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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일상 짓누르는 코로나 시대의 폭력성

강주현기자(jhkang@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2-19 00: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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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주현 기자 (산업부)
마스크보다 더 답답한 건 보이지 않는 공포다. 감기보다 지독한 녀석은 벌써 1년이 넘도록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금방 지나갈 줄만 알았던 코로나의 엉덩이는 무거웠다. 방역이라는 명분에 개인의 자유는 박탈당했다. 극복이 아닌 체념으로 코로나와의 공생을 이어가고 있는 지금, 공포감은 우리를 무겁게 짓누른다.
 
지난해 가을 경 지인의 직장 동료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직장은 쉬쉬했지만 확진자라는 낙인은 가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소문은 금세 퍼졌다. 질병당국이 문을 두드리자 확진자는 죄인이 됐다. 추가 확진자와 자가격리 대상자라는 공범 색출 작업을 마친 질병당국은 직장폐쇄라는 명령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공범은 없었다. 직장은 이내 문을 열었다. 죄인의 자리를 비워둔 채 직장은 전과 같이 흘러갔다. 몇 주간의 시간이 흘러 확진자는 완치자가 됐다. 완치자가 됐지만 자리는 여전히 비어있었다. 직장을 폐쇄시킨 죄는 용서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그 직장 동료는 돌아오지 못했다. 수년간 몸담았던 일터는 허망한 과거가 됐다.
 
코로나의 공포감은 통증이나 치명률에서만 오는 게 아니다. 개인의 밥그릇까지 빼앗는 게 코로나다. 그 공포감이 스스로를 통제에 순응하게 만들었다. 나뿐만이 아닌 주위 사랑하는 사람들의 밥그릇까지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은 마스크의 갑갑함도 잊게 만든다.
 
코로나는 많은 이들의 일터를 빼앗았다. 확진자 뿐만이 아닌 통제의 그늘 속에 가려진 이들이 밖으로 내몰렸다. 코로나 정국에 여행과 유흥, 예술과 스포츠는 사치가 됐다. 벌이가 사라진 이들은 기약없이 정든 일터를 떠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일자리가 21만개가 넘게 사라졌다. 실업자 수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도 16만명이 넘게 줄었다.
 
이들은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다. 그동안 방역수칙을 준수했고 앞으로도 잘 지킬 테니 밥벌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말한다. 자영업자들이, 문화예술인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선 이유다.
 
이미 밥그릇을 빼앗긴 이들에게 코로나는 공포가 아닌 분노의 대상이다. 문제는 아직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코로나는 공포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방역이라는 이름의 폭력은 자영업자들의,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거리의 가게들은 밤 10시면 문을 닫아야 한다. 예술인들은 관객 없는 무대에서 재주를 뽐낸다. 이들은 여전히 눈물로 생존을 호소하고 있다.
 
나서야 할 정치는 나서지 않는다. 정치에서 코로나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확진자와 접촉했다고 자가격리에 나섰던 정치인이 한 둘이 아니다. 당연하고 올바른 행동이지만 자가격리가 일종의 훈장인 정치인에게 서민들의 공포감은 먼 나라 이야기다.
 
중요한 건 통계와 기록이다. 그토록 자화자찬했던 K-방역이 끝내 실패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든 사람들을 붙잡아야 한다. 모임을 금지하고 빠른 귀가를 강요했다. 그러곤 성과에 대해 말한다. K-방역의 흥행력이 떨어지니 이제는 K-회복이라는 단어를 들고 왔다. 지난 15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불평등을 함께 극복하는 K-회복 모델을 만들어 내겠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공개했다. K-경청이란 단어를 만들 생각은 없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코로나라는 공포는 오늘도, 내일도 우리를 휘감을 것이다. 불행히도 대한민국은 OECD라는 선진국 집단에서 가장 늦게 백신을 접종하는 국가가 됐다. 그나마도 가진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뿐이라 질병에 취약한 고령자들은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우리를 더 갑갑하게 조여온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지키기 위해, 또 누군가는 잃은 것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친다. 아무쪼록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코로나가 재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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