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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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전쟁(楚漢戰爭) 대미를 장식한 건 기원전 202년의 해하전투(垓下之戰)였다. 이 싸움을 끝으로 서초패왕(西楚覇王) 항우(項羽)는 패망했고 승자는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됐다. 그런데 항우는 사실 살 수도 있었다.
초한전쟁 말기 항우는 사면초가(四面楚歌) 신세였다. 하지만 유방이라 해서 마냥 유리한 입장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건 부친·아내 등 핵심 가솔이 항우의 포로 상태라는 것이었다. 항우를 쳤다가는 그 날로 가족은 위험해질 게 뻔했다.
유방은 사신을 보내 항우와 간접 회담을 가졌다. 유방은 휴전협정을 맺은 뒤 천하를 반분하자고 제안했다. 지친 항우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고는 앞뒤 재지 않고서 유방의 부친 유태공(劉太公)과 부인 여치(呂雉)를 덥석 ‘석방’해 버렸다.
최대 우환거리가 해결되자 한나라는 더 이상 거리낄 게 없었다. 유방은 곧바로 정전협정을 깨고 말머리를 돌려 항우를 추격했다. 항우는 명성에 걸맞게 처음엔 습격을 막아 냈다. 그러나 싸우느라 시간을 끄는 사이 한나라 기병대장 관영(灌嬰)이 바람처럼 내달려 초군(楚軍)의 퇴로를 막아 버렸다.
유방은 이참에 숙적을 끝장내기 위해 미적거리던 한신(韓信) 등에게 봉읍을 늘려 주겠다고 약조하고서 그 군대를 불러들였다. 해하 전투에서 한신·항우는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대로 맞붙었다. 한군(漢軍)의 포위망에 완벽하게 걸려든 초군은 전멸했다. 절망한 항우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이 29일 오후 2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다. 이 대표는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정족수(200석)에 아슬아슬하게 못 미치는 22대 국회 범야권 국회 의석수 및 여당 이탈표 발생 가능성 등을 무언(無言) 중에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또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사법 리스크 무력화를 시도할 것으로 추측된다.
사면초가의 항우는 결정적 패를 스스로 포기함에 따라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이했다. 만에 하나라도 윤 대통령이 이 대표 뒤에 도열한 192석 대군(大軍)을 의식해 딜을 덥석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여권에서 나온다. 유방처럼 얻을 것 다 얻고 입 싹 닦는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영수회담 결과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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