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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 간 첫 대면이 또 한 차례 미뤄지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관세 협상 등 중대 현안의 향방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도중 긴급 귀국하며 이재명 대통령과의 첫 대면 기회를 다음 기회로 미뤘다. 그러나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24일 “두 정상 간 통화는 매우 따뜻한 분위기였으며, 조만간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혀 조기 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을 향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까지 증액하라는 요구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한미 간 안보 재정 협상의 판을 키우고 있다. 이는 현재 한국 국방비가 GDP의 2.3%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을 요구하는 셈이다.
윤 대사대리는 이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미국의 재정 적자는 GDP의 6.5%에 달하며, 동맹국들과의 공정한 분담이 필수적”이라며 “한국도 국방비 지출 수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SMA(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명시된 군사건설·군수·인건비 외에도 전략자산 전개비용 등 추가 항목에 대한 분담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 역시 최근 공식 성명을 통해 “NATO의 기준은 아시아 동맹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며 GDP 대비 5% 방위비 지출을 한국과 일본에 요구한 바 있다. 이번 회담이 무산되며 7월 8일로 예정된 한미 통상 협상 시한을 앞두고 양국의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 반도체, 디지털 부문에 대한 비관세 장벽 해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윤 대사대리는 “한국은 디지털, 농업 부문에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며 구글·애플의 지도 데이터 반출,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 등을 거론했다.
이 같은 안보·통상이 혼합된 ‘패키지 협상’은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협상 방식으로, 한국이 다각도로 대응 전략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윤 대사대리는 “관세와 방위비 협상은 서로 섞이기 어렵지만, 통합된 프레임워크는 가능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윤 대사대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대화를 재개할 의지가 분명하다”며 “하지만 북한의 의중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핵화는 최종 목표지만, 초기 대화에선 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표현한 데 대해선 “과도한 해석은 경계해야 하며, 미국은 북한을 합법적 핵보유국으로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셉 윤 대사대리는 “제 임기 중 한미 정상회담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실도 G7 회담 무산 이후 “가장 가까운 계기”에 한미 정상회담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혀 이르면 7~8월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기를 놓치면 유엔총회(9월)나 APEC 정상회의(10월)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일각에선 나토 정상회의 불참에 따른 외교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동 정세 악화와 국내 현안 등을 이유로 한 이 대통령의 불참이 외교적 유연성을 줄이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방산, 원전 등 수출 전략을 논의할 시점에 주요 정상들과의 회동이 잇따라 무산된 것은 실용외교의 연속성과도 충돌한다는 지적이다.
한국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과 국방비 증액 등 민감한 안보 사안을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로 풀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조선산업 협력 확대 등과 연계한 전략적 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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