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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칼럼

‘역시나’로 끝난 WHO 코로나 기원 조사

박선옥기자(sobahk@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2-19 00: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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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옥 부장 (국제부)
 일찍이 지구상의 전 인류가 동시에 어떤 재난이나 전쟁 혹은 전염병에 휘말려 이토록 큰 희생을 치룬 적이 있었던가?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세계적 재난인 코로나19에 필사적으로 대응한 덕분에 각국은 백신을 보급하면서 차츰 조심스럽게 희망도 회복해가고 있다. 이 같은 세계적 팬데믹에 또 다시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의 사태가 어디에서 어떻게 출발한 것인지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조사팀을 중국 우한에 파견한 것도 코로나 기원을 찾기 위한 목적이었다. 조사팀은 지난달 14일 중국 우한 도착해서 2주간의 격리기간을 거친 후 29일부터 2주간을 예정으로 조사에 들어갔다.
 
피터 벤 엠바렉 박사가 이끄는 WHO 조사팀은 우한에서 화난(華南) 수산물 시장, 질병예방통제센터, 바이러스 연구소 등을 방문해 조사를 진행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이달 9일 예정보다 일찍 조사를 마친 WHO 조사팀은 중국 전문가들과 합동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의 초점은 코로나 발원지가 어디였는지, 그리고 코로나19가 사람과 동물이 함께 감염되는 바이러스에서 시작되었기에 최초 보유 숙주가 어떤 종류였는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합동 기자회견에서 조사팀은 그동안 코로나 발원지로 의심을 샀던 우한 수산시장과 관련해서는 자료가 불충분해서 정확한 확인이 어렵다고 했고, 우한연구소도 현장조사 끝에 바이러스 유출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을 이끄는 엠버렉 박사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의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에 대해 “극히 낮다”고 말하면서 관련 추가 조사는 필요하지 않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앞서 6일 외신에 따르면 조사팀 일원인 동물학자 피터 다스작 박사는 미국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한 시장이 코로나 발생 초기에 바이러스 확산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다스작 박사에 따르면 시장에서 장사하던 사람들이 미처 가게를 정리하지 못하고 떠나면서 장비와 도구들을 남기고 갔는데 이것들에서 유의미한 조사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단서를 발견했다”고 말해 기자회견에서 중대 발표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그 사이에 어떤 내막이 있었던 것인지 결국 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WHO 조사팀이 코로나 최초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에서 조사 활동을 벌였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원 규명에 실패함으로써 중국이 그동안 주장한대로 흘러가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WHO 조사팀장 격인 엠바렉 박사는 중간숙주 동물을 통해 인간에 전염됐을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 냉동식품 운송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설명했다. 이는 그동안 중국이 내세운 주장과 일치하는 입장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가 콜드 체인, 즉 수입 냉동식품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왔다.
 
결과적으로 이번 WHO 조사팀이 중국 우한에 가서 새롭게 밝혀낸 것은 없다. 하지만 ‘코로나가 우한에서 발원한 증거를 못 찾았다’고 말하는 것은 ‘코로나가 우한에서 발원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못 찾았다’고 말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어떤 언술을 택하느냐는 사안을 대하는 주체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은 WHO의 조사결과 발표가 나오자 즉각 반응을 보이면서 WHO가 우한에서 코로나 기원 규명에 실패한 것은 “중국 정부가 충분한 자료를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쐈다.
 
사실 이번 조사의 실패는 어찌보면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WHO 조사팀은 지난해 7월에도 코로나 기원 조사를 목적으로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WHO가 파견한 전문가 선발대 2명은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3주간 머물러 있었을 뿐 정작 진원지로 알려진 우한에는 발도 들여놓지 않고 돌아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당시 조사단 파견에 대해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을 포함해 바이러스에 관한 모든 것을 알면 더 잘 싸울 수 있다”며 그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WHO 조사팀이 3주 동안 베이징에 앉아 우한 근처에도 안 갔다”고 지적하면서 “스모킹 건(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을 찾을 기회가 이제는 없어졌다”며 우려했다. 그 우려가 이번 조사에서 현실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WHO의 중립성에 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가장 노골적으로 의심을 표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WHO의 입장을 보고 일반 네티즌들도 같은 우려를 보이고 있다. 오죽하면 ‘WHO(World Health Organization)’가 아니라 ‘CHO(China Health Organization)’로 개명하라는 비아냥까지 등장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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