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씨, 수조원 민생예산 막후 영향력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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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조원 당 지도부에 요구...29일 당·정·청 연석회의서 최종 결정

김승섭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1-11-28 00:35:49

민생예산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래권력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쇄신파가 민생예산 확보를 위해 세출예산 총액을 1~2조원 정도 늘려야 한다고 홍준표 대표 등 당 지도부에 각각 요구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박 전 대표의 요구가 있었으니 만큼 당 지도부는 오는 2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리는 쇄신 연찬회가 끝나는 대로 고위 당·정·청 회동을 갖고 예산증액 문제를 놓고 정부 측과 담판을 지을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약 3조원을 이미 민생예산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청와대에 요구할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따라서 민생예산이 어느 정도 규모가 될지는 모르지만 추가 편성이 확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민생예산은 이처럼 박근혜 전 대표 측과 당 쇄신파가 막후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요청에 따라 민생예산이 증액될 경우 서민들은 그만큼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포퓰리즘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최근 대전대학교에서 ‘내 마음속의 사진’을 주제로 학생들에게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제휴>

친박(친박근혜)계인 유승민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27일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세출예산을 증액할 필요가 있다”며 “박 전 대표가 강조하는 증액 예산에는 취업활동수당 신설과 대학등록금 및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근로장려세제(EITC) 강화 등이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당 지도부와 정책위원회에 복지와 일자리 등 민생예산 확대를 위해 정부가 제출한 326조1000억원 규모의 세출예산을 1조원 이상 증액할 것을 최근 요청했었다.

박 전 대표가 요구한 ‘취업활동수당’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비정규직 근로자 등이 일자리를 잃었을 때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수천억원의 추가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1조5000천억원 규모의 대학등록금 지원예산에 대해서는 대전 한남대 간담회에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에서 4000억원 정도를 증액했는데 이것도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여당이 정부가 제출한 예산의 증액을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내년 총선에 대비해 민생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 측은 재정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예산증액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당-정간 협의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반면 홍준표 대표는 최근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모아 주면 청와대와 다시 얘기해 수정예산에 준하는 예산을 우리 손으로 다시 만들어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어 “국민의 모든 관심사가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에 집중돼 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친박계 등 일부 의원들이 민생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내용의 수정예산 편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데 대한 방안 제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홍 대표는 나아가 “민생예산, 서민예산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그는 “민생예산 가운데 대학생 등록금 인하 예산과 보육예산, 비정규직 지원 예산, 청년창업 예산, 일자리 예산 부분은 철저히 챙겨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명 ‘박근혜 예산안’ 옳은 일인가

박 전 대표가 최근 적극적인 ‘청년 껴안기’ 행보를 통해 대학등록금 부담완화를 위한 재정투입, 핵심 직업능력 평가제도, 제로(0) 금리 학자금 등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를 공개하면서 이른바 ‘박근혜 정책’이 본격적인 검증의 무대에 오르게 됐다.

박 전 대표가 강연 등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각종 정책은 총선 또는 대선 공약 수준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한나라당 내에서 차지하는 박 전 대표의 비중 때문에 그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는 대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포퓰리즘(정책)은 당장은 그럴듯해 보여도 반드시 나라를 골병들게 한다”며 “결국 피같은 세금을 메우는 건 국민들 책임”이라고 스스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를 전후해 박 전 대표는 부쩍 청년층을 공략하기 위한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선거 운동 중 대학가 등 젊은이들이 몰리는 거리를 찾는 한편 젊은 직장인들과 여러 차례 간담회를 열어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패배로 ‘2040 세대’의 민심이반이 확인된 뒤 박 전 대표는 이들을 향한 ‘스킨십 행보’를 통해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대전대학교에서 4년여만에 첫 외부 특강에 나선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지방대 학생의 취업을 위한 방안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핵심 직업능력 평가제도’라는 정책을 공개했다.

박 전 대표는 “지방대를 나와도 경쟁력이 있다면 취직하는데 지장이 없어야 한다”며 “직무에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그리고 본인이 그 일을 해 낼 수 있느냐를 평가하는 핵심 직업능력 평가제도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대전지역 사립대 학생회연합과의 대전대 특강과 대화에서 한-미 FTA, 대학등록금 등 무거운 주제에서부터 개인의 신변사까지 스펙트럼을 넓혀가며 대화를 이어가는 행보를 보였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FTA 기습처리를 성토하는 학생들의 질문에 “경제영토를 넓히는 발전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회기 내에 통과해야 한다는 소신이 있었다”고 답했다.

‘내 마음속의 사진’을 주제로 대형 스크린에 사진을 띄운 박 전 대표는 사진에 얽힌 생각을 이야기하며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 식의 프레젠테이션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편 개그맨 최효종 씨에 대한 강용석 의원의 ‘국회의원 모욕죄’ 고소·고발 사건과 관련, 박 전 대표는 학생들에게 “국회의원과 코털의 공통점은 조심해서 뽑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김승섭 기자 s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