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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도시 진해에서 그것도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던 해군사관학교 부지에서 지역 축제와 같은 방위산업전이 열리다니 믿기지 않는다.”
24일 막을 올려 나흘째를 맞는 26일, 평생을 진해 토박이로 살았다는 50대 시민은 ‘2024 이순신방위산업전’을 관람한 후 이 같은 심경을 밝혔다. 창원특례시와 공동 주최한 만큼 지역축제로 변모한 모습이었다. 군사지역으로 지도에도 노출되지 않는 데다 평소 부대 출입증을 별도로 발급받지 않으면 통행이 불가능했던 해사 내부가 지역 주민과 외지인에게 개방된 것 자체가 놀라움의 연속이라는 찬사가 곳곳에서 터졌다.
셔틀버스와 개인 자가용에 택시까지 해사 출입이 가능해진 것도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해사 정문까지만 택시를 운영하던 기사들도 해사 정문을 넘어 본 것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행사장에는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지역주민들이 몰려와 인산인해를 이룬 모습이었다. 모병 부족에 해사와 해병대 육군3사관학교까지 나섰다. 방위사업전이 기존 방위 사업 전과 달리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문화 축제의 장으로 변신한 것이다.
26일 현장에서 만난 창원특례시 관계자는 “이번 이순신 방산 전은 진해 군항제와 같은 지역축제 열기를 이어나가면서도 진해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지역축제로서 ‘이순신 방산전’을 즐기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다채로운 지역주민 참여 행사를 함께 구성하고 기획한 만큼 모두 한 마음으로 방산전을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방위산업전으로 기업은 해외 진출 기회를 마련하고 지역민은 부대행사로 이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글로벌 방산 복합 문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2020년부터 짝수 해에 개최되는 본행사의 앞 행사는 2022년 12월에 열렸는데 당시는 20여 개국 국방무관과 80여 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했다. 올해는 역대급 규모로 개막식에 참석한 국방무관은 26개국에 이르렀으며 참가 기업과 기관 수는 100여 개에 달했다. 주최 측은 이번 방위산업전의 ‘부대행사’는 역대급 스케일이라고 자신했다.
모두가 함께하는 군사문화 정착에 앞장선 이들은 최첨단 무기체계 체험을 개방했다. 해사 충무광장에서는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드론 축구 체험과 가상현실(VR)을 이용한 드론 비행 시뮬레이션이 열렸고 연병장 앞 부두는 거북선 탑승 체험 공간이 별도로 마련됐다. 여기에 해사와 해병대 그리고 해군특수전전단(UDT)도 체험전에 가세했다. 이들은 군복·무기 체험, 사관생도 복장 체험을 제공했다.
해병대 장비와 수색부대 장비 물자도 전시됐다. 오리발·잠수복·다목적 방탄복·돌격 소총·청력 보호 헤드셋 등 미디어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군인 아이템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해병대 특수수색대의 81㎜ 박격포·K15 경기관총, 12게이지 산탄총과 굴절총 등 특수작전에 동원되는 무기체계도 시선을 모았다. 이 곳을 찾은 한 해사 생도는 “다른 건 몰라도 UDT 옷을 입어 보는 게 평소 꿈이었다”며 미소를 지어 보이며 UDT 요원의 도움을 받아 군복을 체험했다.
특히 UDT SEAL로 미디어에서 큰 호응을 얻은 ‘해군 특전사’ 복장을 입어보기 위해 부스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부스 관계자는 “UDT 복장은 한 벌을 입기만 해도 최소 1억2000여 만 원 수준”이라며 “모든 군복이 특수전 상황에 최적화하여 디자인된 옷들”이라고 설명했다.
K1A2 전차와 K9A1 자주포 등 해병대가 운영하는 차륜형 장갑차와 사격지휘차 등 30여 점의 실물 무기체계가 전시된 연병장 앞은 어머니들과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전차의 성능과 기능 등에 문의하는 모습이었다.
이를 직접 타볼 수도 있었다. 평소 방산전을 자주 다닌다고 언급한 관람객은 “K1A2전차 안에 직접 들어가 전차병과 K1A1전차와 차이점 등에 대해 직접 문의했다”며 “전차를 볼 수는 있었지만 직접 타본 건 처음”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전차를 설명하는 해병은 상륙작전의 특징을 언급하며 해군과 해병대의 차이를 관람객들에게 친절하게 전했다.
최근 지원율 급감과 병력 자원 절벽 추세에 생도와 병사 모집에 나선 각 군들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특히 정예 장교 육성 목표로 3학년 편입학 사관학교인 ‘육군3사관학교’ 부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해군 도시인 진해에 육군 부스가 차려진 것이다.
관계자는 “해사 생도가 아니라 일반 해병과 해군이 정예 장교를 꿈꿀 때 3사 입교는 거의 유일무이한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며 “실제 3사에는 해병과 해군 출신이 있다”고 했다. 이어 “지역주민들도 ‘3사’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며 “지역주민과 청소년들에게도 3사를 알리고 입교를 추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해병대 모집과 해사 입교 소개를 위한 부스도 차려져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있었다. 해병대 관계자는 “해병대는 상륙작전 등 연안에서 수륙양용 작전을 하는 가장 강인한 부대”라며 “해병대가 되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끈끈한 전우애로 똘똘 뭉쳐 있는 전우들과 소통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연병장 내 전시장에도 68개 업체의 150여 개 전시 부스가 차려졌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산업(KAI)·현대로템 외에도 밥콕코리아와 롤스로이스 등 10여 개의 해외 기업이 참여했다.
또한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 기관도 동참하였다. 한화시스템의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해양 유·무인 복합체계, 연안에서의 수색구조 및 감시정찰 임무 수행이 가능한 무인수상정 ‘해령’, LIG넥스원의 무인수상정 ‘해검’, 함정 방어유도무기 ‘해궁’, 130㎜ 유도로켓-Ⅱ 등 유무인 복합체계 종합 솔루션이 시선을 모았다.
이곳도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몰려 연일, 실시간 인산인해를 이뤘다. 첨단 무기체계에 무인 함정과 각종 보안 설루션 및 전투지원 물자·장비류가 전시된 부스를 둘러보며 무기를 살펴보던 관람객들은 업계 관계자와 질의응답을 하며 생소한 무기체계에 대해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모습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방문한 30대 관람객은 “창원이 군수 도시인 것은 익히 알았지만 어떤 무기를 만드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고 알 수도 없었다”면서 “방산전에 와 보고 난 다음에서야 우리나라 무기가 무엇인지, 창원이 왜 방위산업 도시로 유명세가 자자한지 알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군항 11 부두에서는 마라도함과 서애류성룡함 등 신형고속함의 외부를 볼 수 있었다. 이 또한 매우 특별한 이벤트로 평소 VIP 외에는 보안상 공개되지 않는 고속함정을 일반에게 제한적이나마 공개된 것이었다.
군사 취재에 해박한 소식통은 “마라도함 내부 공개는 해군으로서는 정말 큰 이벤트였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마라도함 내부가 일부 공개되며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27일은 주말인 토요일인 만큼 지역 주민과 외부 관광객을 위한 체험 행사로 특화하여 운영됐다. 지역 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한 방산전의 위상을 진해 하늘 가득 드높인 것.
해사 청파관에서는 고속단정(RIB) 및 크루저(샤키 3호) 체험과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2군단 시범단의 태권도 공연이 이어졌다. 해군 전략 기지사령부 의장대 시범과 해군 작전사령부 군악대의 음악회로 꾸며졌다. 지역 주민들은 단비와 같은 지역 축제에 생도들과 함께할 수 있음에 크게 만족한 모습이었다.
창원시 관계자는 “아직 통계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예년 이순신방산전보다 해외 기업들과 업무협약(MOU)도 여러 건을 체결하며 수출 실적이나 방문객·부스 숫자 등에서도 비교 불가할 정도로 늘어났다”며 “언론 보도부터 지역 주민 호응까지 이번 방산전은 정말 성공적이었다”고 밝혔다.
글로벌 방산전으로 거듭난 이순신 방산전에 대해 홍남표 창원시장은 취재진에게 “해군의 무기를 직접 보며 체험할 수 있어 다른 산업전과는 차별화된다”며 “방위산업의 미래를 위해 국내외 방산 관계자들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행사의 의의를 알렸다. 이수열(소장) 해군사관학교장은 “첨단기술이 집약된 해양 무기체계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이번 행사는 미래전을 대비하는 해군력 건설의 방향성 정립은 물론 국가적 방위산업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해=장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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