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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는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들어 국방력 강화에 가일층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이 같은 국방력 강화 움직임은 국방·외교·경제 부분에서 팽팽한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의 군비경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물론 중국의 군사력은 미국에 비해 어린아이 수준에 불과하지만 작년기준 전 세계 국방비 순위가 2위에 랭크돼 있을 뿐만 아니라 전쟁수행능력 또한 러시아와 2위권 다툼을 벌이고 있어 미국 이외의 국가들에게는 대단히 위협적이다.
무엇보다 미-중 간의 군사 패권경쟁은 한반도에 가장 큰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이른바 G2 간 군사적 긴장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과 발사 등이 지렛대 역할을 하면서 미-중은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에서 군사력 확대 명분을 확실히 챙기고 있다. 이에 질세라 미국의 등에 타 호가호위를 하고 있는 아베의 일본도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변신과 군비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동북아는 지금 전통적인 한·미·일, 북·중·러 대응관계가 ‘신냉전’의 양상으로 긴장관계가 고조되고 있다. 군비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 같은 신냉전의 동북아 안보지형은 충돌의 징후라고 할 불확실성으로 전개되고 있다. 군비경쟁은 언젠가 전쟁을 촉발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위험한 시그널이다. 특히 예측불허인 북한 김정은의 핵과 미사일 돌출행보와 정정불안 사태로 우리는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북한에 대한 공공연한 선제타격을 언급하는 미국은 실제로 천조국(千兆國)이라고 부를 정도로 천문학적인 군사비를 쓰는 나라이기에 위세를 부릴 만 하다. 내년 예산만 해도 6030(약 674조원)억 달러에 달해 군사비 상위 2~10위 국가 군사비를 전부 합친 것보다 훨씬 많다. 주목되는 것은 내년 예산 증액분이 우리의 한해 국방예산인 304억달러보다 많은 540억달러 규모라는 점이다. 한 대에 십조원이 넘는 신형 항공모함과 역시 한 대에 수조원에 달하는 최신예 구축함은 미국 국방비 증액의 상징이다. 여기에 1조원이 넘는 최신 전투기들도 미국 국방의 핵심을 차지한다.
그런데 미국은 한해 수천억달러의 고질적인 재정적자국이다. 올들어 지난 2월만 해도 192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배경은 의료보험, 사회보장과 함께 군사 프로그램 지출이 늘어난 이유가 컸다. 이처럼 천문학적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은 국방비를 증액하고 있다. 이와함께 등장한 것이 미국 행정부 수뇌들에 의해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는 ‘북한 선제타격론’이다. 5조원이 넘는 줌왈트 신형 구축함의 한반도 전개 예상이 그 상징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는 천문학적 국방비의 핵심이 될 정도로 미국의 국익에 직결돼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었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종료를 선언하고 최근 선제타격을 감안한 모든 옵셥을 고려중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에 기름을 붙고 있다. 특히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주요 광물질을 수입하면서 생존을 돕고 있는 막후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어 북한의 불장난을 부채질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상황은 일본 역시 거들고 있다. 일본의 아베는 미국의 용인 아래 동북아에서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변신을 시도하면서 군비패권을 급속히 확장 중에 있다. 올해만 해도 작년보다 710억엔이 증가한 5조125억엔(약 50조원)의 국방예산을 가결해 최근 5년 연속 국방비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물론 군비증강의 명분은 속이 뻔하게 보이는 술책인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다. 일본의 군사패권은 중국을 향해 있지만 그 발판이 될 유사시 한반도 개입의 명분이 그들의 검은 속내에 웅크리고 있다.
결국 일본의 군사적 위협 증가는 중국을 자극해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그 불똥이 한반도로 향하게 만들었다. 중국은 실제로 올해 국방예산을 전년보다 크게 늘리며 사상 처음 1조 위안을 돌파했다. 중국은 지난해 9500억 위원보다 994억 위안 많은 1조44억 위안(약 170조원)의 국방 예산안을 확정했다. 일본과 치열한 조어도열도(일본명·센카쿠열도) 분쟁을 격고 있는 중국은 일본의 군비확장이 가장 눈에 거슬리는 상황을 맞았다는 것이다. 일본이 미국을 대리한 듯한 남중국해 갈등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그것을 반증한다. 일본은 내친김에 서태평양까지 위세를 부리며 장군멍군식으로 중국과 경(輕)항공모함(2만~4만톤급) 실전배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군사패권 경쟁이 고조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움직임에 따른 트럼프 행정부의 선제타격론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아니 보다 분명해진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에서 군비경쟁이 앞으로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동북아 화약고가 돼 온 한반도 도화선에 이미 불이 붙은 상황이라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언급하고 있다. 근거는 분명치 않다고 해도 4~5월 전쟁설까지 나돌고 있다.
안보는 자칫 구멍이 날 경우 모든 것이 끝장이라는 점에서 바늘구멍만큼의 빈틈도 없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안보환경은 지금 큰 구멍이 뚫렸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그리고 외교가에 떠도는 화학무기 실전 배치설 등은 차라리 직접적인 위협이다. 문제는 보이지 않는 위협이 북한의 직접적 위협을 부채질하고 있는데 있다. 우선 우리의 탄핵정국에 따른 장기간의 대통령 부재와 실질적인 외교 핫라인 올스톱이 내부적 요인이다. 민감한 안보사안에서 우리는 군사패권을 벌이고 있는 동북아 4강국에 말도 못 붙이는 상황을 자초하고 말았다.
외부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종료 선언이 한반도 전쟁위협 증대로 연결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여차하면 참지 않고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뜻도 되지만 북한도 여차하면 전쟁에 임하겠다는 배수진의 카드를 들게 만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시말해 중국이 이에 노골적인 후견을 하면서 미국은 일본의 전범 포승줄을 풀어주고 대리전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는 그림이다. 일본은 중국과 공개적인 무력대결에 나설 아주 중요한 카드를 얻었다.
작금의 상황을 총체적으로 보면 한반도 전쟁위험이 고조된 징후가 분명해졌다. 일각의 전쟁 위기설이 비록 풍문이라고 하더라도 동북아의 긴장고조는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일본은 한반도에서 국지전이라도 전쟁이 일어나야만 전범의 죄수복을 온전히 벗어던질 기회를 얻는다. 나아가 전쟁할 수 있는 무장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한반도 전쟁시 미국의 용인 하에 일본의 개입이 묵인되는 정황은 이미 그려진 설계다. 그 시작은 이미 됐다. 우리는 지금 고조되는 한반도의 전쟁 징후설을 애써 외면하면서 마냥 넋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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