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휴대폰 망가져서…” ‘가족 사칭’ 메신저피싱 3배나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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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 1682억원… 대부분 ‘메신저피싱’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4-19 16:48:14

▲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계좌이체형) 피해금액은 총 1682억원으로 전년(2353억원) 대비 671억원 감소했지만 메신저피싱 피해액은 991억원으로 전년(373억원) 대비 165.7%(618억원) 늘어났다. ⓒ스카이데일리

#. 작년 12월 사기범은 피해자 A씨(62세, 주부)의 딸을 사칭하며 “엄마, 나 휴대폰이 파손돼서 급하게 휴대전화 보험 신청해야 해. 엄마 명의로 대신 진행하게 도와줘”라며 메신저톡을 전송했다. 이에 속은 피해자는 사기범으로부터 받은 메신저톡의 악성링크를 클릭해 원격조종앱이 휴대폰에 설치됐다. 또한 사기범에게 본인의 신분증 촬영본, 은행계좌번호 및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전달했다. 사기범은 원격제어를 통해 피해자 휴대폰에 설치된 금융앱에 접속해 해당 계좌 잔액 및 오픈뱅킹서비스를 통한 타행계좌 잔액은 모두 사기이용계좌로 송금해 총 2억6700만원의 자금을 편취했다.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 금액과 피해자 수는 줄었지만 가족·지인을 사칭하는 메신저피싱 피해는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했다. 자녀를 사칭함으로써 부모의 이성적 판단을 와해하는 공략이다. 사기범은 탈취한 신분증, 인증번호 등으로 계좌잔액을 인출하고 계좌를 새로 만들어 대출까지 받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9일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계좌이체형) 피해금액은 총 1682억원으로 전년(2353억원) 대비 671억원 감소했다. 2019년 이후 코로나19에 따른 사기활동 위축 등으로 피해금액은 대폭 줄어든 가운데 감소율은 65.0%에서 28.5%로 둔화됐다.

환급률은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피해금액 중 603억원이 피해자에게 환급돼 환급률(환급액/피해금액)은 35.9%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48.5%)보다 12.6%p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피해자 수는 1만8265명에서 1만3204명으로 5061명(27.7%) 감소했다.

주요 특징을 살펴보면 메신저피싱 피해가 급증했다. 지난해 메신저피싱 피해액은 991억원으로 전년(373억원) 대비 165.7%(618억원) 늘어났다. 피해비중은 58.9%에 달했다. 코로나19 이후 메신저 등을 통한 비대면채널 이용이 증가하면서 사기수법이 대출빙자형에서 메신저피싱으로 전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기관사칭 및 대출비장형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각각 170억원, 521억원으로 전년 대비 58.9%(244억원), 66.7%(1045억원) 줄었다.

코로나19 관련 백신접종, 재난지원금 또는 대선 여론조사 등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주제를 이용한 신종 사기수법도 발생했다. 백신접종 예약 인증, 방역증명서 발급 등을 빙자하며 개인정보 입력 또는 악성 URL주소를 보내 원격조종앱 설치를 유도하는 식이었다. 한시적 특별대출이라며 소비자를 유인해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기존대출 상환을 빙자하며 자금을 편취하기도 했다. 또한 여론조사기관을 사칭하며 대통령(지방)선거용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한다고 피해자를 속여 개인정보 입력 등을 유도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비은행 금융회사를 통한 피해가 증가했다는 점도 특이하다. 지난해 은행 피해액은 1080억원으로 전년 대비 38.1%(665억원) 감소했다. 증권사 피해액은 90억원에서 220억원으로 144.4%(130억원) 늘어났다. 이는 증권사 등 비은행권역의 비대면 계좌개설, 오픈뱅킹을 통한 피해사례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고령자 등 금융취약층 피해는 여전했다. 지난해 60대 이상 피해금액은 614억원으로 전년(686억원) 대비 10.5%(72억원) 줄어드는데 그쳤다. 20·30대, 40·50대 피해금액이 1년 사이 각각 44.2%(137억원), 34.5%(459억원) 줄어든 것과 상반된다. 2019년 이후 60대 이상의 피해 비중도 26.5%, 29.5%, 37.0% 등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금감원은 향후 △메신저피싱 등 주요 사기수법에 대한 대응 강화 △의심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 및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활용 △비은행 금융회사의 보이스피싱 대응 강화 △취약 연령대별 맞춤형 홍보·교육 실시 등으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할 방침이다.

메신저피싱 증가 우려가 있거나 신종 수법이 출현할 경우 금감원 소비자경보 발령 등을 통해 피해확산을 예방하고 원격조종 프로그램 작동 시 금융앱에서 앱 구동을 차단하는 기술을 도입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FDS 고도화 작업에 AI 등 신기술을 접목해 신종 사기수법에 대한 금융회사 대응력을 제고하고 이상행동 탐지 ATM 등 첨단기술을 이용한 금융사기 예방에 다른 금융회사도 참여하도록 독려할 예정이다.

아울러 비대면계좌 개설 시 본인인증을 강화하는 등 내부통제절차를 강화하도록 유도하고 오픈뱅킹을 통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회사가 관련 방책을 수립·시행하도록 자체점검을 지도한다. 금융소비자 연령별 특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홍보·교육을 온라인채널 등에서 적극 활용해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도권 금융회사는 전화·문자를 통한 대출 안내, 개인정보 제공, 자금 요구, 뱅킹앱 설치 등을 절대 요구하지 않는다”며 “대출을 빙자한 개인정보 요구, 기존대출 상환 및 신용등급 상향을 위한 자금이체 또는 현금전달을 요구하는 전화나 문자를 받은 경우 사기범과 통화하거나 답장문자를 보내 상담을 요청하지 말고 즉시 전화를 끊고 문자를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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