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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출범과 동시에 여야가 쟁점 법안을 둘러싸고 정면충돌 양상에 들어갔다. 통상 새 정부 초반에는 여당이 협치를 제안하고 야당이 공세 수위를 조절하는 ‘허니문’ 국면이 형성되지만,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곧장 전면전에 들어선 모습이다.
3년 만에 여당 지위를 되찾은 더불어민주당은 출범 직후부터 주요 입법 과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새 정부의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채상병 특검법 등 이른바 ‘3대 특검법’과 검사징계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오는 12일 박찬대 원내대표 임기 내 마지막 본회의에서는 추가 법안 처리에 나설 계획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되는 법안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대통령 당선인의 형사재판이 진행 중일 경우 재판을 정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오는 18일로 예정된 가운데, 민주당은 “법으로 재판 정지를 못 박아야 한다”는 입장이며 형소법 개정에 대해 내부 공감대가 큰 상황이라 12일 처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 관련 법안들도 속도를 내고 있다.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 추천 권한을 학계와 직능 단체로 확대하고, 이사 수를 늘리는 내용의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다시 추진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두 차례 거부권으로 무산됐던 법안이지만, 거부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현재 상황에서는 12일 본회의 상정도 검토되고 있다.
상법 개정안도 더 강력한 내용으로 재추진된다.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감사위원 선임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을 도입하고 유예기간 없이 즉시 시행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해당 개정안을 “취임 2~3주 이내 처리해야 한다”고 공언한 바 있어, 빠른 처리가 점쳐진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7일 페이스북에서 “‘주주충실의무법(상법)’, ‘쌀값정상화법(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지역화폐법 등은 민주당이 야당 시절 강력하게 추진했으나 윤석열의 거부권 행사로 최종 입법에 성공하지 못한 민생 법안들”이라며 “이제는 거부권에 가로막힐 일은 없을 테니 입법이 성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소수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가 ‘민생 외면’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재명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정지시키기 위한 “셀프 면죄법”이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방송 3법과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국민의힘은 방송 3법을 두고 “공영방송 사유화를 위한 방송장악 시도”라며 비판했고,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반(反)기업적 포퓰리즘”이라며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었다.
그러나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방패’가 사라진 상황에서 민주당의 입법 공세를 저지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내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주도한 3대 특검법과 검사징계법 처리 당시에도 국민의힘은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거나 반대 토론에 나서는 방식의 소극적 대응에 그쳤다.
여기에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의 표명으로 원내사령탑이 사실상 공백 상태인 점도 대여 투쟁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와 같은 강력한 단체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권 원내대표가 이미 사의를 표명한 만큼 단체 행동을 이끌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의원총회에서 총의가 모이는 대로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반대 당론을 고수하기보다 ‘자율 투표’로 전환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으며, 법안 표결 시 일부 이탈표 발생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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