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8º
습도 70%
춘천 25º
습도 80%
청주 29º
습도 60%
대전 23º
습도 95%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월18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그러자 그날 오후부터 서울 마포구 애오개역에서 공덕역에 이르는 넓은 도로는 공수처의 구속영장 신청에 항의하는 수만 명의 시민들로 가득찼다.
다음 날 새벽 3시경 영장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그때까지 거리에 남아 있던 시민들이 분노하여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진입했다. 그 후 이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번졌고 ‘법원 난입’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사람이 폭도로 몰려 연행됐다.
이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와 편향된 방향성을 띠고 진행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검찰은 2월10일, 사건 관련자 63명을 대거 기소했는데 이 중 단 1명을 제외한 62명은 구속 기소되었다. 이후 영상 분석 등을 토대로 한 추가 수사 끝에 추가로 7명이 구속 기소되면서 이 사건으로 구속된 시민은 도합 69명이다.
구속된 시민 대부분은 보수 성향의 유튜버,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호기심에 들어간 단순 참가자들이다. 이들이 6개월째 구속 수감된 상태로 수의를 입고 수갑을 찬 채 구치소와 서부지법의 형사 법정을 오가고 있다. 이들 대다수는 수입이 끊긴 상태임에도 변호사 비용을 감당하느라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구치소에 면회를 다녀온 사람들의 전언에 의하면 그들은 “왜 붙잡혔는지도 모르겠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구속된 아들을 면회한 한 피고인 가족은 아들이 “구속 이후 딱 한 번, 세 시간 조사를 받은 게 전부인데 수사는 그걸로 끝이었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공판 과정에서도 검찰의 반대 심문은 거의 없고 ‘공동 정범’이라는 법리가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원은 이 사건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재판관이라는 이중적 위치에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재판의 공정성 자체에 대한 회의감도 증폭되고 있다. ‘폭도’라는 단어가 법정 안에서 일종의 상징처럼 작용하고 있지만 피고인 다수는 단순한 호기심, 기록 목적, 혹은 우연한 현장 유입으로 서부지법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날의 풍경은 법이 얼마나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막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판정에서는 피고인 심문 중 “붙잡힐 당시 주변에 경찰이 얼마나 있었느냐”는 질문이 변호인들에 의해 반복되고 있다. 피고인들을 ‘난입’하고 ‘난동’을 부린 ‘폭도’로 규정한 논리를 약화시키고 피고인들의 행위가 기록·취재·호기심 등 ‘난동’이 아닌 다른 목적이었다는 변호인 측 주장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이 사건을 단순한 시위 진압이나 공공질서 유지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변호인단과 시민단체는 이번 사건이 ‘누구는 들이고, 누구는 잡는’ 방식으로 작동한 구조적 함정이며 권력기관이 의도적으로 갈등을 증폭시킨 정치적 연출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언론의 취재 활동에 대한 이중잣대 논란도 있다.
7층까지 올라가 현장을 촬영한 JTBC 기자는 ‘취재 목적’을 인정받아 석방됐고, 이후 ‘기자상’을 수상했다. 반면 당시 현장에 있던 다수 유튜버와 프리랜서 기자들은 여전히 구속 상태다. 재판정에서 24세 유튜버는 이렇게 호소했다. “JTBC 기자처럼 저도 기록자입니다. 제 동기를 정황이 아닌 증거로 판단해 주십시오.”
또 다른 전문지 기자는 병을 앓던 중에도 노트 앱을 켜고 현장을 취재했다고 밝혔다. 행동은 같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건 결국 언론계의 네트워크와 정치적 연계, 혹은 이념 성향뿐”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기자가 확인한 공소장 및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피고인의 다수는 신원과 주거가 명확하게 특정돼 있었음에도 ‘주소 불상’ 등의 사유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례가 다수 존재했다. 일부 피고인은 자신의 자택에서 체포되었음에도 구속 사유란에 ‘신원 불명’으로 기록돼 있었다. 변호인단은 이 부분이 허위 기재 또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들 중에는 독립유공자의 후손, 참전 용사의 자녀, 치과의사, 약사, 증권업 종사자 등 다양한 직업과 사회적 위치의 시민들이 포함돼 있었다. 그럼에도 ‘신원 불안정’이라는 사유로 일괄 수감됐다는 점에서 사법적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한 피고인은 생계 단절과 대출 상환 부담 속에서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고, 수감 중 건강 이상을 겪고 있는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그들은 정말 범죄자였는가?”
결국 우리에게 남겨진 질문은 하나다. 이들에게 정말 범죄 의도가 있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왜 6개월째 이들을 가두고 있는가.
형법의 기본 원리는 ‘고의’와 ‘책임’을 바탕으로 처벌의 수위를 달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사법 시스템은 ‘행위’가 아니라 ‘누구냐’에 따라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이념, 직업, 네트워크…. 이런 것들이 구속 여부를 가르는 요인으로 작동하는 현실에서, 법은 과연 누구의 편에 서 있는가. 그 답을 마주해야 할 시간이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1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2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