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고금리 악재… “내년 금융업 4.3% 성장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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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기업부채 눈덩이… 부동산 PF 위기도 변수
은행업 보합… 보험업은 양호·여신전문업은 부진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25 10:57:49

▲ 25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금융업의 순영업수익 증가율은 4.3%로 올해 추정 증가율(4.8%)보다 0.5%p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스카이데일리

경기회복 기대에도 대내·외 불확실성과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내년 금융산업이 4.3% 소폭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누증된 가계부채·급증한 기업부채·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이 유의할 변수로 꼽혔다.

25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4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은행업이 보합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보험업이 비교적 양호한 반면 여신전문업의 부진은 계속될 것이다”며 이같이 밝혔다.

내년 금융업의 순영업수익은 총 141조6000억 원으로 올해 순영업수익 예상치(135조7000억 원)보다 4.3%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추정 증가율(4.8%)보다 0.5%p 낮다.

우선 은행업에 대해 다소 낮게 성장할 것으로 봤다. 대출증가율이 지난해 4.9%에 이어 올해 3.5%, 내년 3.4%로 내려가며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가계대출의 경우 부동산 경기가 소폭 개선되면서 주택대출이 증가하겠지만 고금리 부담으로 신용대출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대출은 시설자금 등 중소기업의 자금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급증했던 대기업대출이 회사채 시장 회복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순이자마진(NIM) 하락과 대손비용 증가로 순이익 증가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업에 대해서는 금리인하와 기업실적 성장 기대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에 따라 위탁매매·S&T(상품운용)를 중심으로 실적 회복이 기대된다. 다만 투자은행(IB)부문은 기업의 직접자금조달 수요 증가에도 부동산 경기회복 지연으로 수익을 뚜렷하게 개선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보험업은 새로운 회계기준 적용에 따라 보장성보험 위주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봤다.

생명보험은 저축성보험 판매가 둔화되나 손해보험은 장기보험 성장으로 양호한 수익을 거둘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당국의 가이드라인 제시 등 회계기준 변경 효과가 완화되면서 수익성은 정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온라인플랫폼을 통한 보험 비교 추천이 활성화되고 GA(보험대리점)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제판(제조·판매) 분리가 정착될 것으로 봤다.

여전업에 대해서는 여전채 조달비용 부담이 지속되면서 수익성을 개선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신용카드업은 명목소비 둔화로 결제부문이 보합세에 그치고 조달비용과 충당금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다.

캐피탈업도 자동차 산업 회복으로 리스·할부가 성장하겠으나 조달비용 및 부동산 PF 관련 대손비용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업에 대해서는 은행과의 예금금리 경쟁과 부동산 PF 부실 가능성 등으로 적자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내년 금융산업은 완만한 경기회복으로 성장성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겠지만 수익성은 고금리 기조에 따라 업종 간 차별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특히 시장조달에 의존하는 여전업의 경우 유의가 필요하고 전쟁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위험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무리한 성장보다는 내실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누증된 가계부채와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기업부채, 이연된 부동산 PF 부실을 유의해야 할 변수로 지목했다. 금리인하와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부실이 표면화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리스크관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아파트 외 주택·지방 건설사업장 부동산 PF 등의 비중이 높은 비은행권이 더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사들의 건전성 지표는 아직까지는 양호한 편이지만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은행의 중소기업·가계여신 및 비은행업권 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자영업자 대출 부실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금융사들이 내년에 불확실성에 대응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도 사업구조 혁신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양한 온라인플랫폼·GA 등을 통해 비교추천과 제판 분리가 정착되고 강화된 자본규제와 금융혁신을 위한 규제완화가 동시에 시행된다는 점에서다.

류 연구위원은 “내년 금융사들은 단기적인 위기 대응을 최우선으로 하되 생산성 향상, 지속가능한 사업모델 구축에도 힘써야 한다”며 “고금리·강화된 자본규제에 더해 고령화가 고착화되는 만큼 금융산업은 이제 고비용 구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여 효율성 제고 노력을 강화해야 하고 금융플랫폼을 고도화 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시니어 케어·토큰증권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구체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