앞서 문 대통령이 “정치와 거리를 두고 정책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퇴임 후 양산에 가서 살고 싶다”고 했다. 물론 임기 마지막이자 선거가 있는 해니 정책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이해해주고 싶다.
 
그러나 달리 생각한다면 자신의 말로가 어떻게 될 건지를 알고 전직 대통령들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아 책임질 일에 손을 떼려는 얄팍한 수법은 아닌지, 벌써부터 여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지금 임기 말, 그리고 퇴임 후 사고가 안 나게 하려는 데 온 정신이 쏠려있다”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과연 문 대통령의 희망이 이뤄질 수 있겠는가 되묻고 싶다. 아무래도 국민이 용서를 하지 않을 것 같다.
 
경제를 살리려면 재계와 소통을 해야 하고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요자 맞춤형 공급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K방역을 잘 하려면 영세 자영업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동부구치소 같은 공공기관 등의 집단감염 차단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모두가 자화자찬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정치를 멀리하는 듯 안 하는 듯하며 정치를 했다. 오직 지지자만 바라봤다. 이런 정치의 부재가 정치 과잉으로 이어지곤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그랬고 백신 늑장 수급 논란이나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문제도 그렇다.
 
국민 통합과 포용을 위해선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이 첫걸음일 것이다. 사면이란 조건 없이 무조건 관용을 베풀어 용서하는 거다. 그런 상황에서 무슨 사과를 조건으로 하고 있는지, 대통령이 직접 “우리 이니”라고 외치는 열혈지지층을 설득하고 소통했어야 했다.
 
지난해는 청와대, 집권여당이 국민에게 좌절과 고통, 분노를 가져다 준 한 해였다. 거대 여당의 독주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무참하게 흔들어 놓았다. 국민은 진영논리와 불통 정치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초미의 정치 현안에 대해 국민은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 숨기려 하지 말아야 한다. 불통을 소통으로, 진영 정치를 포용 정치로 바꿔 놓을 사람은 대통령 밖에 없다. 또한 지지자만의 대통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정치로부터 도피할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간 잘못한 정책을 바로 잡는 정치를 해야 한다.
 
대통령은 정치하는 자리다. 복합위기의 늪에서 정치가 중심을 잡고 방향과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시키려면 추미애도 책임을 물어 경질하고, 옥상옥의 공수처도 폐기시키고, 포퓰리즘과 도그마에 빠진 정책이 아니라 실사구시로 정책 기조를 대전환해야 한다. 정치든 선거든 정책이던 합리적이고 온건한 다수의 국민을 무시하고 권력이 마치 자신의 호주머니 것인 양 행동했다가는 철퇴를 맞게 될 것이다. 난폭 운전자의 대가는 명백하다. 이 모든 것은 문 대통령의 결단에 달렸다.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앉은 자에게 비치고 우리 발을 평강의 길로 인도하시리로다 하니라.”<누가복음 1 :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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