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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화국’ 헌법 정신으로 가치관 위기를 극복하자 [II]

공화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관 재정립 필요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9-07-18 13:02:21

▲ 최재기 전 민주노총 조직국장
대 민주공화국의 조건
 
인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정치체제가 공화정 체제이다. 따라서 공화주의 국가는 자의적 권력행사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서 조작 불가능한 헌정주의(constitutionalism)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조건 1. 법의 제국 조건(empire-of-law condition)
 
법은 보편적이어야 하고, 입법자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어야 하며, 미리 공표되어 알려져야 하고, 이해가능하고 일관적이며, 지속적인 변화를 겪어서는 안 된다. 또 법치를 가능한 한 확장하여 통치가 수행되는 방식을 광범위하게 세분화 시켜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떨까? 대통령 선거 한번 이겼다고, 대통령이 장관의 인사권까지 가져가서 청와대에서 각 부처 산하기관의 이사 자리까지 자신들의 선거 캠프 사람으로 임명하는 등, 사실상 무제한의 자의적 권력을 휘둘러도 모두 합법이라고 강변한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한다는 헌법 규정이 있다고 하지만, 그 임명권 행사도 궁극적으로 공화국의 성립 조건인 권력분립 원리라는 내재적 한계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법의 지배’ 원칙에 부합한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외면한 ‘임명’권을 행사는 권력 남용으로 헌법 정신에 반한다.
 
조건 2. 권력분산 조건(dispersion-of-power condition)
 
근대 공화주의자들은 인간의 본성을 악한 것으로도 선한 것으로도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든 견제 받지 않으면 타락하고 배덕한다고 생각했다. 공공 사회의 좋은 종교와 교육과 법률에 의해 인간의 본성을 덕성으로 교양할 수 있다고 인식했다.
 
“그러한 공공사회 없이는, 인간은 그 본성상 가능한 완성에 도저히 도달할 수 없으며, 멀리 떨어진 미미한 접근조차 이룰 수 없다. 그들은 우리 본성이 우리 덕성에 의해 완성되도록 마련한 신이 그 완성을 위한 필요한 수단도 마련했다고, 그리하여 신이 국가를 마련했다고 인식한다.” (에드먼드 버크,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 제2부)
 
그래서 근대 공화주의자들은 법체계 하에서 공직자들이 가지는 권력은 반드시 분산되어야 한다는 원칙, 즉 법의 제정 기능, 실행 및 집행하는 기능, 법 적용의 다툼이 있을 경우 판결 기능을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권력분립의 원칙에 따라, 입법부가 입법, 동의, 인사 청문 등으로 집행부를 사전적으로 견제해야 한다면, 사법부는 집행부의 각종 권력 행사를 사후적으로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인이든 소수이든 아니면 다수이든 상관없이, 그리고 세습적이든 스스로 임명된 것이든 선출된 것이든 상관없이, 하나의 수중에 입법 행정 사법 권력을 집중하는 것이 바로 전제정의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제임스 매디슨, <연방주의자 논고> 47번 논설)
 
조건 3. 반(反)다수결주의 조건(counter-majoritarian condition)
 
걸핏하면 ‘촛불혁명’ 팔리는 지금의 우리나라에서 잘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 공화국의 조건이 바로 反다수결주의 조건이다. “법의 궁극적 근원을 여론과 입법의 의지에 위치시켰던” 19세기 민중주의적 방안들을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화주의 원칙은 다수에 의한 전제도 자의적 권력행사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정치적 문제를 논의할 경우 ‘다수자의 전제’(the tyranny of the majority)는 일반적으로 경계해야할 해악 중 하나로 인식되게 되었다. ... (사회자체가 전제정치를 펼치는 폭군일 경우) 이 사회가 정당한 명령 대신 부당한 명령을 내리거나, 본디 사회가 관여해선 안 될 사항에 대해 명령한다고 생각해보라. 이 경우 사회는 온갖 정치적 압제보다 더 무서운 사회적 전제를 펼치는 셈이 된다.”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제1장)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인민이 쉽게 바꿀 수 있는 법들(leggi)과, 입법을 위해 상대적으로 고정되고 속박된 틀을 제공했던 제도적 헌정적 질서들(ordini)을 구분하였다. 법에는 위계가 있다는 것이다. 선거로 권력 위임을 받았다하더라도 헌정적 질서를 바꿀 권한까지 국민이 집행부에 위임해준 것은 아니다.
 
“좋은 법은 전반적인 비지배를 증진시키는 법이다. 민주적 의사결정은 공공선이라는 고려사항들을 구현하는 것이지, 소수에게 자의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다.” (이상, 필립 페팃, <신공화주의> 제6장)
 
공화주의 정부는 (특정 세력의) 자의적 의지에 의해 최대한도로 조작 불가능해야 한다. 왜냐하면 다수는 쉽게 형성되며, 만일 다수의 의지가 제한되지 않는다면 다수 행위자는 일정 정도 자의적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 한번 이겼다고, 대통령의 권한을 무제한 확장하고, 대통령에게 공화주의 질서를 바꾸는 권력까지 국민들이 위임해 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걸핏하면 ‘촛불혁명’이 어떠니 하면서 권력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도 공화주의 원리에 반하는 전체주의자들의 주장이다.
 
이런 공화정의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언론의 자유와 사법부 독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전체주의자들이 집권하면 늘 이 두 부분을 먼저 장악하려고 한다. 사법부는 집행부의 권력행사를 사후적으로 견제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고, 언론은 국민들을 대신하여 사실 전달과 권력 감시를 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다.
 
이런 기준으로 살폈을 때 지금 우리나라에 과연 언론과 사법부가 있는가?
 
우리의 당면 과제
 
첫째, 공화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체제적 가치관을 국민들 속에 널리 재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체제 분열 세력들을 청산해야 한다. 우리 사회 내부에 공화정이 보장하는 자유권의 보호를 받아 조직을 결성하고 유지하면서, 실제로는 공화정을 파괴하려는 전체주의 세력이 있다. 바로 주사파 세력들인데, 주사파나 김일성주의자 같은 전체주의자들을 청산해야 한다. 전체주의자들의 선동과 감성팔이에 넘어가지 않도록 공화주의 덕성을 키우는 시민 ‘교육’에 힘쓰고, 그것을 바탕으로 시민들을 ‘조직화’하여 국가에 필요한 지도력을 형성해야 한다.
 
둘째, 북한의 체제 전환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그것은 실질적으로 우리 민족(ethnic group)의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21세기는 지식경제 시대이다. 생산력의 기반이, 자원이나 뛰어난 손기술 등으로 표현되는 노동력, 심지어 자본의 크기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그 공동체에서 생산한 지식체계 자체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19-20세기에나 존립 가능했던 전체주의나 전제정 체제로는 민족과 국가의 번영을 기대할 수 없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공화정과 시장경제를 체제를 채택하였지만, 북한은 전체주의 전제정 체제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모두 ‘민족(民族)’이라고 표기해야겠지만, 영어로 ‘nation’은 ‘특정 영토를 지배하는 정부 아래에 통일된 국민’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에 반해 영어로 ‘ethnic group’ 은 ‘공동의 역사, 문화와 관습을 가진 인종적 집단’ 을 뜻한다. 우리가 한반도 주변 지역의 ‘공동의 역사, 문화와 관습을 가진 인종적 집단’으로서 북한 인민들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면, 북한의 체제 전환 과제도 우리의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셋째, 21세기 국제 정치경제 질서의 변화에 발맞추어, 낡은 국가 제도 전체를 21세기형 사회와 국가로 대 개조해야 한다.
 
지식경제 시대 자원은 데이터이다. 그런 데이터를 산업의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전 세계는 교육개혁과 인공지능(AI)에 집중하고 있다. 얼마 전 방한한 손정의는 우리나라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충고한 적이 있다. 지식 경제, 스마트 경제는 결국 스마트한 국민이 만들어 간다. 21세기인데도, 기득권 세력의 반발 때문에 데이터 활용을 가로막겠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자살골을 넣는 격이다.
 
무엇보다 교육개혁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은 발 빠르게 지식경제 시대에 맞춰 전체 교육과정을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즉 과학 기술 공학 수학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STEM에, 세계 지식 체계의 80% 이상 표기되어 있어 지식체계에 접근하기 위한 필수 수단인 영어와, 데이터가 현존하는 형태인 컴퓨터를 다루기 위한 컴퓨터의 언어 코딩(coding)을 덧붙여, 교육과정 전체를 재편해야 한다. 낡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교원 단체의 무책임한 평균주의 교육에 매달릴 일이 아니다. 교육을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이런 시대에 과연 교육감을 따로 뽑을 필요가 있는지 재검토해야 한다. 능력주의 수월 교육을 장려해야 할 시대에 교육청이 교육을 과거로 되돌리려는 근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전주 상산고 폐지, ‘혁신학교’ 논란, 학생인권조례 갈등 등은 낡은 평균주의 이념에 사로잡힌 교육 기득권 세력들이 만든 참사라 하겠다. 국민들에게는 평균주의 교육을 주장하면서 자기 자식들에게는 외고나 특목고 등 수월주의 교육을 시키는 것도 정말 꼴불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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