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해킹’당한 사법부 까맣게 몰랐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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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루스 소행으로 확인된 법원 전산망 해킹
대법원 해킹당한 자료 대부분 내용 확인 못 해
凡정부 차원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 설치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16 00:02:01

법원 전산망에 북한 해킹조직이 침투해 개인정보와 소송 서류 등 엄청난 규모의 자료를 빼돌렸으나 대법원이 2년 넘도록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밝혀진 정부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불거진 법원 전산망 해킹·자료유출 사건은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라자루스의 범행이 2021년 1월7일 이전부터 2023년 2월9일까지 이뤄졌으며 유출된 자료의 규모는 총 1014GB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0자 기준 A4 용지로 계산하면 자그마치 26억 장이 넘는 분량이다. 2500매가 담긴 A4 용지 박스로 따져서 100만 개가 넘는 분량의 자료다.

라자루스가 우리 법원 전산망에 침투해 2년이 넘도록 어마어마한 양의 개인정보 등 민감한 자료를 빼내도록 대법원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들은 법원 전산망을 휘젓고 다니며 초반에는 빼돌린 자료를 국내 서버 4대를 거쳐 전송하고, 나중에는 미국 아마존이 운영하는 클라우드 서버 등 해외 서버 4개로 직접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킹당한 정보 중에서 내용 확인이 가능한 것은 전체의 0.5%인 4.7GB 분량의 개인회생 관련 파일 5171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자료 저장 기간이 만료돼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의 자료가 해킹 조직에 넘어간 것인지 국민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대법원은 자체 포렌식 능력이 없어 구체적인 유출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음에도 관계 기관에 알리지 않고 시간을 허비했다. 지난해 2월 백신에 탑재된 악성코드를 탐지하고도 12월까지 쉬쉬하다가 언론 보도로 알려진 뒤에야 합동조사를 시작했다고 하니 기가 찰 따름이다. 조사가 지체되는 사이 서버에 있던 유출 자료들이 지워진 것이다.

경찰은 유출된 자료의 1000분의 5에 해당하는 자료가 주민등록번호·진단서·자필진술서·채무 자료·혼인관계증명서 등이라고 밝혔다. 하나같이 민감한 개인정보들이다. 게다가 유출 자료 중 복원되지 않은 나머지 1000분의 995에 해당하는 약 1009GB 분량의 자료에는 어떤 정보가 담겨 있는지조차 확인이 안 되고 있다니 더욱 불안하다.

북한은 해커 수천 명을 두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차별 해킹을 자행하고 있다. 그 수법도 인공지능(AI)·챗GPT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갈수록 지능화·정교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북한의 대표적 해킹조직 3곳이 국내 방산기술 탈취를 공통 목표로 삼고 최소 1년 6개월 전부터 전방위적인 해킹 공격을 가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안다리엘·김수키가 국내 방산기술 탈취를 노리고 합동으로 공격해 국내 방산업체 총 83곳 중 10여 곳이 해킹당한 것이다.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추산되지 않았지만, 문제는 이들 업체 거의 모두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피해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방산업계 전반의 보안 관리가 허술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이번 법원 전산망 침투에서 보듯이 북의 해킹 공격 대상은 정부기관을 비롯해 방산·금융·제약업체, 대기업·연구소 등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특히 우리 경제·유통의 중추를 이루는 교통·물류시스템 같은 기간망을 해킹해 교란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할 대혼란과 경제·사회적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북한 해킹조직이 더 이상 우리 정부·민간의 전산망을 휘젓고 다니지 않도록 하려면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총체적 안보 시스템을 관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는 관련 법안을 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