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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深頌(심송) 안호원 목사(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세월호특별법과 연일 터지는 병영사고, 대형교통사고, 살인사건 등의 기사를 보면서 참담한 심정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나’라며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그러나 그 분노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을 향한다.
이 사회를 이렇게 만든 사회 조직의 한 일원으로서 자괴감을 떨쳐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이 더욱 참담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요즘 정치권의 돌아가는 행태를 보면 정말 누구의 말처럼 대한민국 땅을 떠나고 싶을 정도로 짜증이 난다. 국민이 낸 혈세로 세비를 받는 의원들 모두에게 급여지급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싶을 정도다.
세비는 때만 되면 꼬박꼬박 받아 챙기면서도 법안 다루는 것은 뒷전이다. 도대체 대한민국 국회가 다룰 법안이 세월호 특별법만 있는 건지 민생법안들이 새정치연합의 생떼 때문에 긴 낮잠을 자고 있다.
나라 경제가 어떻게 될지 크게 우려된다. 세월호특별법 통과를 놓고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가 하는 행태를 보면 지난 이명박 정부 때 우리 경제를 침체 상태에 빠트렸던 ‘수입쇠고기 파동’ 촛불시위가 연상되면서 걱정이 앞선다.
지난 7.30 재·보선 때 권은희 ‘하나’를 얻기 위해 ‘열’을 잃은 ‘우’(愚)를 범하며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은 바 있는, 말로만 ‘새정치’를 부르짖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여전히 세월호 특별법에만 사활을 걸고 의회를 마비시키고 있다.
특별법 이외도 시급하게 처리돼야 할 더 많은 민생법안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국민이 있다는 것을 잊었는가 보다. 다수의 말 없는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새정치연합이 추진하는 세월호특별법 재협상이 무산되면서 우려했던대로 국회가 얼어붙었다. 이로 인해 본회 일정조차 힘든 상황이어서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 민생법안 처리도 올 스톱 될 위기에 직면했다.
새정치연합은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하고도 오히려 세월호 유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특별법을 고집하다 특검추천권으로 말 바꾸기를 하면서 그 책임을 새누리당에 전가하는 어처구니없는 짓거리를 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언제인가부터 여·야 대결에서 대화보다는 오직 이기는 정치에만 골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도 재협상을 요구하는 강경파 의원들은 130명 중 44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숫자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목소리가 큰 소수 강경론자가 당의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 신인 안철수 세력과의 통합을 통한 새정치연합의 계파청산 및 혁신 시도는 결국 안 공동대표의 사퇴로 한갓 물거품이 됐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백가쟁명(百家爭鳴 : 여러 사람이 서로 자기주장을 내세움) 식으로 각종 민생법안은 제쳐두고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논란만 거듭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김한길이 바라던 대로 국민들이 회초리를 들어 치고 심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특별법을 담보로 다른 법안 통과를 거부하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재보선 참패 이후 그 결과에 대해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강경파를 자처하는 친노계파가 때를 만난 듯 큰 목소리를 내면서 계파 간 갈등의 조짐을 보이는 등 ‘도로민주당’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말들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당이 정책정당으로 거듭나고 싶어도 뿌리 깊이 밖힌 계파논리에 동력을 잃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당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훈계받기를 싫어하는 자는 자기의 영혼을 경히 여김이라 견책을 달게 받는 자는 지식을 얻느니라” <잠언 15 : 32>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경제활성화 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있는 국회를 향해 “지금 과연 정치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냐, 이것을 자문해보아야 할 때”라며 “이것(경제 살리기)을 정부 탓으로 돌릴 것이냐, 정치권 전체가 책임을 질 일이다”라고 질책을 했다.
또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는 가운데 “정치가 국민을 위해서 있는 것이지 정치인들 잘 살기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 국회가 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시커멓게 탄다”라고 지적하며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모든 정책들도 정치권과 국회에서 국민의 입장을 우선하며 초당적인 협조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세월호특별법,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개정안),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안)등의 처리도 촉구하면서 “부패가 결국은 인명까지도 앗아가는 상황 속에서 먼저 이런 법안을 사심 없이 통과시키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 아닌가 생각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회의 돌아가는 꼴을 보면서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 놓은 것이다. 박 대통령의 말 대로 모든 정책은 정치권과 국회가 국민을 우선으로 하는 초당적인 입장에서 협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계파 싸움만 일삼는 국회의원들은 이 말을 귀담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이제는 세월호특별법이란 말이 듣기에도 지겹다는 말이 사방에서 나온다. 심지어 이 나라에는 세월호 유가족만 있느냐는 원성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회기에 다룰 법안이 세월호특별법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더 많은 민생법안들이 산적해 있다.
감히 지적하고자 하는데 세월호특별법은 그 유가족 동의가 아닌 국민들의 동의와 공감대가 먼저 선행돼야 통과 될 수 있다. 국가 유공자에게도 없는 특혜를 유독 단순 해상사고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만 적용한다는 것은 법의 형평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어떠한 명분도 서지 않는다.
그 누구의 죽음의 가치도 값으로 따질 수 없고 헛된 죽음은 없다. 가슴이 아프고 지울 수 없는 슬픔이지만 이제는 가슴에 묻어 둔 채 붙잡고 있던 아이들을 자유롭게 놓아줘야 한다. 언제까지 국장(國葬)도 아닌데, 조국을 지키다 전사한 국군도 아닌데, 빈소(殯所)를 차려놓고 아이들을 담보로 법질서를 무너트리는 특별법 통과를 고집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이는 억울하게 희생 된 아이들의 죽음을 욕보이는 것이다. 한 가지를 탐하다가 더 많은 것을 잃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한 마음이 되어 애도를 표시하며 슬픈 마음이었지만 야당의 무리한 특별법 통과 고집과 시민단체의 시위, 유가족들의 정도가 넘치는 무리한 요구 등으로 인해 애도의 그 순수한 마음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양측이 서로 한 발짝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백여 개가 넘는 민생법안 논의도 당분간 정지될 처지다. 새정치연합 내 강경파의원들은 세월호특별법과 관련, 새누리당의 양보가 없으면 본회의뿐만 아니라 26일부터 시작될 예정인 상반기 국정 감사도 거부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국민들을 우습 게 보고 스스로 의회 의원이기를 거부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며, 직무를 유기하는 처사로서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산적한 경제민생법안을 세월호특별법 한 건 때문에 거부하겠다는 것은 크게 지탄을 받아야 마땅하다.
철부지 어린아이 같은 떼를 쓰는 모습은 좋지 않다. 오히려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민들이 가졌던 애도의 마음이 돌아설 정도가 됐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아무리 단 맛을 내는 설탕도 지나치면 제 맛을 내지 못한다.
일부 진보 시민단체나 종교단체의 사람들을 면면히 살펴보면 하나같이 과거 촛불 시위에 나서 나라 경제를 흔들어 놓고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장본인들이다. 솔직히 말해 반정부 세력들로 전문 투쟁꾼들이다.
그들이 이번에도 그 근성을 드러내며 대통령의 책임론을 내세우면서 현 정부를 흔들어 놓고 있다. 허하지만 지난 재보선 때처럼 국민은 그들에게 현명하고 준엄한 심판을 할 것이다.
“사람의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 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16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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