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찾아 나선 길. 그 길을 또 다른 빛의 형상으로 보여준 무대 ‘빛에서 빛으로’(2월 3일, 성수아트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차분하면서도 진중하게 채워나가는 선은지 안무가의 현재진행형 춤 세계를 가까이서 마주했다.
ART.SUN 대표 선은지의 최근 일련의 작품을 현장에서 함께한 것은 이 작품의 위치와 방향을 탐색하는데 도움이 됐다. 주요 활동을 보자면 다음을 들 수 있다. 선은지의 춤 Ⅰ, Ⅱ를 필두로 청춘대로 덩더쿵 ‘환영의 방’, 젊은안무자 창작공연 선정 ‘염원’, 한국무용제전 우수 안무가상 ‘례(禮)’등이다. 특히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신진예술가 지원 선정 프로젝트 ‘신진×미술관’(2019년 10월26, 영은미술관)이다. 제반 활동을 통해 예술적 성장 기회가 마련된다.
이 작품의 단초 역할을 한 빛의 화가 방혜자 화백은 말한다. “우주는 빛과 에너지, 색으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는 빛에서 왔다가 빛으로 돌아가는 존재입니다. 빛은 생명이며, 생명은 사랑이며, 사랑은 평화임을 믿으며 이 빛의 메시지를 심는 작은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안무가는 방 화백을 통해 우리는 결국, 빛으로 돌아가는 존재임을 인식한다. 그 깨달음은 고요한 어둠을 밀어낸다. 빛에서 빛으로의 시간이다.
공연 시작되면 물소리 들린다. 마치 물과 빛이 조우되는 느낌이다. 무대 왼쪽에서 선은지는 사선 방향으로 서서히 걸어나간다. 빛의 행렬이 시작된다. 물과 빛의 만남은 근원에 대한 탐색이자 성찰이다.
생황 소리가 이채롭게 공간을 채운다. 힘차다. 흡입력 있다. 연주 소리 진폭이 커진다. 움직임 또한 거세진다. 밀도 있는 연주 속에 선은지, 김효준의 2인무는 안정되게 호흡을 맞춰 나간다. 황서영은 작은 어항에 손을 넣었다 뺐다하며 무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무릎을 꿇고 서서히 이동한다. 빛을 담는다. 빛의 직진, 굴절, 반사가 다양하게 일어나는 듯하다. 작품 말미 선은지는 어항 속에 작은 돌을 하나씩 이동하며 주워담는다. 돌은 물속에 침잠된다.
이 공연은 빛을 찾으러 나선 길에서 빛을 마주한다. 그 길에서 만난 다양한 삶의 군상을 남녀 듀엣으로 형상한다. 빛의 모습을 움직임으로 치환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물과 빛의 만남은 의미 부여가 크다. 근원적 존재인 두 요소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소우주격인 어항에 빛의 숨결이 부여되면 대우주로 탈바꿈되는 경이로운 순간이 생긴다.
선은지는 최근 일련의 작품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이번 무대에서 자신의 안무 색깔을 철학성에 기반해 보여줬다. 공간 창출력과 작품 전개가 특히 눈에 들어왔다. 주목을 넘어 주목할 수 밖에 없는 무용가. 빛처럼 빛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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