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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과거형 중범죄국 지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면 북한은 현재형 중범죄국 위치에 있다. 일본은 평화헌법 포승줄로 단단히 묶여 있고 북한은 유엔이라는 국제사회의 이중삼중 경제제재 포승줄에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로 떨어졌다. 속된말로 일본이 평화헌법 포박을 풀고 스스로 탈옥을 시도 중이라면 북한은 날이 갈수록 더 단단하게 칭칭 동여매진 포박 속에 최후를 맞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과 북한의 공통점은 중범죄를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다. 이들은 2차대전 후 독일이 진심으로 국제사회에 사죄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통해 중범죄국 지위를 벗어난 것과 잘 대비된다. 우리는 지금 가장 가까운 이웃에서 중범죄국의 탈옥을 마냥 지켜봐야 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중범죄국의 예측불허 급변사태를 극적인 두려움 속에 속절없이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작금의 안보환경은 이처럼 외견상 평화로운 듯 하지만 가장 위험한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일본이 가까운 미래의 최대 위협적인 안보변수라면 북한은 이미 신관에 불이 타들어 가고 있는 현재진행형 변수다. 날이 갈수록 국제사회의 제재강도가 높아지고 그로인한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10년 이래 가장 심각한 작금의 북한 식량난은 마치 최후의 변수를 덧대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지난 3~4월 중 실태조사한 결과 무려 1100만명이 굶주려야 할 분량인 136만톤의 식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북한의 수입량과 국제기구 지원분량을 빼고도 부족한 양이다.
과거 같으면 국제사회의 지원규모가 크고 우리도 북한 식량난 해결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국제사회가 하나같이 대북 식량지원에 싸늘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런 흐름에 우리도 대규모 대북 식량 지원에 예전처럼 무턱대고 나서기 어렵다. 한 마디로 국제 여론은 대북 식량지원이 북한 동포를 더 고통 속에 빠뜨려 왔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지금 북한에 대해 모종의 마침표를 찍지 않으면 북한의 굶주림 사태가 궁극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연대가 이뤄졌다. 여기에 북한 인권 문제가 겹치면서 더 이상 북한 정권을 방치하기 어렵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15호 관리소로 불리는 요덕수용소만 보더라도 수많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모아보면 차마 치가 떨려 말을 잇을 못할 짐승보다 못한 인권유린들이 자행돼 왔다.
북한을 돕는다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인식이 일반화 되면서 자생력을 상실한 북한 정권에서 일어날 급변사태는 초읽기가 되고 있다. 다급해진 김정은 정권이 중국과 러시아에 구걸에 가까운 구애를 하고 있지만 이들 나라도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이어서 여의치 않은 상황이 그 반증이다.
나아가 중국은 사상초유의 현대판 실크로드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고 러시아는 자국의 국민들조차 제대로 돌보기 힘든 경제상황 때문에 속된말로 제 코가 석자인 상태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을 지원할 처지가 못 되면서 북한은 돈줄까지 꽉 막혔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거미줄망 같은 경제제재로 과거처럼 핵이나 생화학 등 대량살상무기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거나 밀수, 위조지폐 등으로 연명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핵협상으로 외줄타기를 해온 북한의 탈출구는 이젠 사방이 모두 막혔다. 협박도 구걸도 모두 통하지 않게 된 김정은 정권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트럼프 행정부도 지금까지 북한 핵 지렛대를 통한 실리외교를 전개해 왔지만 오토 웜비어 사태로 더 이상 대북 실리 외교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대학생 관광객에 불과했던 오토 웜비어를 혹독한 고문, 협박, 회유 등으로 끝내 숨지게 한 사건은 자국민의 인권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미국 전역에 큰 충격을 줬다. 오토 웜비어의 모친 신디 웜비어는 북한 비핵화 협상은 ‘가식적인 외교다’며 북한에 대해 ‘지구상의 암이다’고 일갈했다. 그녀는 ‘대북압박을 지속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여 미 국민들의 분노에 찬 눈물샘을 자극했다.
때마침 터진 오토 웜비어 치료비 명목과 관련한 미국의 대북 송금설에 미 국민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의심과 분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설사 송금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청구서에 200만달러 지불송금을 서명한 것 자체에 미 국민들은 북한을 더 이상 용서해서는 안 되는 국가로 배수진을 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인권과 관련해 모종의 결단을 하지 않을 처지에 빠진 것이다.
미국 외에도 북핵을 지렛대 삼은 실리 외교들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북한 정권은 물론이고 주민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돕는 것까지 오히려 인권에 독이 된다는 결론으로 모아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김정은 정권의 이판사판 식 대응이다. 소위 막가는 식의 돌변사태가 충분히 예견된다. 북한 고위 핵심층의 이탈조짐이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사의 벼랑 끝에 내몰린 북한 주민들의 소요사태까지 예측불허다.
우리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할 국면에 처했다. 북한에서 초유의 급변사태가 멀리 않았다는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군사적 대비태세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 발 정보를 낱낱이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 가용한 국가적 정보역량을 가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필요하다면 군·경의 비상 전시대응체제를 가동시키고 한·미 군사-정보 공조를 강화해 북한의 손끝 하나 움직임까지 파악한 후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시 선제적인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무엇보다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중범죄국으로 낙인찍혀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우리가 구제하고 싶어도 한계에 봉착했다는 뜻이다. 나아가 북한 변수는 향후 닥쳐올 일본 변수와 비유된다. 일본의 보통국가 지위 회복은 북한 변수 못지않은 잠재적 최대 위기다. 아베의 집요한 보통국가 로드맵은 9부능선을 넘어 마지막 최후 방점만을 남겨두고 있다.
우리는 일본의 재무장에 앞서 북한 변수를 시급히 접수하고 통일 한반도의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일본은 중·러에 못지않은 잠재적 핵무장을 비롯해 다양한 첨단무기로 중무장까지 갖춘 상태다. 러시아는 껍데기만 초강대국 상태이고 중국은 일당독재의 장기화로 위험한 통치가 심화되고 있지만 일본은 중·러에 필적하는 전력화를 갖추면서 초강국 대열로 사실상 재부상했다.
일본은 우리가 북핵 문제로 혼돈을 겪는 사이 잠재적으로 가공할 현대전의 전면전이 가능한 국가의 지위로 올라섰다. 이를 보면 북한 문제는 더 이상 질질 끌 상황이 아니다. 테러집단을 넘어 테러국가와는 협상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원칙도 그 본 모습을 드러낼 여건이 마련됐다. 우리는 지금 안보에서 현재도 미래도 극도로 예민한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빗장을 모두 풀어버린 군사적 대응태세를 시급히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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