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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반년 동안 식품기업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초콜릿·커피·빵·라면·냉동식품 등 가공식품 53개 품목의 가격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74개 품목 가운데 계엄사태 직전인 지난해 11월 대비 물가지수가 상승한 품목은 53개로 전체의 72%에 달했다. 이 중 6개월 동안 가격이 5% 이상 오른 품목은 19개나 됐다.
초콜릿은 10.4%, 커피는 8.2% 상승했고, 양념 소스·식초·젓갈은 7% 이상, 빵·잼·햄·베이컨 등도 6% 안팎의 상승률을 보였다. 고추장과 생수도 유사한 폭으로 인상됐으며, 아이스크림·유산균·냉동식품·어묵·라면 등은 5% 내외로 가격이 올랐다.
이외에도 케이크·스낵과자·즉석식품·혼합조미료 등은 3~4%, 김치·맥주는 2% 이상 인상됐다. 오징어채는 31.9% 상승하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식용유(-8.9%), 두부(-4.1%), 국수(-4.1%), 밀가루(-2.2%) 등 17개 품목 물가는 내렸으며 당면 등 4개 품목은 변동 없었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의 전달 대비 상승률은 4.1%로 계엄 사태 이전인 지난해 11월 1.3%의 세 배를 웃돌았다.
식품기업들의 제품 가격 인상은 탄핵정국의 혼란기인 연초부터 본격화했다. 그간 기업이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가격 인상을 자제해오다 국정 공백기에 제품 가격을 무더기로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올해 들어 식품기업의 가격 인상은 가파른 양상을 보였다. 대상은 설을 앞두고 드레싱 제품 가격을 평균 23% 올리고 후추는 19% 인상했다. hy(한국야쿠르트)는 지난달 야쿠르트 라이트 가격을 250원으로 14% 올렸다.
동서식품은 대선을 나흘 남겨두고 ‘국민 커피’ 맥심 모카골드 가격을 또 올렸다. 6개월간 두 차례의 가격 인상으로 맥심 커피믹스 가격은 거의 20% 뛰었다. 이는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커피 프랜차이즈의 평균 인상률(5% 미만)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롯데웰푸드는 과자·아이스크림 수십 종의 가격을 8개월 사이 두 차례 인상했고, 빼빼로는 2000원대에 진입했다.
오뚜기는 3개월 새 공식 발표된 것만 네 차례 인상했다. 4월에는 진라면 등 라면류 16종을 평균 10% 인상했고, 편의점 전용 카레·짜장은 14%, 컵밥 덮밥 7종은 600원씩 올렸다. 농심은 3월 신라면과 새우깡 등 17종 가격 인상을 발표했지만, 이후 수프류 가격은 별도 공지 없이 조용히 올리는 ‘조용한 인상’ 전략을 썼다.
결과적으로 최근 6개월간 식품·외식업체 60곳 이상이 가격 인상에 나서며 서민 체감 물가는 급격히 악화됐다.
3년 전인 2022년 5월 윤 정부 출범 당시와 비교해 가공식품 74개 품목 중 71개가 올랐다. 특히 두 자릿수 상승한 가공식품은 3분의 2인 50개에 달한다.
초콜릿은 50% 치솟았고 잼과 드레싱은 40% 넘게 뛰었다. 설탕, 참기름은 30% 이상 올랐고 치즈, 커피, 주스, 맛김, 식용유, 소스, 혼합조미료, 고추장 등도 20% 이상 상승했다. 김치, 빵, 케이크, 아이스크림, 소시지, 우유, 생수, 라면, 카레, 스낵과자 등도 두 자릿수 올랐다.
소비자들은 장바구니 부담을 체감하고 있다. 서울시 동대문구에 사는 70대 주부 A씨는 “예전엔 계란 한 판이 3500원이었는데 지금은 7000원”이라며 “할인 제품만 골라 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서민 가계의 밥상물가 부담이 급증한 상황”이라며 “빵·라면 등 필수 식품 가격이 오르면서 저소득층의 생활고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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