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고 싶은 미미 <45> 아몬드숲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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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아침 동화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5-06 09:47:06

이른 아침, 숲의 요정들은 사슴들이 사는 언덕으로 향했다. 멋진 뿔을 가진 아빠 사슴이 건강해진 가족들과 함께 요정과 미미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며칠 전만 해도 윤기를 잃고 배가 불렀던 사슴들이 활기를 찾은 모습은 보기 좋았다. 팡고른 요정은 사슴들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뿌듯해졌다. 그들은 떡갈나무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팡고른 재판장이 떡갈나무의 정면에 서고 그 왼쪽에 아몬드 요정 알프, 오른쪽에 떡갈나무 요정 리리가 자리했다. “이제 사슴을 해친 떡갈나무를 판결하는 법정을 엽니다.” 팡고른 재판장이 선언했다. 먼저 떡갈나무를 고발하는 알프 요정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과도한 독을 만들어 사슴 여러 마리를 죽음에 이르게 한 떡갈나무의 잘못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일주일 전 저는 평소처럼 이 사슴 언덕을 지나다가 사슴들이 죽어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놀란 저는 바로 사슴 가족에게 무슨 일인가 물었고, 그들이 즐겨 먹는 떡갈나무 잎이 병든 게 아닌가 하고 떡갈나무에게 가서 이 사실을 말했습니다.

하지만 떡갈나무에게서 시원한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급해진 저는 식물을 수호하는 백년의 동물 미미에게 가서 도움을 청했고, 미미는 바로 이곳으로 왔습니다. 미미는 여러 가지 조사를 했고 떡갈나무 잎에 독이 있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재판장님도 아시지만 식물과 동물은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식물이 동물을 해치는 것은 범죄입니다. 저는 독을 만들어 사슴을 죽인 떡갈나무에게 그에 합당한 벌을 내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이제 떡갈나무 요정 리리가 말씀하시지요.” 리리가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우리 식물들은 인간과 동물들에게 필요한 많은 것을 다 줍니다. 저의 떡갈나무도 그랬습니다. 아직 어린 나무이지만 봄에 나오는 새 순은 물론이고 많은 잎과 가지와 껍질을 동물들에게 주었습니다. 이곳에 사는 사슴 가족들은 유난히 떡갈나무 잎을 즐겨 먹었지만 저의 떡갈은 사슴을 좋아하고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떡갈나무가 독을 만들어 사슴을 죽일 이유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존경하는 재판장님께서 억울한 떡갈나무의 사정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떡갈나무에 독이 있다는 건 누가 알아냈지요?” “재판장님, 빅을 증인으로 세우기를 신청합니다.” 알프가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빅의 말을 들어보지요.” 빅은 부리부리한 눈을 한 번 굴리고는 말을 시작했다. “재판장님, 저는 많은 식물의 잎을 먹어봤기 때문에 그 안에 들어 있는 성분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떡갈나무 잎에 독이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이번에는 리리가 나섰다. “재판장님, 아빠 사슴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떡갈과 어떤 사이였는지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빠 사슴이 한 발 앞으로 나왔다. “재판장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와 제 가족이 이 언덕에 자리 잡을 무렵부터 떡갈나무와 저희들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우리들이 나무의 순과 잎과 가지와 줄기를 먹어도 떡갈은 우리를 미워하지 않고 잘 대해 주었습니다. 우리들은 늘 떡갈나무에게 감사합니다. 떡갈은 정말 좋은 친구입니다.” “흐음…. 이제 백년의 동물 미미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지요.”

“재판장님, 저는 떡갈나무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무의 몸은 화학실험실과 같아서 자기 마음대로 독을 올리거나 내릴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언가 어떤 원인이나 이유가 떡갈나무의 독 수치를 올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아직 알 수 없는 다른 문제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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