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표의 행복한 악수(惡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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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표의 행복한 악수(惡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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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6-01 13:50:13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악수(惡手)가 계속되고 있다. 연일 내뱉는 악담에 가까운 그의 막말은 국민들의 조롱거리가 된 지 오래다.

이로 인한 당 지지율 하락과 암울한 지방선거 판세는 자유한국당 후보들의 ‘홍준표 기피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 대표의 지원 유세를 꺼리는 기이한 현상은 이젠 특별한 이슈도 아니다.

명색이 113석을 거느린 제1야당 대표지만, 자당에서 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홍 대표의 ‘악수’를 보고 있노라면, ‘민주당 선대본부장은 홍준표’라는 세간의 우스갯소리가 정말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홍 대표의 악수(惡手)는 ‘사실관계와 논리성’을 무시한 정세판단에서 출발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6월 12일 개최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홍 대표가 보인 반응은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얼마나 사정했으면 지방선거 하루 전에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한다(고 결정했겠느냐)”였다. “북한이 민주당 선거운동을 해 주고 있다”는 그의 말은 국민들을 아연실색(啞然失色)케 했다.

홍 대표의 논리라면, 트럼프·문재인·김정은 세 사람 모두 열일 제쳐두고 민주당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개최 취소 결정은 ‘트럼프·김정은 두 사람이 마음을 바꿔 자유한국당 선거운동에 나선 것’이란 말인가.

‘남북정상회담은 위장평화 쇼’, ‘2차정상회담은 김정은의 문재인 살리기’, 창원 ‘빨갱이’ 발언 등 사실관계와 논리성을 갖추지 못한 그의 정세판단은 자유한국당 내에서 조차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홍 대표가 막말정치라는 ‘악수’를 계속하는데 대해 많은 이들은 그의 잘못된 가치관과 삐뚤어진 품성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심각한 이념적 편향성’, ‘인간을 목적으로 대하는 비(非)인간화 증상’, ‘분노가 많은 공격적 성향’ 등 다양한 진단은 일면 타당성도 있다.

반면 홍 대표의 막말정치 이면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한민국 검사, 국회의원, 당 원내대표, 도지사 등 엘리트 코스를 거친 베테랑 정치인인 그다.

지방선거에 패배하더라도 당 내 자신의 정치권력 유지하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를 리 없다. 삼류 정치인도 하지 않는 막말정치라는 ‘악수’를 연거푸 두는 것은 그 만의 셈법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다.

홍 대표는 지난해 4월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후 지금까지 늘 신문지상의 주요 뉴스를 장식해 왔다. 기사 내용이 비판적이든, 우호적이든 홍 대표는 항상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단 하루도 대중의 관심에서 밀려나지 않았다.

정치인은 자신의 부고(訃告)기사가 아니면 설령 비판적 기사라도 언론에 노출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대중에게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다. 홍 대표의 막말이 유독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를 향해 집중돼 있고, 갈수록 강도가 높이는 이유는 ‘자신만이 문 대통령과 1대 1로 맞설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의 관심사는 지방선거 보다 이후에 치러지는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쏠려 있다. 차기 당 대표는 2020년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공천권을 갖기 때문이다.

거론되는 후보는 정우택·나경원 의원, 이완구 전 총리 정도다. 홍 대표가 ‘지방선거 패배 책임’ 약속을 번복하고 당 대표에 선거에 나선다면 당내 세력구도상 홍 대표의 당선은 확실하다.

홍 대표가 던진 ‘이재명 욕설’이란 떡밥을 덥석 물어버린 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네거티브선거 정치인’이란 역풍을 맞으며 차기 당 대표 후보군에서 멀어졌다. 홍 대표와 맞설 수 있는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가 맥없이 무너진 것이다.

홍 대표 뒤에 숨어 자유한국당으로 무사히 안착한 김무성 의원은 아직은 홍 대표의 그늘이 더 필요하다. 홍 대표에 대적할 만한 후보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1월 ‘셀프 공천’이라는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홍 대표는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 자리를 꿰찼다. 이변이 없는 한 2020년 총선에서 그의 국회의원 당선은 확실하다.

홍 대표의 악수(惡手) 아닌 악수는 △300석의 국회의원 공천권 확보 △ 2024년까지 국회의원 자리 보장 △대중들의 계속되는 관심 등의 성과물로 나타나고 있다.

부정적인 평가이긴 하지만 그는 판단력과 처세술을 갖춘 정치인으로 꼽힌다. 막말정치라는 ‘악수’를 계속 두는 이유를 그의 ‘그릇된 인성’에서만 찾을 수 없는 이유다. 홍 대표의 악수(惡手) 아닌 악수는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고지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