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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행태로는 제대로 된 ‘일본 극복’ 할 수 없다

갈등 발생하면 ‘감정적 분노 표출vs피해 커질까 전전긍긍’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9-07-13 09:07:07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일본을 극복하려는 대한민국호(號)의 여정은 참으로 지고지난(至苦至難)하다. 일제 식민지 치하를 경험한 세대보다 그러지 못한 세대들이 훨씬 더 많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어린 시절부터 일본에 대한 경계와 더불어 일정 간격을 두고 살아갈 것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막상 사회에 나와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이웃 일본과 직·간접적으로 자주 부딪히게 된다. 종사하는 직업의 종류에 따라 그 강도의 차이는 천차만별이다. 실제로 일본과 별 관계없이 사는 부류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제조나 무역 등 비즈니스 업종을 영위하는 부류들은 일본과 운명적으로 조우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 현장에서 배운 이론, 선배들의 조언과는 다르게 그들과 멀리하고 살 수 없음을 실감하면서 적지 않게 당황하기도 한다. 한편으론 지금 우리가 무겁게 지고 있는 일본 극복에 대해 적지 않은 회의감을 갖게 된다. 때때로 일본과의 관계가 불편해지면서 용솟음치는 국민적 분노의 감정적 대응을 보면서 이렇게 해서는 영원히 일본을 극복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좌절감까지 들기도 한다.
 
특히 1970년대 말 경제발전 단계에서 우리가 시작한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이 일본과의 관계를 더 복잡하게 얽히도록 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원천기술이 전무한 상태에서 산업을 육성하다 보니 우리보다 앞서 있는 일본으로부터 많은 것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실감하게 된다.
 
1965년 국교수립 이후 현재까지 지난 54년간 일본에 대한 우리의 무역수지적자 누적 규모가 700조 원을 넘어서고 있다. 일본으로부터 기계·장비·소재·부품 등을 수입해 중간재 혹은 완제품을 생산·수출하는 패턴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우리의 수출이 늘어날수록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이 늘어나는 양국 간의 교역구조가 크게 변화하지 않고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일본으로부터 핵심 장비 혹은 재료 수입이 없으면 우리 주력상품 수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양국 산업의 공급 혹은 가치 사슬이 실타래처럼 엮어 있고, 만약 이 연결 구조가 삐걱하면 우리가 치명적으로 당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뻔히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려고 우리가 손을 놓고만 있은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초부터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부품 국산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오고 있다. 다만 시기에 따라, 정권에 따라 이에 대한 경각심이나 의지가 달랐던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이를 우리 무역의 최대 과제로 설정하고 R&D 투자, 기술 개발, 수입선 다변화 등을 모색했다.
 
심지어 한동안 일본 기업들이 우리 기업을 문전박대하거나 기술 도둑으로 내모는 수모까지 겪기도 했다. 그러나 1998년부터 우리의 무역수지가 적자에서 흑자로 반전되면서 부품·소재의 일본 극복에 대한 열기도 점진적으로 식어갔다. 일본으로부터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이에 대한 중요성과 열기가 한풀 꺾인 것으로도 보인다. 일본의 잃어버린 20여 년의 기간 동안 일부 우리 기업이 국산화에 성공하거나 기술 우위에 서는 경우도 나타났다. 이런 사례가 진정한 일본 극복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일본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극복 불가능, 과거에 함몰되기보다 미래에 승부 걸어야
 
이번 일본의 7.4 핵심 소재·부품 수출 규제로 일본 극복에 대한 우리의 현주소를 다시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이 규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국민들은 쉽게 일본에 대해 격한 감정을 스스럼없이 표시한다.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나 맞불 수입규제를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비겁하고 치졸한 일본에 대해 본때를 보여주고 필요하면 단교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치 그들만이 최고의 애국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면 이번 조치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기업이나 개인들은 발을 동동 구른다. 실제로 수입이 중단됨으로 닥칠 위험에 대한 공포로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혹시 위기가 장기화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이 야속하고 매정하다는 생각까지 한다. 적반하장 격으로 마치 매국노나 된 것처럼 할 말도 못하고 속병만 앓고 있다. 이것이 이웃인 일본이나 중국과의 문제가 불거지면 예외 없이 표출되는 우리 사회의 국론 양분 현상이다. 소녀상을 군데군데 세우며, 일제의 잔재라고 학교 내의 향나무를 뽑거나 수학여행이라는 용어를 바꾸자고 떠들썩하다. 말초신경이나 자극하는 속빈 강정이지 진정한 극일(克日)은 결코 아니다.
 
과연 무엇이 진정으로 일본을 극복하는 길일까? 일본을 극복하려면 먼저 일본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실체도 모른 채 무조건 부정하고, 무시하고, 감정만 앞세우면 일본 극복은커녕 갈수록 더 예속될 수도 있다. 우리 측에서는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선 과거사에 대해 솔직한 사과와 보상이나 배상이 필연적이라고 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 정권이 바뀔 때나 일본의 정권 혹은 총리가 바뀔 때마다 이 문제가 거론된다. 항상 미흡한 일본 측의 태도로 인해 좀처럼 갈등이 치유되지 않는다. 계속 개미 쳇바퀴만 도는 꼴이다.
 
김대중 정권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당시 오부치 게이조 총리와 과거 문제를 정리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양국 관계를 한 차원 높이는 합의를 만들어낸 바 있다. 이후 양국의 인재, 문화, 스포츠 교류가 활성화되는 큰 진전이 이루어졌다.
 
흔히들 일본을 알면 알수록 더 무섭고, 배울 점이 많은 나라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픈 과거를 갖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일본을 극복하고 우리가 우위에 설 수 있는 지에 대해 내부의 자성(自省)이 필요하다. 국익을 먼저 생각하고, 과거보다 미래를 조망해야 한다. 소탐대실, 당리당략, 집단이기에 치우친 섣부른 행동은 자중지란만 키우고 극복과는 거리가 더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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