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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의 CJ 가족사와 이한빛 자살비극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도현기자(dh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4-19 08: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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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도현 차장(산업부)
이재현 회장의 구속수감과 사면,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지병악화. 박근혜정부로부터 퇴진압박에 시달려 미국으로 떠난 이미경 부회장의 부재. 이재현 회장의 며느리이자 이선호 CJ제일제당 과장 아내 이래나 씨의 사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비디오 연루의혹까지.
 
혹자는 다사다난했던 CJ그룹에 또 다른 악재라 평가했다. 하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아니었다. CJ 측은 개인적인 이유라 일축할 수 있을 테지만. 분명 우리 사회가 고민해봐야 할 숙제일지도 모른다.
 
CJ그룹 계열사 CJ E&M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명을 달리한 이한빛 님에 대해 큰 슬픔을 표한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이 씨는 지난해 10월 26일 사망한 제작PD다. 그는 유작이 된 드라마 ‘혼술남녀’ 종영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도대체 왜 CJ 측은 반년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이 같은 발표를 했을까. 뒤늦게 논란이 됐다. 사망 당시에도 문제제기는 있었지만 국정농단사태와 대통령탄핵여부가 국민적 관심사였던 그 때는 묻혔다. 그리고 이제야 세간의 조명을 받게 됐다.
 
도대체 왜 고인은 극단적 선택을 해야 했을까. 유가족에 따르면 고인은 드라마 촬영 중 사측으로부터 ‘수금(收金)’업무를 지시받았다. 해고된 계약직 스태프들에 선 지급된 임금을 돌려받는 일이었다.
 
전체 촬영기간 분에 대한 임금을 선 지급한 방송사가 드라마 방영 중 계약해지하면서 잔여 촬영분에 대한 임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조연출이었던 고인에 지시한 셈이었다. 안타깝게도 고인은 수금업무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진 않았다.
 
결국 그는 무능한 직원이 됐다. 밤잠을 업무에 양보할 정도로 과중한 업무가 떠맡겨 졌다. 지각 등 허점이 보일 경우 고약한 욕설을 감수해야 했다. 또한 고의적 괴롭힘을 받았다는 유족 측 증언도 있었다.
 
그렇다면 그가 정말 무능한 인재였을까. 아니다. 사실 고인은 특출했다. 서울대학교 출신이다. 단순히 명문대를 졸업해서가 아니다. 서울대 동문만 2000여명이 조문했다고 전해질 정도로 대내외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인물이었다.
 
글쓰기에도 재능을 보였다. 웹진을 만들어 주도적으로 활동했다. 방송문화진흥회 주최 비평상도 수상하고 군복무 중에는 공군참모총장 표창을 수여받았다. 이런 활동이 바탕이 돼 PD가 됐다. 다시 한 번 안타깝지만 그는 ‘수금’에 있어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사실 고인도 스스로가 그 업무를 하게 될 것이란 예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CJ 측이 즉각적으로 공식입장을 전달했을 만큼 이 문제는 그 날의 화두였다. 단순히 고인의 죽음이 문제가 아니었다. 유족 측에 CJ 관계자들이 보인 행태였다. 고인을 두고 “나약했으며 불성실했다”고 꾸짖은 것이다. 행간에 담긴 의미가 사실 더 큰 논란이 됐다.
 
극단적 선택보다 개인적 나약함과 무능함을 탓한 대기업의 태도가 핵심이었다. 주관적인 의미의 나약함의 척도를 계산해 고인이 나약하다고 평가한 것도, 계량화가 불가한 능력을 문제 삼은 태도가 주가 됐다.
 
유족들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 가정하자. 이 경우 같은 일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고인과 같은 선택을 하기보다 참고 견딘 이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물론 나약이 원인일 수 있다. 그렇다면 대다수가 견뎠다 하더라도 이 구조가 옳은 구조라 단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중의 공분은 공감에서 기인한다. 우리 사회 곳곳이 비슷한 문제점을 앓고있다는 의미일테다. 때때로 죽음은 화두를 던지기 마련이다. 과연 지금의 이슈가 며칠이나 갈지 단언할 순 없다. 그럼에도 이 화두는 논의돼야 한다. 또 다시 정치이슈에 묻힌다면, 그 사회를 옳은 사회라 단언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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