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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2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 공포안’을 통과시켰다. 야당이 특검 후보자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는 절차를 거치고나면 다음달 말께 수사가 시작된다. 수사 대상은 최씨 모녀의 각종 이권 개입 의혹과 청와대 비서진의 최씨 등에 대한 국가 기밀 누설, 박 대통령의 재단 개입 의혹 등 14개에 달한다. 하루가 다르게 의혹은 증폭되고 있지만 정작 핵심인물로 거론되는 박 대통령이 검찰의 대면 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어 진상 규명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간 조금이라도 이상한 정부 정책이나 결정에 비선실세인 최 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전방위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단적으로 해운업계 구조조정 과정에서 현대상선보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우위에 있었던 한진해운 퇴출이 거론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최씨에게 밉보여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쫓겨났고, 한진해운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구조조정 원칙에 의거한 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현재 해운업계 상황만 놓고보면 의문을 표시하는 이들이 적지않은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가 해운업계를 향한 각종 우려의 목소리와 정부가 내놓은 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 등에 대해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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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정부의 해운업 구조조정이 오히려 해운업계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조조정 원칙에 함몰돼 정작 국익을 위한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한 이후 정부가 내놓은 해운업계 경쟁력 강화 방안조차 현실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정부 주도의 해운업 구조조정이 오히려 해운업계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원칙’만을 강조한 나머지 해운업계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최근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해운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계획이 시작부터 난항에 부딪히면서 업계 안팎으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첫 단추부터 어긋난 정부 해운업 구조조정, ‘현대상선 키우기’ 난항
2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우량 자산인 롱비치터미널 인수와 해운동맹 가입에 차질을 빚고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한 이후 현대상선을 세계 5위권 초대형 국적 선사로 만들 계획이었던 정부 입장에서는 첫 단추부터 어긋난 셈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1일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1조원 가까이 출자해 한국선박회사(가칭)를 출범시키고 선조 지원프로그램, 선박펀드 지원 등을 통해 현대상선의 덩치를 키우고 해외 터미널과 영업망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경쟁 입찰에서 대한해운에 밀려 우량 자산으로 지목되는 롱비치터미널 지분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얻는데 실패했다. 대한해운이 롱비치터미널 인수를 포기하면 다시 인수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 자료:알파라이너 (2016년 10월 기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대한해운이 인수를 포기하면 2대 주주인 스위스 대형 해운사 MSC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이 넘어가게 된다. 롱비치터미널은 지난해 197만TEU 화물을 처리하는 등 미국 서부해안 물동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알짜 자산으로 손꼽히는만큼 MSC가 이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대상선의 해운동맹(2M) 가입마저 불투명하다는 관측까지 나와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의 유력 해운전문지 저널오브커머스(JOC)는 최근 2M 회원사인 머스크가 “2M 얼라이언스에 현대상선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설명문을 화주들에게 보냈다고 보도했다.
현대상선측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협상에 어려움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현대상선을 세계 수위권 국적선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만큼 선복량(적재능력) 확대가 필수다. 반면 2M측은 선박 과잉을 이유로 현대상선의 선복량을 오히려 축소하거나 유지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2M은 글로벌 선사 1위인 머스크와 2위 MSC가 속해있는 해운동맹으로 전세계 물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머스크는 613척, MSC는 493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으며 물동량만 각각 318만TEU, 281만TEU 규모에 달한다.
반면 현대상선은 63척에 45만TEU로 두 선사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2% 안팎 점유율을 가진 현대상선이 해운공룡 2M을 상대로 제목소리를 내기 힘들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갖춘 셈이다.
내년 4월부터 공동운항에 돌입하는만큼 최소 3~4개월전에는 동맹가입을 마무리 지어야 선복공유 등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 시일이 촉박하지만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가입이 안갯속에 빠져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물류대란·해운 경쟁력 약화 등 뻔한 결과에도 대비 부실
▲ ⓒ스카이데일리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한진해운이 아닌 현대상선을 살리기로 한 정부의 결정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당초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양대선사 모두 심각한 유동성 악화에 시달렸지만 선대 규모나 해운업계 입지면에서 한진해운이 경쟁력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이 현재 해운동맹 가입 여부조차 불확실한 상황인 반면 당시 한진해운은 이미 해운동맹 가입도 완료한 상태였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도 해운업 구조조정에 대해 현대상선보다 한진해운을 살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고가 매각에 성공해 숨통이 트인 반면 처분할만한 자산이 마땅치 안았던 한진해운은 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자구안을 마련한 뒤 정부에 3000억원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해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자금조달 규모와 대주주인 조양호 회장의 자구 의지가 부족해 구조조정 원칙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 해운업이 수십년간 쌓아온 네트워크와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욱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물류대란 사태’가 벌어졌지만 정부는 사태 수습 준비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개시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물류대란이라는 예측된 결과에 대한 우려가 나왔음에도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조차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국가이익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경쟁력 있는 기업을 우리 스스로 죽이는 행위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것도 권력에 의한 괘씸죄에 걸려 고의적 죽이기 의혹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 자료: 부산항만공사 ⓒ스카이데일리
정부는 이에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놨음에도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한진해운의 부산항 컨테이너 환적 화물은 총 4만9690개로 1년 전과 비교해 반토막났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상선 역시 10만1164개로 10.85% 감소했다.
반면 같은기간 글로벌 해운동맹인 2M의 환적 화물량은 23만5087개에서 26만6006개로 3만919개(13.15%)증가했다. 한진해운이 빠진 공백을 외국계 선사가 고스란히 흡수했다는 분석이다.
환적 화물은 한 배에서 다른 배로 옮겨 싣는 화물을 말하는데 하역과 선적, 보관 등 각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일반 화물보다 부가가치가 높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수치가 지속된다면 전체 환적 물량 감소로 부산항이 동북아 물류 관문이라는 입지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로 국내 해운산업에 대한 글로벌 화주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현대상선의 환적 화물 또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2M 등 글로벌 유수 해운사들이 이 틈을 타 부산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관계자는 “정부는 해운업 경쟁력 약화가 뻔히 보이는데도 구조조정 원칙만을 강조해 국익에 반하는 판단을 내렸다”며 “이러한 결과를 정부가 모를 리가 없었던만큼 한진해운 법정관리는 해운업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이뤄졌다기보다 권력의 괘씸죄에 걸려 죽이기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결국 현대상선 몸집을 키우겠다는 한진해운 대체방안도 해운동맹의 견제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만큼 고의적 거짓말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권력라인에 괘씸죄, 미운 털 박힌 한진그룹…‘한진해운’ 몰락의 단초 분분
실제로 한진해운이 청와대로부터 괘씸죄로 몰려 살생부에 올랐다는 주장과 정황들이 잇따라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조양호 회장이 매출액과 비교해 적은 10억 원을 미르 재단에 냈다”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가게 된 것도 이처럼 돈을 조금밖에 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진해운 노조 관계자도 “올 초에는 정부가 한진해운에 현대상선 인수를 제안했을 정도로 각종 지표에서 한진해운은 경쟁력이 있었다”며 “그런데 지난 3월 이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한진해운을 죽이고 현대상선을 살리는 작업이 진행됐다”고 제기하고 나섰다.
이 관계자는 또 “한진해운을 살리는 게 유리하다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보고서가 있었다”고 증언하며 “한진해운은 해운동맹 가입에도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용선료 재협상도 마무리 단계에 있어 회생 가능성이 컸지만 결국 사지로 내몰렸다”고 강조했다.
한진해운 죽이기 정황은 제3자인 전문가에 의해서도 제기됐다. 세계적인 해운물류 분석기관인 씨엔델(덴마크) CEO 앨런 머피 씨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지난 2009년부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각종 지표를 내보이며 “한진해운이 현대상선보다 영업을 잘해 재무 상태가 훨씬 좋았다. 왜 법정관리에 들어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조양호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난 것도 최순실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미운털이 박혀 쫓겨났다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한진해운은 결국 권력에 의해 인위적으로 몰락의 길을 갔다는 논란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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