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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 작년 이즈음 이른바 혁신의 깃발을 들어 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개정 농협법이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업구조 개편의 전향적 기반이 마련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를 근거로 농협이 신-경 분리(신용∙경제부문 분리)를 통해 ‘1중앙회, 2지주 체제’의 새 농협으로 출범했다. 사업구조 개편에 따라 신설되는 농협경제지주는 자회사가 13개나 되고 총자본 5.95조원도 추가 투입된다. 또 자산 규모 240조원의 NH농협금융지주는 자회사가 7개나 돼 5대 금융 지주회사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이 같은 규모의 경제가 과연 농민을 위한 것이 될지는 미지수다. 반대로 협동조합 정신을 바탕으로 하면 자본과 시장의 무한경쟁에 한계가 있을 수 있어 자칫 빚더미 위에 올라앉는 농협이 만들어질 개연성이 있다. ‘섣부른 경쟁’에 진입한 결과에 따른 부메랑은 차라리 참담하다는 것을 농협은 명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 피해가 또한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농협의 신-경 분리에 따른 기대와 우려를 점검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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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총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새 농협 출범 기념식’ 장면(사진,농협)
▲ 이 대통령과 최원병 농협중앙회장(가운데 왼쪽), 서규용 농식품부장관 등이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새 농협 출범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 ‘금융 공룡’ 농협중앙회가 ‘1중앙회 2지주 체제’로 새롭게 변신했다.(KBS 화면캡쳐)
NH농협금융지주, KB 등 기존 4대 금융지주와 ‘불꽃경쟁’
‘금융 공룡’ 농협중앙회가 ‘1중앙회 2지주 체제’로 새롭게 변신하면서 금융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최근 발대식을 갖고 신용사업(금융지주)과 경제사업(경제지주)을 각각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 탈바꿈시켰다.
▲ 자료:농협중앙회 언론홍보팀 ⓒ스카이데일리
2009년 10월 사업구조 개편안을 전 YS 정부에 제출한 지 2년 5개월 만이다. 첫 논의가 시작된 때부터는 무려 18년 만이다.
현재 NH농협금융지주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237조원. 이미 국내 5대 금융지주 대열에 합류했다. 올해는 250조원까지 키울 계획이다.
이곳에는 NH농협은행(신설)과 NH농협생명보험(신설), NH농협손해보험(신설), NH농협증권, NH-CA자산운용, NH농협선물, NH농협캐피탈 등 7개 금융자회사가 있다.
▲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은 발대식을 통해 “‘농협경제지주’는 농협인이 웃는 그날까지 책임지고 팔아주는 믿음직한 농협으로, 100% 토종자본으로 설립되는 ‘NH금융지주’는 농촌을 위한 수익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하고, 중앙회는 농협 본익 증진과 협동조합 본연의 힘을 키우도록 할 것”이라고 부문별 사업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NH농협금융의 최대 강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지방 구석구석까지 분포해 있는 점포망이다.
이를 통해 소매금융 업무의 확대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경쟁적 위치에 있는 타 금융지주들이 가장 위협적으로 느끼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NH농협은행의 경우 국내 점포수는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1172개로 1위다.
특히 비수도권 점포 비중이 73%를 차지해 다른 은행들을 압도한다.
이에 NH농협금융지주는 현재 270여 개에 불과한 수도권 지역 점포를 대폭적으로 늘릴 방침을 설정해 놓고 있다.
아울러 농협중앙회는 향후 3단계 발전 전략을 통해 2020년까지 금융부문의 총자산을 420조원까지 끌어 올리면서 순이익 3조8000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 11.6%의 ‘글로벌 협동조합 금융그룹’으로 키울 계획이다.
또한 사업구조 개편에 따라 신설되는 농협경제지주는 13개의 경제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총자본 5.95조원이 투입되는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을 주도하게 된다.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은 발대식 기념사를 통해 “새 농협의 출범을 계기로 경제사업 활성화를 통한 농산물 유통구조의 혁신을 이루어 2020년 기준으로 농산물 산지유통의 62%, 도매유통 34%, 소매유통의 17%를 점유하고, 총 사업량 44조원에 당기순이익 2300억을 달성하겠다”고 목표를 제시하였다.
무한경쟁 자본·시장 논리, 협동조합 원리 ‘이율배반’
‘새 농협 출범 기념식’에는 이명박 대통령까지 참석할 정도로 농협의 구조개편에 거는 기대와 우려가 적지 않다.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은 출범식에서 “기존의 사업방식과 사고의 틀을 변화시켜 세계로 나아가는 ‘글로벌 농협’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협은 태생이 협동조합이라는 성격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총아’를 향해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시장논리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자본과 시장의 논리가 협동조합의 논리와 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이다.
아니 이들 두 양극의 원리가 공생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농협은 물론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사업구조 개편이 농민을 위한 것이라는 전제를 분명히 하고는 있다.
그럼에도 문제는 협동조합의 반자본(독점반대), 반시장(분배우선) 논리가 사업구조 개편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데 있다.
지주사의 자회사 수나 규모를 유지하거나 키우려면 철저히 자본과 시장의 논리를 따라야 한다. 이 원리에 충실하다보면 정작 돈벌이가 안 되는 농민은 뒷전으로 밀어내야 한다.
“시장논리 인정해도 장밋빛 전망 우려된다”
같은 논리지만 우선 협동조합이라는 태생적 한계다. “농협금융지주도 협동조합이란 울타리에서 조합원·단위조합의 지배를 받아야 하는 만큼 불특정 다수로 구성된 시장에서 무한 이윤추구나 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합원을 위한 무한경쟁과 시장적 접근이 성공한다고 해도 그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 자료:금융감독원, 2011년 3분기 말 기준 ⓒ스카이데일리
▲ 자료:금감원, 2011년 3분기 말 기준
다음은 협동조합의 소유·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 거액의 자본금을 추가로 조달하는 일도 당면한 과제다.
또한 당장 구조개편에 따른 자본금 마련과 관련, 정책금융공사가 보유한 공기업 주식 가운데 1조원을 현물 출자키로 한 부분도 주요 논란거리 중의 하나이다.
사실 정책금융공사에 1% 이하의 저율 배당을 결정하면서 공사의 반발을 샀고, 금융위원회와 출자 지분 종류를 놓고도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밖에 큰 덩치에 비해 턱없이 낮은 생산성과 수익성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농협 직원 1인당 자산이 140억원 수준이며, 예수금과 대출금은 각각 100억원에 불과해 시중은행에 훨씬 못 미친다.
이렇기에 “금융지주회사를 경영해 본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업종별 자회사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방안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결국 ‘반쪽짜리 구조 개편’이란 비난이 비등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농협경제지주회사는 일단 간판만 내건 모양새다. 5.95조원의 별도 자본금을 가지고 13개 자회사를 운영하게 됐다지만 하나로 마트를 비롯한 유통∙판매 사업은 2015년까지, 나머지 경제 사업은 2017년까지 중앙회로부터 이관을 받아야 한다. 당분간은 경제 사업이 기존 중앙회 체제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의미에서 농협중앙회가 일선 조합의 출하물량 중 중앙회 조직을 통한 판매 비중을 현재의 10% 대에서 2020년까지 50% 이상으로 끌어올려 명실상부한 ‘판매농협’을 구현하겠다고 공언하지만 이는 계획일 뿐이다.
처음에는 자본금만으로 판매망 확충을 통해 비중을 어느 정도 높일 수 있을 것이지만 지주회사 자체의 생존기반을 확보할 정도의 수익성을 갖춘 상태로 지속적으로 판매력 강화를 실현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과욕을 부리다가 자칫하면 적자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빚더미에 올라앉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심장한 경고이기도 하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NH금융지주회사도 결코 탄탄대로에 나선 것만은 아니다. ‘글로벌 협동조합 금융그룹’을 지향한다지만 우선 국내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결코 쉽지가 않을 듯 싶다.
아울러 지난해 4월 최악의 전산망 마비 사태를 겪고도 여전히 불안하기만 한 전산 시스템 역시 농협금융지주가 시장에 안착하는데 큰 걸림돌이다.
농협은 지난 10개월간 무려 5차례의 전산 장애를 일으켜 내부관리 시스템에 큰 구멍이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 강남구에 위치한 한 농협하나로마트 내부 전경
농협중앙회의 신-경 분리 근본 취지는 농민 조합원을 위한 경제사업 활성화에 있다. 신설된 두 지주회사가 각각 건강하게 성장한다면 이런 취지에 맞는 상승 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17년으로 검토되던 구조개편 시점이 정부와 중앙회의 합의로 5년이나 앞당겨진 탓에 준비가 불충분한 새 출발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예상치 못한 복병들이 문제로 터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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