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청의 실패와 남·북·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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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청의 실패와 남·북·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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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6-08 09:24:58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인 단재 신채호는 ‘조선사연구초’에서 고려시대 ‘묘청의 서경천도 운동 실패’를 조선역사 1천년래 제1대 사건으로 규정했다.

묘청의 서경천도 실패를 기점으로 민족의 진취적 기상은 쇠퇴하고, 유교사상에 물든 사대주의가 득세했다는 것이 단재의 시각이다.

‘조선사연구초’ 한 구절을 보면 이렇다. “묘청이 패하고 김부식이 승리했으므로 조선역사가 사대·보수·속박적 사상에 정복되고 말았거니와, 만일 이와 반대로 묘청이 승리했다면 조선사가 독립적·진취적 방면으로 진전하였을 것이니, 이 사건을 어찌 1천년래 제1대 사건이라 하지 않으랴.”

단재는 자주성을 상실하고 사대의 길을 걷게 된 민족의 운명을 탄식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원인을 역사적 맥락에서 짚어냄으로서 이를 후세에 경고했다.

기원전 2333년 고조선 건국부터 오늘날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물줄기를 뒤바꿔 놓은 일대(一大) 사건이 어찌 이 뿐일까. 짧은 지식으로 헤아려 봐도 손에 꼽힌 것만 4~5개다.

역사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우리민족의 활동무대를 한반도 축소시킨 ‘고구려 장수왕의 평양천도’ △대륙민족에서 약소민족으로 전락시킨 ‘신라의 삼국통일’ △국력신장의 기회를 놓친 ‘윤관의 9성 철수’ △대륙진출을 포기하고 개인적 야심을 채운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등이 대표적 일대 사건으로 꼽힌다.

세계 역사와 인류 문화를 뒤바꿔 놓은 굵직한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2009년 발간된 ‘터닝포인트 10’(심현정 著)을 참고하면 △살라미스 해전 △십자군 전쟁 △흑사병 △콘스탄티노플 함락 △콜럼버스의 대 발견 △잉카의 멸망 △프랑스 시민혁명 △트라팔가르 해전 △1차 세계대전 △히틀러의 수상등극 등을 세계역사의 흐름을 바꾼 대표적 터닝포인트로 꼽을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민족과 세계역사의 흐름을 바꾼 일대 사건들에 의해 결정되어져 있다. 역사는 가정(假定)이 없기에 어찌 보면 냉혹하다고 할 수 있다. 묘청의 서경천도 실패, 신라의 삼국통일, 히틀러의 등장 등 불행한 역사도 현대를 사는 우리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역사를 향해 할 수 있는 일은 ‘역사는 죽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 속에 살아 있는 과거다(영국의 역사가 콜링우드)’라는 말처럼 지나 온 역사를 통해 현재의 우리를 냉정하게 조명하고 앞으로의 일을 지혜롭게 설계하는 것 뿐이다.

우리는 지금 ‘북·미정상회담’과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이라는 일대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다. 한반도가 온전한 우리민족의 영역이던 마지막 때부터 100여년이 흐른 2018년 현재,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의 성패에 따라 우리민족의 발판으로 한반도를 온전히 되찾을 수 있느냐의 여부가 달려있다.

나아가 향후 100년, 아니 1000년의 대한민국의 운명이 이 순간 결정될 수도 있다.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의 성공은 곧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남북교류의 확대, 유라시아 대륙으로의 경제영역 확대·진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 포기’와 ‘체제보장’을 놓고 일괄타결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한 ‘점진적 해결’ 방식을 선택할 것이다.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 현명한 방법인지,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답습하지 않는 선택인지 숙고하고 또 숙고해야 한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역사가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t Carr)의 말처럼, 우리는 선조들의 자랑스런 또는 치욕스런 역사를 반추하면서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이후의 결과가 어떠하든 우리 후손들은 고스란히 선조들의 역사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