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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적 사랑의 세계를 펼쳐 온 김남조 시인이 10일 오전 숙환으로 타계했다.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고인은 시력만 76년으로 시단의 어른이요, 어머니로 큰 존경을 받았다.
1927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8년 서울대 국어교육과 재학 시절 연합신문에 시 ‘잔상’, 서울대 시보에 시 ‘성수’를 발표하며 시작 활동을 시작했다. 오로지 시 쓰는 일 하나로 외길 인생을 걸어온 고인은 생전 1000여 편에 이르는 시를 남겼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고인은 광복과 6·25전쟁 등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관통하면서 생명사랑과 인간존중에 대한 시철학을 갖게 되었다.
여성 시인이 드물던 1950년대에 고인은 첫 시집 ‘목숨’을 낸 이후 ‘사랑초서’ ‘바람세례’ ‘귀중한 오늘’ 등 다수의 시집을 출간하며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드러냈다. 가장 최근인 2020년 출간한 19번째 시집 ‘사람아, 사람아’에서도 고인은 생명사랑에 대한 마음을 놓지 않았다.
고인은 2017년 90세 되던 해 ‘시계’로 정지용문학상을 받았으며, ‘겨울바다’ ‘설일’ ‘정념의 기’는 교과서에 실렸다. 가수 송창식의 노래 ‘그대 있음에’는 고인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고인의 남편은 광화문광장의 충무공 이순신 동상을 제작한 조각가 고 김세중(1986년 작고)이다. 오랜 시간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으로서, 아흔이 넘는 고령에도 정열적으로 꾸준히 시를 발표하며 많은 시인의 귀감이 되어온 고인은 2015년 김세중기념사업회를 통해 예술인의 작은 무대인 ‘예술의 기쁨’을 마련하기도 했다.
서울 효창동 소재의 자택을 헐고 신축한 이 작은 회관에서는 시낭송회, 출판기념회, 작은 음악회, 연극 공연을 갖고 있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아들 김영·김범(설치미술가) 씨가 있으며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다. 장례는 한국시인협회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1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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