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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과정서 삐걱거리는 국익

중국 시장에서 한국 상품 입지 흔들

글로벌 합종연횡에 한국 기업 배제 움직임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2-22 11:02:53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자칫 한국 경제가 외부 충격 때문에 사면초가에 빠질 공산이 커지고 있다. 특히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는 대내외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변국들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수출 1위 시장인 중국에서는 한국 상품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판세다. 코로나 영향도 있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은 완전히 결빙되지 않은 채 현재진행형이다. 일본과는 정권 간의 불협화음에다 여론 지지층 일부 강경 세력의 주도로 형성된 냉기가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오랜 기간 구축된 양국 산업 간의 상호보완적 연결고리에 파열음이 갈수록 더 생겨난다. 수년간 계속되고 있는 미·중 갈등도 우리에게 반사이익보다는 오히려 새우 등 터지는 손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일부 핵심 산업군에서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대만 기업들은 이 틈새를 이용해 우위 확보를 위한 행보에 가속도를 붙인다. 국내에서마저 기업 규제와 관련한 각종 규제가 더 강화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이 기댈 수 있는 구석이 더 좁아지고 홀로서기에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다.
 
우선 중국 수입 시장에서의 입지를 살펴보자. 작년 상반기 중국 통계 기준으로 한국 상품의 중국 시장 점유 순위가 3위로 내려앉았다. 중국과 일본의 댜오위다오(일본명·센카쿠) 영유권 분쟁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일본을 제치고 2012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이 1위 자리를 고수해 왔다.
 
그러나 최고조인 2015년 10.4%에 달했던 점유율이 2019년에는 8.5%까지 하락하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사드 보복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자본재·중간재에 이어 소비재에 이르기까지 전체 한국 상품의 고전이 목격된다. 대만과 일본 상품이 그 틈새를 파고들고, 업그레이드된 중국 토종 상품도 수입 시장을 잠식 중이다. 댜오위다오 분쟁과 사드 보복이 한·일 양국 상품의 중국 시장 내 입지를 역전시키고 있다. 세계 최대 중국 차(車)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지지만, 현대·기아차는 죽을 쑨다. 급기야 화장품 수입 시장에서도 일본에 수위 자리를 양보했다. 한창 불붙고 있는 중국인들의 ‘궈차오(國潮)’ 열풍에 따른 애국(愛國) 소비까지 한국 상품에 치명적이다.
 
문제는 단기간에 중국 시장에서의 우리 여건이 좋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의 사례는 한국 상품이 처하고 있는 현주소를 잘 대변해준다. 중국 신차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을 당시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시장점유율을 지속해서 확대·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판에서 비롯되었다. 수요가 줄면 공급과잉이 생겨나기 마련이고, 브랜드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는 것은 정해진 예정표다.
 
결과를 놓고 보면 중국 토종 브랜드의 맹추격과 일본·유럽 차종보다 경쟁력이 처지는 한국차가 시장에서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많은 전문가들이 현대·기아차가 뼈를 깎는 쇄신이 동반되지 않으면 중국 실지(失地)를 만회하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설계·부품 조달의 현지화로 상품성과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일본차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중국 시장의 대형화와 고급화에 더해 토종 브랜드들의 친환경차 시장 장악으로 이래저래 포지션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비단 차뿐만 아니고 모든 상품에서 유사한 형태의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평가다.
 
코로나19 이후 생겨나고 있는 시장 기회 선점하려는 기업의 행보에 국가가 걸림돌
 
한편으로 우리와 일본이 정서적으로 멀어지는 사이 대만과 일본의 밀월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일본에 이어 산업화를 통한 고도경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아시아의 네 마리 용(龍) 가운데 한국과 대만은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시절이 있었다. 양국이 경쟁적으로 일본 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기반을 구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우리가 앞서긴 했으나 반도체나 자동차부품 등 특정 산업군에서 대만이 우리보다 앞서가는 분야도 있어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현 정부 들어 우리와 일본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양국 제조업체의 상호보완적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있다.
 
반면 시장은 이와 정반대로 움직인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과정에서 일본과의 협력 수요가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우리와 비슷한 일본의 식민 통치 경험을 가진 대만은 정권 색깔과 무관하게 전통적으로 일본과의 협력을 매우 중시한다. 철저하게 실사구시(實事求是) 전략을 구사하며, 이익이 있으면 바로 행동에 옮긴다.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글로벌 시장 점유율 54%로 압도적 1위 업체인 TSMC가 일본·미국과의 제휴를 통해 반중(反中) 연합 전선에 합류하면서 시장 기류가 급변하고 있다. 한국과의 협력을 기피하는 일본에 과감하게 베팅한다. 미국 애리조나 공장 건설 착공에 이어 2100억원을 투자해 일본에 반도체 개발 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정, 일본 정부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고객사가 몰려 있는 미국과 반도체 소재·장비 선진국인 일본에 각각 거점을 확보해 경쟁사인 삼성을 제압하겠다는 포석이다.
 
난감한 쪽은 중국 시안에 공장을 두고 있으면서 낸시·파운드리 시설 평택 2라인 가동을 준비 중인 삼성전자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경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반도체 글로벌 수요는 증가 일로다. 미국, 유럽 등 각지에서 삼성과 TSMC 유치 경쟁도 점입가경이다. 중국은 반중 전선의 약한 고리인 한국을 계속 건드린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 보기를 하다가 굴러온 떡을 놓칠 수도 있는 판도다. TSMC의 선제공격은 삼성의 약점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글로벌 정치·경제 정세를 보면 표면적으로는 이념적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한풀 벗겨보면 냉정하게 경제적 실리에 치중한다. 4년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이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큰 틀에서는 미국과의 동맹국들이 반중 전선에 동참하지만, 경제적 이익이 걸린 문제에서는 각개전투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일본과 독일, 일본과 영국이 연합 전선을 형성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 사이에서 생겨나는 실익에는 민감하게 움직인다. 바이든 정부에서도 일본은 중국의 패권 의도를 견제하는 가장 중요한 아시아의 주춧돌이라고 치켜세운다. 일본은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도 중국에서 생겨나는 기회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에 비하면 우리의 전략은 너무 단순하고 유치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미·중·일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세계 경제 질서에 친구와 적의 구분이 없는 ‘친구이자 적(Frenemy, Friend+Enemy)’은 보편적 시대 흐름이다. 국가가 중심을 바로 잡아줘야 기업과 국민이 더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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