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로또 청약’ 사라졌어도 청약통장은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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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30 00:02:30

고공행진 중인 아파트 분양가에 청약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당첨만 되면 억대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고 당첨이 어려워 ‘로또 청약’이라 불리던 시절의 열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자연스럽게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가입자도 증가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의 집계를 보면 2010년 이후 증가하던 주택청약 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부동산시장 호황기가 2022년 7월 이후 본격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2022년 6월 2859만9279명에서 올해 1월 말 기준 2697만9374명으로 줄었다. 1년 반 동안 161만9905명이 청약통장을 해지한 것이다.

민간아파트 분양가도 치솟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862만 원으로 1년 전(1586만 원)보다 17.24% 뛰었다. 서울 지역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801만 원을 돌파했다.

2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기본형 건축비도 6개월 만에 기존 197만6000원에서 203만8000원으로 3.1% 올랐다. 기본형 건축비는 공공택지와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등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에서 공급되는 주택에 적용된다. 레미콘 등 자재비와 노무비가 오르며 기본형 건축비는 2022년 3월 182만9000원·2022년 9월 190만4000원·2023년 3월 194만3000으로 꾸준히 올랐다.

건설업계에서는 원자잿값 급등에 공사비·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이쯤 되다 보니 대형 건설사들도 매출 증가에도 영업이익이 감소하자 줄줄이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고 새 먹거리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어 분양 시기·분양가 책정에 어려움이 많다”며 “수익을 내지는 못하더라도 손해를 보면서까지 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지 않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분양 공고만 내면 100% 완전 판매가 이뤄지던 때와 달리 분양가 민감도가 커지면서 분양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곳을 중심으로 먼저 사업을 진행하자는 분위기가 생겼다”며 “사실 시공사나 조합 입장에서는 낮은 분양가에 청약 1순위 마감·완판을 기록하는 것보다 조금 경쟁률이 낮더라도 수익성을 보장하는 분양가에 천천히 완판을 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늘의 분양가가 가장 싸다’는 청약시장 분위기를 수요자들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됐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자금 납부 일정이 빡빡한 후분양 단지들을 제외하고는 청약 경쟁률이 낮았던 단지들에서도 완판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실수요자들은 입지와 브랜드만 괜찮다면 준신축·구축 단지 매매보다 분양가가 조금 높더라도 자금을 나눠 납부할 수 있고 입주할 때 신축 프리미엄으로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청약을 선택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당장 내 집 마련 계획이 없고 한 푼이 아쉬운 2030세대는 청약통장에서 고금리 예·적금 특판 상품으로 갈아타는 분위기다. 부동산 어플리케이션 다방이 1월 가입자 3103명을 대상으로 주택청약제도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30세대 약 40%가 ‘주택청약제도는 실효성이 없다’고 답했다. 청약통장을 한 번도 개설한 적 없거나 중도 해지·해지 예정이라고 한 응답자도 전체 24.7%를 차지했다.

하지만 청약통장 해지만큼은 신중히 해야 한다. 올해 정부는 만 19~34세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 ‘청년 주택드림 대출’ 등을 통해 제도 보완에 나섰다. 특별공급 청약 시 결혼이 불이익으로 작용해 혼인신고를 미루던 신혼부부들을 대상으로 장기 가입자 우대·배우자 청약통장 가입 기간 합산·부부 중복 청약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은 청약제도 개편도 3월25일 본격 시행됐다.

정부 정책에 힘입어 청약 통장 가입자도 2월 말 2556만3099명·3월 말 2556만8620명으로 약간 늘었다. 청약제도가 청년들에게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매달 납부하는 무의미한 지출이 아닌 든든한 주거 마련 사다리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박상훈 기자 ps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