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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기의 시사&이슈

누구도 자신의 소송 사건에 재판관이 돼서는 안 된다

민주공화국, 헌정주의·법의 지배·권력 분립 등 근본 원리 기반 시민이 건국한 나라

법관 탄핵, 사법기관 독립성 저해하는 전체주의적 선동…인치 아닌 법치 수호해야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2-11 13:00:50

▲ 최재기 공화주의 칼럼니스트
“내가 사표 받으면 탄핵이 안 되지 않느냐”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표를 내는 법관에게 했다는 말이다. 사법부의 대표자가 특정 파벌(faction) 정치 세력이 추진하는 법관의 탄핵을 위해 일부러 그 법관이 낸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이다. 특정 이념 서클 출신 대법원장다운 처신이다.
 
지난 총선에서 선관위에 의해 다수당이 된 것으로 선포된 ‘더불어’ 계열의 집권세력들은 사법기관이 자신들의 반역 행위, 선거 부정, 부패와 비리 등을 수사하고 재판하려 하자 일제히 사법기관을 공격하고 나섰다. 청와대와 집권당 뿐 아니라 권력 외곽 조직인 이른바 ‘대깨문’들과 어용 언론인, 어용 지식인들까지 나서서 검찰총장 징계를 외치거나 집권세력들을 재판한 법관을 탄핵하자고 선동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전체주의적이고 공화정의 근본 원리를 부정하는 위험한 선동이다. 민주공화국의 국회의원이 맞는지도 의심스러운 유치하고 한심스러운 발언들이 난무한다.
 
더불어민주당 김 모 의원은 법원의 윤석열 검찰총장 복귀 결정에 대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권력을 정지시킨 사법 쿠데타에 다름 아니다”며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통치 행위가 검찰과 법관에 의해 난도질당하는 일을 반드시 막겠다”고 했다.
 
쿠데타의 정의가 뭔지나 알고 말을 갖다 붙였을까? 또 민변을 비롯한 이른바 민주화 운동 세력들이 오랫동안 대통령의 ‘통치 행위’ 영역을 없애자고 주장해 온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알고는 있을까. 권력만 노리는 사이비 운동권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가 권력을 쥐기만 하면 정치·경제·사회·언론·문화 등 국민 생활의 모든 영역을 집권세력이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전체주의자들이지 민주공화국의 시민이나 공직자가 아니다. 그들은 민주공화국의 근본 원리를 파괴하는 반역 세력일 뿐이다.
 
민주공화국은 전제왕정 국가나 신분 질서에 기반한 귀족 국가와 달리 자신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싸우는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건국한 나라다. 그래서 처음부터 헌정주의, 법의 지배, 권력 분립을 근본 원리로 삼아 건국한 것이다.
 
미국 제9연방순회항소법원 티거 판사는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이민자 행정 명령의 효력에 대해 “대통령이라 해도 이민법을 다시 쓸 순 없다”며 “의회법을 무력화하는 법이나 규칙을 (정부가) 공포하는 것은 미국의 기본적인 권력 분립 원칙과 배치된다”고 판결했다. 행정부나 입법부가 헌법에 어긋나는 법이나 명령을 시행하거나 대통령이 의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명령’을 할 경우 판결로서 그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이 사법부 본연의 임무라는 것을 티거 판사는 몸소 보여줬다.
 
판결 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관을 ‘오바마 판사’라고 매도하자 미국 대법원장 존 로버츠는 성명서까지 발표하면서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트럼프와 같은 공화당 출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자다. 
 
“우리에게 오바마 판사, 트럼프 판사, 부시 판사, 클린턴 판사라는 건 없다. 오직 법 앞에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공정하고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인 판사들이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또 “독립적인 사법부는 우리 모두가 감사해야 할 대상이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2018.11.22.)
 
특정 정당 출신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만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 일해야 한다는 것이 권력 분립 원리에 따른 법관의 의무다. 사법부 독립은 법관과 준사법기관의 독립성을 보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고, 이에 가장 중요한 책임자는 대법원장이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는 ‘문재인 대법원장’, ‘문재인 검찰총장’은 필요 없다. 특정 파벌의 대리인 역할을 하려는 자는 사법부의 장이나 사법기관의 공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의 재판
 
고대 그리스 직접 민주정 시대에는 모든 시민은 전쟁과 정치에 대해 책임지고 참여해야 했다. 그런 시민의 의무를 저버리면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심할 경우 추방당하기도 했다. 아테네 시민들은 추첨에 의해 돌아가면서 공무를 담임했고 재판 업무도 시민들이 담임했다. 시민 재판관으로 법원을 운영한 것이다.
 
이 시민 재판관들이 소크라테스 사건을 재판했고 사형 판결을 선고하고 집행했다.
 
시민들은 아무도 불평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도 추첨을 받으면 언제든 재판관이 돼야 하기 때문에 동료 시민들의 판결에 불평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판결은 인류의 스승을 죽인 형편없는 판결이었다.
 
이처럼 시민 재판관제는 재판에 대한 불평도, 재판관인 시민에 대한 비판도 없겠지만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해 주지 못했다. 재판관이 누구냐에 따라 재판 당시 여론과 주변 환경, 유력자의 선동에 따라 재판의 결과가 달라졌다. 플라톤이 쓴 <크리톤>을 보면 당시 그리스 시민들도 자기 나라의 재판 제도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래서 근대 공화국에서는 그리스 식의 시민 법관제 대신 공화정의 원리에 따른 전문 법관제 법원을 운영한다. 상당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을 선발했기에 전문 법관들은 법리에 밝고 유능하다. 사법부의 독립성은 법의 지배와 권력 분립의 원리를 담은 헌법에 의해 보장된다. 국민들과 언론은 사법부에 대한 권력의 침해를 감시해야 하고 사법부는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해 주는 것이 근대 공화정의 정신이다.
 
특정 파벌 일색인 의회에서 사법기관이나 법관을 탄핵하자고 하는 것은 자신들의 절대 권력을 위해 인류가 근대를 거치면서 성취한 과학과 이성,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짓밟으려는 위험한 선동이다. 인류가 성취한 근대 공화정의 근본 원리, 즉 헌정주의와 법의 지배, 권력 분립 원리를 부정하는 파벌 세력들은 민주공화국을 짓밟으려는 쿠데타 세력일 뿐이다.
 
누구도 자신의 소송 사건에 재판관이 돼서는 안 된다
 
세계 최초로 대통령 중심제 공화국을 설계하고 건국한 미국의 건국자들(Founding Fathers)은 현실의 인간을 도덕적 존재로 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이란 야심과 복수심, 탐욕을 가진 존재로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파벌을 구성해 대립하기 쉬운 존재로 가정하고 나라를 설계했다.
 
건국자의 한 사람인 제임스 매디슨은 정체(form of government)에서 덕성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 덕성은 취약한 갈대와도 같아 오랫동안 의존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헌법을 정할 때는 인간을 덕성과 공적 정신으로 충만한 존재가 아니라 야심을 가졌으며 탐욕과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로 가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주장한다. (알렉산더 해밀턴 등, <페더럴리스트> 해제)
 
정부는 시민적 덕성이 아니라 분파적 사적 이해관계 위에서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그 방법은 개인과 분파와 정부 각 부의 이익을 서로 서로 대항하게 하는 체제를 통해 분파적 사적 이해관계가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대륙의 관념주의가 아니라 경험주의 전통을 이어받은 매디슨은 파벌의 원인은 인간의 본질에 심어져 있다고 봤다. 인간의 본질을 바꿀 수 없다면 정치에서 파벌을 제거할 수 없다. 결국 파벌의 폐해를 제어하도록 나라를 설계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파벌의 원인을 제거하는 데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파벌의 존립에 필수적인 자유를 말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시민들에게 동일한 의견, 동일한 정념(passion), 동일한 이해 관계를 부여하는 것이다. 첫 번째 처방은 치료약이 질병보다 더 해롭다는 것보다 더 알맞은 표현은 없다. … 두 번째 처방은 첫 번째 처방이 어리석은 것만큼이나 실현 불가능하다.”
 
파벌의 원인을 제거하는 두 가지 처방 모두 전체주의로 가는 지름길이다. 누구보다 더 도덕성을 앞장세우지만 대한민국의 현 집권세력들의 본 모습은 자신들 파벌의 이익을 위해 바로 위 두 가지 처방, 즉 모든 시민들에게 동일한 의견, 정념, 이해관계를 강제하고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의 자유를 부정하려는 자들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반대파는 모두 ‘적폐’로 청산돼야 하고 국민들은 모두 ‘대깨문’이 돼야 한다.
 
자신들의 반역 행위, 선거 부정, 부패와 비리를 덮기 위해 공화정이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을 무한대로 확장하는 전체주의 체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무한대의 권력을 추구하는데 당장 사법부와 사법기관이 반발하자 걸림돌이 되는 자는 누구든 ‘탄핵’하겠다고 겁박한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소송 사건에 재판관이 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의 이해관계가 분명히 그의 판단을 한쪽으로 치우치게 만들고, 아니 더 중대한 이유로 십중팔구 그의 진실성(integrity)을 오염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동일한) 하나의 조직이 재판관인 동시에 당사자가 되는 것은 옳지 않다.” (제임스 매디슨, <페더럴리스트> 제10번 논설)
 
의심스런 선거에 의해서라도 국회 다수당으로 선포되기만 하면 국회에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다면 ‘동일한 하나의 조직이 재판관인 동시에 당사자’가 되는 것이다. 법치(法治)를 부정하고 인치(人治)를 하겠다는 것이다. 공화국에서 법치는 선언만 한다고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권력 분립 원리’에 따라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체제여야 비로소 현실화될 수 있다.
 
법관 탄핵은 이제 공화정에 대해 몰지각한 더불어 계열의 집권당 손에서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헌재가 공화정의 기본 원리를 수호할 것인지 다수의 ‘문재인 헌법재판관’들이 공화주의 헌법을 버리고 전체주의의 문을 열어 젖힐 것인지 온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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