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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 삶 속에 들어간 힐링예술 만듭니다”

인간·환경·예술의 조화…공공 설치미술계 팔방미인 배수영 씨(작가)

김진수기자(jinsuac@skyedaily.com)

기사입력 2014-08-11 0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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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영 작가는 국내 공공미술계에서 상위 레벨로 손꼽힌다. 배 작가는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동시에 시민이 참여하는 조형미술을 제작함으로써 미술의 저변확대에 힘쓰고 있다. 그는 작품 제작에 있어 기획과 아이디어 구상만 적게는 1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대중성과 공익성을 감안해야하기 때문에 아이디어 구상이 쉽지 않다는 것이 배 작가의 설명이다. 공공 설치미술은 실내보다는 실외에 설치하는 작업이 많기 때문에 날씨와 기후의 영향으로 작품이 변질되기도 한다. 유동인구의 성별과 나이 등을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배 작가는 평면 그림이 아닌 거대한 조형물 설치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가 사용하는 소재로는 인공 잔디, 페트병, 산업폐기물 등이며 이를 활용해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킨다. 이 작품들은 환경의식을 고취시키면서 도시 미관을 정화시켜주기도 한다. 배 작가는 관람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시공간 안에서 문화적인 편안함을 주기 위해 작품 아이디어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지금은 인정받은 설치미술 작가이지만 어릴 적에는 넉넉하지 못한 집안형편으로 부모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스카이데일리가 공익설치미술계에서 이름난 배수영 작가를 만나 그의 예술관과 작품세계를 들어가 봤다.

 ▲ 배수영 작가는 공공미술·설치미술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배 작가는 어려서 부터 미술에 꿈을 가졌고 고등학교 졸업 후 홀로 일본으로 건너가 미술을 공부했다. ⓒ스카이데일리

“공공미술은 공익적인 뜻을 둔 조형미술을 제작하는 것으로 관람객과의 소통을 많이 필요로 합니다. 이를 위해 대중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주제로 눈높이에 맞춘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배수영 작가는 친환경 설치미술가다. 그녀는 공익적인 미술작품을 제작·전시하면서 대중과의 소통을 하고 있다. 활동범위는 국내를 넘어 일본·중국 등에서도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는 국내 공익미술계의 수준을 한층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 작가는 1973년 2녀 중 장녀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그림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다섯 살도 안 되는 무렵에 지나가는 병아리를 크로키 하듯이 그림을 그릴 정도였다. 학창 시절에는 축제 기획·연극 무대 설치 등 연출가의 능력도 발휘했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그가 예술가가 되기를 반대했다고 한다.
 
 ▲ 작업을 하고 있는 배수영 작가. 그녀는 미술에 선천적인 재능이 있었지만 부모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스카이데일리

“저는 선천적인 재능으로 미술에 두각을 보였지만 집안형편으로 그림을 그리지 못했었죠. 부모님은 미술에 들어가는 재료가 많아 반대하셨습니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중고 피아노를 구입해 주셨고 초등학교시절에는 피아노와 함께 살았습니다”
 
피아노를 접한 배 작가는 실력이 출중했고 특기를 살려 선화예중에 입학을 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이 오히려 경제적으로 더 많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는 일반 중학교로 전학을 했다고 한다.
 
“부모님이 어렵게 맞벌이 하면서 피아노를 구입했는데, 부모님은 제가 피아니스트로 성장하기를 기대하셨죠. 하지만 레슨비가 40분에 30만원일 정도로 고가여서 그 비용이 감당이 안됐습니다. 그래서 피아노를 포기하다시피 했습니다. 이후 음악보다는 미술에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주위 친구들이 신기하게 바라볼 정도로 그의 회화실력은 뛰어났다고 한다. 계속 미술 공부에 매진하려고 했지만 부모의 계속된 반대에 많은 상처를 받기도 했다. 미술가가 돼도 생활이 어려워 질 것이라서 부모가 반대했던 것이다. 부모의 호된 꾸지람에도 불구하고 그의 열정만큼은 꺾지 못했다. 배 작가는 고등학교 졸업 후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으로 홀로 유학을 떠났다.
 
부모지원 없이 홀로 유학의 길 선택
 
“부모님은 제 의지를 꺾지 못했습니다. 저는 비행기 값과 옷 몇 벌을 주섬주섬 들고 일본행 비행기에 무작정 몸을 실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일본어 공부를 했지만 막상 일본에 가보니 일본문화와 일본미술계의 관습은 제게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재정적인 부분이 힘들었기 때문에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굳게 믿은 배 작가는 학창시절 회장과 부회장을 맡았던 이력으로 오사카예술대학교 유학생 회장이 됐다. 이를 통해 장학금을 지원받았고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는 미국·중국·유럽권의 다양한 유학생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미술세계를 이해했다. 배움의 길이 다양하고 많았기 때문에 그는 1분 1초를 아끼며 미술공부에 매진했다. 2004년에 오사카 예술대학교 예술계획학 학사를 취득했다. 이후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예술제작학 석사, 예술학 박사를 연달아 취득했다.
 
“외국 유학생활은 녹록치 않았지만 작품 활동과 갖가지 아르바이트 등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해 버텼습니다. 졸업 작품에서는 ‘한국의 한’을 주제로 전시를 했습니다. 이후 박사까지 모든 학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 쉽지 일본 유학생활을 하면서 그녀는 세계 각국의 미술문화를 접하며 안목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스카이데일리

“유학생활 어려움 녹아든 제 작품의 주제는 ‘힐링’입니다”
 
그의 작품 주제는 ‘힐링’의 범주에 있다. 배 작가는 유학시절을 통해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심신이 많이 지쳐 이 같은 주제를 저절로 정한 것이었다.
 
“유학시절에 저는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설치미술과 공공미술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 자신을 돌아봤고 자연스럽게 주제가 ‘힐링’으로 이어졌습니다. 현재도 이 범주에서 작품을 만들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휴식이 되는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자연이 선사하는 편안한 휴식이 작품으로 이어지게 됐다.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전시하면서 관객과 소통으로 공감대 형성에도 신경을 썼다. 일본에서 약 18년을 활동한 배 작가는 성공적인 작품을 선보였고 설치미술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 배수영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들. 배 작가는 ‘힐링’ 열풍이 불기 전부터 힐링에 관심이 많았다. 힐링을 주제로 한 그의 작품은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사진=씨에이치이엔티>
 
배 작가는 2006년 ‘녹’이라는 작품으로 데뷔했다. 이후 설치미술가로서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일본에서 도요타 자동차와 함께 공공성이 담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 하얏트 호텔 미술관, 한국 대사관 문화원 등에서 전시도 했다. 이후 2011년에 귀국했고 문화예술 기획사인 씨에이치이엔티 소속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07년 11월에 ‘군중-무리’라는 주제로 홍익대학교 인근 상가거리에서 전시했습니다. 300장의 기모노 천에 그림을 입혀 전시했지요. 전시한지 며칠이 안됐는데 손상된 작품이 너무 많았습니다”
 
“누군가 담뱃불로 구멍을 내기도 하고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해 찢기도 했습니다. 또 인근의 노점상들이 제 작품이 가게를 가린다며 치우기도 했었죠. 저는 구청에 허가를 받고 전시를 하는 것이었지만 작품이 훼손돼 가슴이 아팠습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문화적인 차이를 겪으며 실망했지만 결코 낙담하지는 않았습니다”
 
배 작가는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노점상들과의 타협을 시도했다. 그녀는 노점상에게 다가가 떡볶이와 순대 등을 먹으며 작품전시를 잘 봐 달라는 부탁을 했다. 또 후배들에게도 작품훼손을 같이 막자고 도움을 청했다.
 
“오랜 외국생활로 한국의 문화의식 실태를 몰랐는데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대중들에게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해 공익성이 담긴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하고자 노력했었죠”
 
그는 설치미술이 공간과 주변 환경 그리고 날씨가 매우 중요한 것을 알았다. 이 같은 경험으로 대중들이 미술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을 시작했다.
 
세월호의 슬픈 유가족을 애도하며 작품 전시
 
“얼마전 한 갤러리에서 제안이 와서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때 세월호 사건이 터졌습니다. 국민들은 슬픔에 잠겨 애도의 물결이 흘렸죠. 저 역시 가슴이 너무 아파 작업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작업은 중단됐습니다. 가슴이 아픈 상황에서 공익성이 있다는 명분으로 전시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세월호의 유가족을 위로해 주는 작품을 전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배 작가는 서울 한강공원 난지캠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작품전을 열었다. 개인전 ‘Trans-Being’을 열고 대형 컨테이너 2동을 활용해 녹색과 빨간색의 조화로 만들어낸 작품을 선보였다. 이곳에 노란 리본을 묶어 아픈 마음을 표현했고 인근 주민들 역시 리본을 묶으며 세월호 애도의 뜻을 같이 하기도 했다.
 
“공공미술은 소통입니다. 예술가는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대중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끊임없는 아이디어를 구상해야 하고 완벽성 높은 작품을 추구해야 하죠.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작품을 구상했습니다. 작품을 통해 저와 주민들이 함께 애도에 동참 할 수 있었습니다”
 
 ▲ 배 작가는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기획만 길게는 1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런 노력에도 사람들의 무관심과 일부 사람들의 작품 훼손 등으로 가슴 아팠던 사연들을 토로했다. ⓒ스카이데일리

“작업을 진행하다보면 뜻하지 않게 지역 주민들의 무관심이 상처가 될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 정말 머릿속이 하얀 페인트처럼 되고 작업하는 내내 가슴이 아프고 무거울 때가 많습니다. 혼자 서러워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요”
 
귀국 이후 그는 국내에서 굵직한 작품만 약 10여점을 만들어 전시했다. 이외에 공익적인 요소가 담긴 디자인과 기획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미술계에서 팔방미인으로 통하고 있다. 배 작가는 오는 29일 충남 공주에서 열리는 ‘2014 금강자연비엔날레’에서 작품을 전시할 예정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다.
 
“현재 안전행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인증한 약 6500개 착한가격업소의 실내외 디자인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착한가격업소는 원가절감 등 경영효율화 노력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서민의 가계 부담을 줄여주는 업소를 정부가 지정한 곳입니다. 이 가계의 공간을 최대한 반영해 만족스러운 디자인을 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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