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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승리의 시작’ 시사회가 6월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하지만 이를 두고 친일파를 미화했다며 정치권의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이 같은 논란을 두고 작품을 직접 연출한 권순도 감독은 “누군가를 ‘친일파’라고 낙인찍기 전에,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이후의 공적을 모두 살펴야 한다”며 “백 장군의 삶을 정치적 편견 없이 다시 바라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17일 스카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13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시사회를 공동 주최한 국민의힘 성일종·나경원·박덕흠·임종득 의원실이 ‘승리의 시작’을 공동 주최로 진행했다. 국회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영화상영을 하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이처럼 4명의 의원이 공동주최로 진행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시사회가 성료한 직후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친일 인물을 영웅으로 미화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용만 민주당 역사와정의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국가공인 친일파’ 백선엽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시사회를 개최하는 것은 참담한 일”이라며 “백 장군은 일제 간도특설대에서 독립군을 토벌했고,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자 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반민족 행위자’로 규정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은 시사회장 항의 시위에 이어 규탄기자회탄까지 열었다. 강경숙 의원과 당 역사바로세우기특위 위원들은 “백선엽 미화는 민주주의 모독”, “국회는 친일독재의 무대가 아니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시사회에 항의했다.
강 의원은 “민주주의는 단순한 체제가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기억과 책임의 태도”라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주권의 상징인 국회에서 논란 많은 인물을 영웅으로 미화하는 영화가 상영된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라며 국민의힘에 “역사 왜곡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권순도 감독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스카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고자 했을 뿐, 정치적으로 이용될 의도는 없었다”며 “특정 영화들은 정치적 의도가 강해도 문화계에서 지지를 받지만, 보수 성향 영화는 보수 진영에서도 외면받는 현실이 아쉽다”고 하며 논란 속 ‘승리의 시작’ 을 알렸다.
도마 위에 오른 ‘승리의 시작’은 6월 호국보훈의 달, 6·25 전쟁 75주년을 맞아 개봉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백선엽 장군은 공산군을 막아 나라를 지켜낸 대한민국 최초 4성 장군으로 6·25 전쟁 당시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해낸 것 외에도, 백 장군이 기여한 업적은 매우 크고 다양하다. 대만·프랑스·캐나다 대사를 역임하고 교통부 장관을 지냈으며, 한미동맹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애쓴 그는 대한민국의 국보이자 은인이다.
권 감독은 유관순 열사, 이승만 대통령, 독도의용수비대 등 역사적 인물을 꾸준히 조명해 온 감독이다. 그는 어릴 적 내전과 폭동이 일어난 솔로몬제도에서 살았고, 군 복무 시절 UN 평화유지군으로 동티모르에 파병된 경험이 있다. “전쟁은 저에게 책 속 이야기가 아니라, 직접 목격한 현실”이라며 “이런 비극이 우리나라에서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하다”고 말했다.
작품을 제작하면서 권 감독은 백 장군의 애국심에 매우 큰 감명을 받았다. 권 감독이 특히 감명 받은 부분은 6·25 전쟁 발발 후 백 장군이 가족들 생사나 행방을 10개월간 모르는 상태에서 싸웠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분들이 다부동전투에서 국군이 밀려 후퇴하자 백 장군님이 선두에 나서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라’라고 하신 부분을 알고, 기억한다”며 “물론 저도 그 부분이 감동되지만, 가족들의 생사나 행방을 모르고 10개월 동안 싸운 모습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감동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백선엽 장군님은 본인이나 가족보다 대한민국을 최우선에 두신 분”이라며 “진정한 애국심이 없었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던 초인적 행동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승리의 시작’은 다큐멘터리지만 극영화적 재현 기법을 적극 도입했다. 권 감독은 “제작비가 늘 가장 어려웠다”며 “대형 상업영화가 아니다 보니 배우 섭외, 군 장비 대여, 지방 야외 세트 촬영 등에서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는 22년간의 취재 끝에 완성됐다. 권 감독은 작품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국내외 권위자들을 많이 인터뷰했다. 백 장군의 지휘를 받고, 피 흘리며 전투에 참여했던 당시 부하들, 백 장군과 교류했던 국내외 예비역 장성들을 비롯해 30여 명의 인사들을 인터뷰했다.
권 감독은 6mm 테이프 시절부터 촬영 자료를 습기를 막아가며 직접 보관해왔고, 특히 백선엽 장군이 생존 당시 전투 현장을 함께 동행하며 촬영한 유일한 영상을 다수 확보했다.
백 장군 생전 전·후방 전투했던 지역을 함께 다니며 권 감독이 2003년부터 기록한 내용은 큰 볼거리이자 국보급 기록이다. 관객들은 아직 어디에서도 접하지 못한 진귀한 단독취재 기록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권 감독의 아버지가 백 장군과 같은 동네 출신이자 군사 서적 집필가였던 인연 덕분에, 백 장군 역시 권 감독을 신뢰하고 촬영에 적극 협조했다. 백 장군의 젊은 시절을 연기할 배우를 찾기 위해 50회 이상 공개 오디션을 진행했고, 결국 닮은 배우를 캐스팅해 “이미지 사실성에는 이번엔 정말 자신 있다”고 덧붙였다.
제작비는 총 8억 원 이상이 소요됐다. 협찬과 자원봉사를 모두 금액으로 환산하면 더 큰 규모다. 권 감독은 “관객들의 관심이 절실하다”며 “이 영화가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 감독은 “백선엽 장군의 인생은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싸우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한다”며 “이 영화를 통해 누가 대한민국을 지켰는지, 왜 우리가 이 나라를 사랑해야 하는지를 많은 이들이 가슴 깊이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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