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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종류의 소주는 강한 지역 색을 띤다. 소주업체들이 저마다 연고 지역을 기반으로 사실성 독과점과 다름없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신규 사업자가 소주시장에 진출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으며, 기존 사업자들도 서로의 텃밭에는 적극적으로 발을 들이지 못하는 분위기가 암묵적으로 형성됐다. 그러나 부산·경남의 맹주 격인 무학이 지난해부터 ‘좋은데이’의 수도권 시장 진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롯데칠성음료가 저도주인 ‘순하리 처음처럼’을 부산·경남에 가장 먼저 공급하면서 이러한 지역적 경계가 깨지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소주시장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 약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과 무학의 ‘좋은데이’가 차례로 그 뒤를 쫒는 양상이다. ‘처음처럼’의 경우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른 바 ‘카스처럼’으로 불리는 소맥의 유행으로 성장했으나 2012년 알칼리수 논쟁으로 그 기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스카이데일리가 ‘격돌! 상생의 맞수’ 네 번째로 소주업계 최강자인 하이트진로 ‘참이슬’과 만년 2위에 머물러있는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의 최근 경쟁구도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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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주 업계 1위를 고수하는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아성을 깨기 위한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의 고군분투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올 상반기 최대 히트작이라 평가받는 ‘순하리 처음처럼’이 출시 3개월여 만에 2200만병이 판매된 가운데 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참이슬의 리큐르 제품 ‘자몽에이슬’이 출시 초반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향후 리큐르 소주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한 상태다. ⓒ스카이데일리
소주업계의 ‘절대지존’ 격인 하이트진로가 저도주 리큐르(증류주에 과실 혹은 향을 가미한 제품)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가운데, 올봄 ‘순하리 처음처럼’을 출시해 소주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롯데칠성음료가 원재료 변경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빨간색을 강조한 ‘복고 마케팅’을 고수해왔던 하이트진로가 자몽을 베이스로 한 리큐르 제품을 선보이면서 SNS 등을 통해 맛 평가가 줄을 잇고 있는데 반해 ‘순하리 처음처럼’의 경우 일부 원료가 빠지면서 기존과 맛이 달라졌다는 누리꾼들의 비난에 휩싸인 모습이다.
소주시장, ‘순하리’ 히트로 리큐르 제품 열풍
지난 3월 부산·경남지역에 최초로 판매를 시작한 ‘순하리 처음처럼’은 기대 이상의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유자의 달콤한 맛이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탔고 전국적인 판매로 확대됐다.
이 같은 돌풍에 힘입어 한 때 ‘품귀현상’을 빚었던 ‘순하리 처음처럼’은 5월 말 기준 판매량 2200만병을 돌파했다. ‘순하리 처음처럼’의 히트는 또 무학의 ‘좋은데이 컬러시리즈 3종’, 금복주의 ‘상콤달콤 순한참’ 등 미투 제품을 양산했다. 국내 소주 트렌드 변화에 한 획을 그은 셈이다.
부천시 원미구 상동에서 고기집을 운영 중인 A씨는 “주변 가게들보다 우리 가게에 ‘순하리’가 며칠 더 일찍 입고됐다”며 “‘순하리’ 판매를 가게 전면에 공지하고 홍보하자 예전보다 월등히 많은 손님들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 ⓒ스카이데일리
‘순하리 처음처럼’이 크나큰 반향을 불러왔지만 업계 1위 하이트진로의 대응은 다른 소주업체들과 달랐다. 오히려 이른 바 ‘두꺼비’로 대변되는 23도 ‘참眞이슬露’를 리뉴얼한 20.1도 높은 도수의 ‘참이슬 클래식’ 홍보를 강화한 것이다.
신림역 먹자골목에서 주점을 개업한지 5년째라는 B씨는 “젊은 층들은 ‘순하리’를 많이 찾는 편이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땐 여전히 ‘참이슬’이 대세다”며 “호기심에 처음 ‘순하리’를 찾았던 손님들도 추가로 주문 시에는 오리지널 소주로 바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전했다.
하이트진로 홍보팀 최용훈 과장은 “이미 시장의 과반 이상을 참이슬이 점령하고 있어 히트 상품이 새로 출시됐다고 해서 매출이나 점유율 등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순하리’ 원료 변경 논란…원가 절감 의혹
이처럼 과일소주 시장을 선점하며 소주 업계에서는 드물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순하리 처음처럼’은 최근 원료 변경 논란으로 위기를 맞은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하이트진로가 리큐르 제품인 ‘자몽에이슬’을 내놓기 직전에 불거진 것이어서 타격은 배가된 양상이다.
이달 초 SNS를 중심으로 ‘순하리의 맛이 달라졌다’는 의견이 확산됐고, 일부 누리꾼들은 ‘순하리 처음처럼’의 성분표를 대조하며 ‘증류식 소주(쌀: 국산 100%)'라는 표기와 스테비올배당체, DL-알라닌, 글리신, 아르기닌 등의 감미료가 제조 원료에서 빠졌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롯데칠성음료가 ’순하리 처음처럼‘ 인기를 끌자 원가절감을 위해 레시피를 변경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홍보팀 관계자는 “제품이 출시된 이후 유자의 향·맛과 소주의 맛이 다소 겉돈다는 평가를 받아 제품 개량에 신경썼다”면서 “실제 일부 원료가 개량 과정에서 빠진 것은 인정하지만 이는 전체 성분의 1%도 안 되는 미미한 양이다”며 원가절감 의혹을 부인했다.
▲ 주말을 앞둔 지난 19일 시중에 유통된 ‘자몽에이슬’(사진 좌)이 출시 초반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한편 리큐르 시장을 선점한 ‘순하리 처음처럼’이 최근 고가 원료를 뺐다는 구설에 휩싸인 가운데 업계 1위 참이슬의 리큐르제품 자몽에이슬이 순하리 처음처럼을 넘어설 지 업계의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스카이데일리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리큐르 제품은 20년 전에도 한 차례 유행을 했을 만큼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없어 이번 ‘순하리’ 열풍은 시기를 잘 만난 탓이 크다”며 “하이트진로의 ‘자몽에이슬’ 등 미투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논란은 ‘순하리’의 열풍을 조식 종식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이트진로, 대세 따라 ‘자몽에이슬’ 출시
한편 하이트진로는 지난 19일 ‘자몽에이슬’응 선보이며 뒤늦게 리큐리 제품 경쟁에 합류했다. 출시 전부터 소비자들 사이에서 높은 기대감을 조성했던 ‘자몽에이슬’은 ‘참이슬’의 브랜드 파워를 등에 업고 벌써부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용산에서 떡갈비집을 운영하는 C씨는 “출시 첫날부터 곧바로 판매를 시작했는데 입고 사실을 알리지 않았는데도 찾는 고객들이 있었다”며 “‘순하리’의 경우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다소 거부감을 나타냈지만 ‘자몽에이슬’은 비교적 환영받는 느낌이다”고 전했다.
그는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절대 평가를 할 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순하리’나 ‘좋은데이 시리즈’ 등 보다는 괜찮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출시된 금요일 직후부터 첫 주말동안 ‘자몽에이슬’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다”고 덧붙였다.
하이트진로 최용운 과장은 “리큐르 시장이 전체 소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 미만이라 유사 제품은 출시하지 않으려 했으나 과거 한정판으로 내놨던 ‘참이슬 애플’이 회자되고 리큐르 제품을 원하는 영업사원들의 목소리가 높아 대세에 따르기 위해 ‘자몽에이슬’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도 ‘참이슬 애플’ 등의 이따금씩 리큐르 제품을 출시한 바 있어 신제품 제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며 “지난 5월 팝업스토어인 ‘이슬포차’를 열고 칵테일 소주를 선보였는데 당시 자몽 맛 칵테일이 가장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신제품 베이스를 자몽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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