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의 여의도 일침] 이재명 대표의 15분 서면 낭독의 원조는 북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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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07 11:58:1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을 때 15분 분량의 일방적인 서면 낭독 수법에 대해 많은 사람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원조라고 했다. 그러나 언론공개를 겨냥한 이런 일방적인 준비서면 낭독의 원조는 북한이다.

나는 20대에 평양국제관계대학을 다니면서 상대를 제압하는 협상 기술을 배웠다.

나의 자서전 ‘3층 서기실의 암호’ 433페지부터 435페지를 읽어보면 당시 국제관계대학에서 가르친 북한의 협상기술이 간단히 나온다.

북한의 협상술은 협상 전 육체적 준비, 협상을 성공으로 이끄는 방법, 협상을 깨는 방법, 협상에서 고지를 선점하는 방법 등으로 나누어지는데 이번 이재명 대표의 서면 낭독 수법은 고지 선점 부문에 해당된다.

이 시점에서 ‘3층 서기실의 암호’ 435페지에는 고지 선점 방법과 남북회담 현실에 적용했던 사례가 나온다.

1970년대 남북적십자 회담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배웠다. 당시 북한은 자기의 입장만을 남한 기자들에게 알려 남한 정부를 곤경에 빠뜨려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북은 회담장에 들어서면 대표들끼리 먼저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주고 받으면서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아 2~3분 정도 날씨 등 덕담을 주고 받으면서 기자들에게 사진 촬영 시간을 준 후 기자들을 내보내고 본론에 들어가곤 했다.

그런데 이날만은 북한 김태희 대표가 남한의 이범석 대표에게 인사 대신 “범석 단장이 먼저 이야기 하십시오”라고 치고 나갔다. 예의상 통상 이런 경우 우리 민족은 본능적으로 사양하면서 상대에게 먼저 기회를 준다.

그날도 뜻밖의 기습을 당한 이범석 대표는 본능적으로 “아니, 북측에서 먼저 하세요”라고 예의적으로 대응했다고 한다.

그러자 때를 만난 듯 김태희는 자리에 앉자마자 덕담 대신 “그럼 오늘은 제가 먼저 발언하겠습니다”라고 운을 뗀 후 이범석 대표의 동의도 받지 않고 주머니에서 서면 발언문을 꺼내 내리 읽었다. 이범석 대표가 “발언 순서도 정하지 않고 이렇게 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항의했으나 김태희는 계속 내리 읽었고 이미 판은 기울었다.

이런 방식으로 언론에 먼저 입장을 알리고 상대를 흥분시켜 고지를 선점하라고 가르치는 것이 북한의 협상술이다. 나는 평양국제관계대학을 다녀보지 않은 이재명 대표의 협상술이 신기하게도 북한의 협상술을 빼닮은 것에 놀랐다.

한편 이재명 대표가 싱하이밍 대사에게 수모를 당했던 북한의 서면 낭독 수법을 이번 영수회담 자리에서 사용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 제1야당 대표라면 국민과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에게 북한이나 중국과 같은 공산국가가 적에게나 사용하는 고지선점 협상술을 쓰지 말고 민생을 위한 진정한 협치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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