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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갈등 해소 위한 사회적 대타협,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사회적 갈등 비용 GDP의 27%, 연간 최대 264조 원, 국민 1인당 900만 원 지출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9-02-09 09:15:00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해마다 설이 되면 온 가족 친지들이 모여 앉아 덕담을 주고받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서로를 격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랜만에 모이다 보면 좋을 일들만 있는 것이 아니고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도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설 명절 꼴불견 혹은 말실수 워스트(Worst) 10까지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이를 위해 모두가 자제한다고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정치 가십도 곧잘 등장하는 메뉴 중의 하나다. 이 때문인지 정치인이나 언론들은 설날 민심을 파악한다고 동분서주한다. 이에 더하여 민심(民心)에 가까이 한다는 명분으로 귀성객들이 모이는 교통의 길목에서 읍소를 하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그러나 요즘같이 잘 되는 것보다 잘 되지 않는 것들이 많은 판에서는 이들에 대한 시선이 결코 고울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민심이란 무엇인가. 법과 제도, 그리고 상식과 도덕이 잘 구현되는 모범적인 나라들에게서 민심이라는 단어를 찾아보기 거의 힘들다. 민심을 들먹이는 그 자체가 구태이고 또 다른 갈등과 오해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되돌아볼 때이다.
 
작금의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갈등의 양산이다. 갈등의 폭이나 깊이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질적 적폐인 지역 갈등에서 비롯된 망국병이 노사, 빈부, 세대, 남녀 갈등으로 번지면서 종류와 형태가 점점 다양해지고 첨예화되는 추세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갈등을 수습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또한 갈등이 생기면 마치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걷잡을 수 없이 평행선 위를 질주한다. 국가의 구조와 시스템은 점점 더 비정상적이 되어 간다. 이런 나라에서는 개인이 꿈과 희망, 계획을 실현하기 어려워진다. 모두가 좌절하고, 갈등의 굿판에 참여하여 떡고물이나 챙기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갈등은 비용으로 직결된다. 모 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갈등 비용이 무려 GDP27%에 달한다고 한다. 갈등의 결과가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준다는 방증이다. OECD 국가 중 한국의 사회갈등지수 혹은 갈등관리지수를 보면 최하위 수준이다. 우리보다 못한 나라는 터키, 이탈리아, 멕시코 정도다.
 
인간 사회에서 갈등은 필연적인 산물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어떻게 수습하고 합의에 이르게 함으로써 갈등 비용을 최소화하느냐 하는 점이다. 여기서 성숙된 사회와 성숙되지 못한 사회가 확연히 구분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형편없는 낙제생이다. 지난 수십 년 간 남보다 빨리 산업화 혹은 민주화를 한답시고 절차는 무시한 채 성과만 강조해온 산출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토론을 하는 문화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합의는 실종되고, 일방적인 지시나 혹은 좋은 것이 좋다는 차원에서 과정을 지나치는 경우가 하나의 관행으로 정착되어 있기도 하다.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막상 협상을 한다고 테이블에 앉으면 서로 고성만 주고받으며 판판이 깨진다.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원칙과 중재, 대안을 모색하는 타협과 양보, 상생을 위한 리더십은 그 어디에도 없다. ‘도 아니면 모식으로 상대를 불신하고 오로지 자기 몫을 챙기려는 배타적인 이기만 극성을 부린다. 자기만 선이고 상대는 모두 악인 셈이다.
 
부화뇌동하는 얄팍한 민심(民心) 아닌 현명한 국민적 자각 운동 필요해
 
토론을 통한 합의도 하나의 기술이다. 우리 사회가 이에 미숙한 원인은 교육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학교는 이러한 기술을 함양하는 전초기지이다. 제대로 된 서구 자본주의 국가의 학교에서는 사회적인 이슈들을 드러내 놓고 학생들이 어떻게 토론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궁극적으로 대안을 만들어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학생들에게 단순히 지식을 주입시키거나 등수 매기기에 연연하지 않는다.
 
우리 학생들이 지식 습득 측면에서는 우월할 수 있으나, 남을 배려하거나 충돌이 일어났을 경우 이를 해소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매우 열악하다. 교육 현장에서부터 남을 부정하고 이기주의를 극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토론 기술을 보면 우리보다 못한 개발도상국 혹은 사회주의 국가의 개인보다 더 못하다. 요즘 TV에서도 비쳐지고 있는 탈북민들의 거침없는 의사를 표현이나,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숙연해지기도 한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자충수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편 가르기가 보편화되고 토론을 억제하는 사회, 얄팍한 민심에 의존하는 포퓰리즘이 만연하는 사회에서 갈등의 온상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갈등을 조장함으로 인해 얻어지는 이익이 더 많아진다면 이미 갈 때까지 간 사회이다. 사회적 갈등을 수습하는 것이 정치의 본연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는 무리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듯하다.
 
학교는 갈등을 치유하는 기술을 터득하는 곳이고, 정치는 이를 실천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사민당의 슈뢰더 총리가 시작한 하르츠 법을 훗날 반대편에 있던 기민당의 메르켈 총리가 수용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점이다.
 
국가의 미리를 위해서는 정파와 관계없이 정책의 연속성 내지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갈등은 필연적이나 분열과 폭력을 치달을 수도 있고, 반대로 사회 통합과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결과에 따라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극명하게 갈라진다. 공멸할 것인지, 아니면 상생할 것인지의 기로에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사회적 대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여기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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