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롯데 임직원 이메일 훔쳐보곤 “정당방위”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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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2014년까지 약 3년간 이메일 30건 이상 전송받아
“해임 거론되면서 정당방위 차원… 구체적 의뢰는 아냐” 해명
日 재판부, ‘직무상 부정행위’ 판단… 경영자로서 부적격성 보여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0-27 15:48:20

▲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스카이데일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롯데홀딩스 이사직 해임 전에 일본 롯데그룹 임직원의 이메일을 몰래 훔쳐본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메일 무단 열람 행위가 ‘정당방위’였다고 변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신동아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2011년 초 추진했던 신사업 ‘풀리카’가 2014년 12월 사업성 부족·법적 리스크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초되면서 진행된 감사 때까지 약 3년간 롯데그룹 임직원 등의 이메일을 30건 이상 전송받아 몰래 훔쳐본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아는 롯데그룹 관련 사료와 기사, 관련 인물들의 증언을 모으면서도 신 전 부회장의 해임과 관련한 일본 법원의 판결문 2건도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롯데그룹과 이메일 시스템 위탁업무를 담당한 ‘ICL’이라는 회사의 대표가 신 전 부회장의 대학교 동창이었기 때문이다.

신동아의 취재에 따르면 당시 신 전 부회장은 일본 재판부에 이메일이 어떤 목적에서 어떤 방법으로 전송되고 있었는지 몰랐다고 털어놨다. 신 전 부회장은 “이메일 무단 열람에 대해 본인 해임이 거론되는 시점에 긴급피난적 정당방위 차원으로 ICL에 무슨 일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만 했을 뿐, 직접적으로 임직원 이메일을 전송해 달라고 구체적으로 의뢰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언급한 ‘본인 해임이 거론되는 시점’은 소매 점포에서 수집한 영상 데이터를 마케팅용 정보로 가공해 제3의 회사에 판매하는 식의 몰래카메라 기반 신사업 풀리카에 대한 감사가 진행됐던 2014년 11월 이후다.

다시 말해 2014년 11월 감사 이후부터 풀리카 사업이 막을 내린 12월까지 그가 주장한 정당방위가 인정된다고 해도, 2011년 10월부터 감사 이전인 2014년 10월까지는 정당방위 변명이 통하지 않아 보인다. 또한 본인이 해임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개인정보를 몰래 훔쳐보는 동시에 회사 정보를 외부 유출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는 용인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신동아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일본 재판부도 당시 신 전 부회장이 이메일이 전송된다는 사실을 인지한 채로도 ICL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과, 뭔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언급한 점을 보아 그의 지시 또는 요청을 받아 전송됐다고 판단했다.

일본 재판부는 이어신 전 부회장이 이메일 정보를 취득한 것은 임직원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이며, 3년여 장기간에 걸쳐 롯데그룹 전사를 부정하게 접속하고 정보누설 위험에 노출시킨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신 전 부회장이 직무상 부정행위를 했다고 보고, 경영자로서 부적격성을 나타냈다고 판결했다.

한편 신 전 부회장은 2014년 12월에서 2015년 1월 사이 일본 롯데홀딩스, 롯데서비스, (주)롯데, 롯데상사 이사직에서 해임됐다. 이후 본인 해임이 억울하다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과정에서 몰래카메라를 활용한 신사업 강행, 이메일 불법 사찰 등 내용이 법정에서 공개된 바 있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