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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걸(蘇山)의 우리 땅 간도 대륙

제2차 조선학국제학술토론회에 참가하다

남북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 등 학자 참석…열띤 토론이어져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9-10-07 10:31:48

▲ 이일걸 한국간도학회 회장
제2차 조선학국제학술토론회는 두 해 전의 제1차 학술토론회보다 규모가 커졌다. 아마 1차 학술토론회의 성과 소문이 나서 200여 명의 저명한 학자들이 연변대학으로 모이게 만든 것이리라. 당시 길림신문의 보도 내용 제목은 ‘국제조선학학술연구 대잔치’로 ‘북남과 해외 인사들 연변대학에서 뜨겁게 포옹’이었다. 이날 ‘국제인문지리학술토론회’도 함께 열었다. 
  
연변대학 부총장인 정판용 교수의 개막사에 이어, 박문일 연변대 총장, 최진혁 북한 사회과학자협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장덕진 대륙연구소 회장, 일본 동경외국어대학 우메다 히로유키 박사, 박영석 국사편찬위원장, 미국의 김남길 교수, 북경대학의 위욱성(衛旭昇) 교수가 축사를 했다. 위욱성(衛旭昇) 교수는 한국어도 잘했다. 특히 북한의 최진혁 부위원장의 축사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번 학술회의는 민족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고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연구하는 한 마음의 정든 장소이며, 조국통일정책을 응축시키고, 갈라져 있는 민족을 다시 잇는 장소로 민족적 자긍심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학술 교류는 외세의 간섭이 없는 평화적 통일을 이륙하는데 기여한다”고 했다.
 
당시 흑룡강의 삼강평야 개척 사업을 하던 장덕진 회장의 축사 내용도 의미가 매우 켰다. “역사의 전환 속에 남북한 한민족인은 우리 손으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사절로 여기에 모여 있다. 이곳이 한국학 연구의 산실이 되도록 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아 위대한 민족임을 후송에 물려주자. 그리고 한반도 통일에 기여하는 모임이 될 것이다. 또한 선열들의 위대한 정신을 이어 받아 통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장덕진 회장도 옛 간도지역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서, 이번 제2차 조선학국제학술토론회에 참석한 것으로 보였다. 그는 1992년 4월에 1억1400만 평을 70년 동안 임차하는 형태로 해외식량기지 확보 목적으로 할르빈 북쪽의 흑룡강성 삼강평야 개척사업에 투자를 했다. 그러나 1996년 외환위기와 정치권과의 불화로 인해 지원을 약속한 수출입은행 2200만달러가 청와대의 말 한마디에 거절됨에 따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해외식량기지 계획‘은 아쉽게도 실패하고 말았다. 반면 중국은 2008년 삼강평야 일대를 장덕진 회장의 계획대로 개발해 ‘중국의 쌀 창고’로 불리는 곡창지대로 변했다.
  
당시 농업진흥공사 사장이었던 장덕진은 김성훈 이사의 건의에 따라 우수리강, 송화강, 흑룡강의 세 강물이 만나 비옥한 옥토를 만들어 내는 세계 3대 흑토(黑土)지대에 ‘해외식량기지 확보’ 라는 큰 꿈을 꾸었지만 이를 이해 못하는 소인들의 반대로 인해 큰 꿈도 이루어보지도 못하고 두 해 전 82세의 나이로 작고했다.
 
여하튼 1991년 당시에는 유엔개발계획(UNDP)이 주도하는 두만강개발계획이 구상중이라서 남·북한, 중국, 러시아, 몽골, 일본 6개국이 두만강 일대와 연해주 지역의 개발에 각국의 관심이 높았다. 그해 10월 평양 회의에서 위의 6개국이 참여하는 두만강개발계획이 발족되었지만 별로 진전이 되지 못했다.
 
이 학술회의에는 남북한 학자를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소련, 프랑스의 학자들이 참석했으며, 정치, 경제, 역사, 철학, 언어, 문학, 교육, 법학 등의 분야에 따른 학술토론이 이루어졌다. 한국에서도 제주대, 원광대, 전남대, 인하대 등의 교수들 이 참가할 정도로 많은 학자들이 참석했다. 
 
내가 참여한 고대중세사 분과 1조에는 김정배, 노태돈, 서영수, 이형구 교수와 연변대의 강맹산, 허헌법, 정영진, 장창희, 박진석, 유자민, 엄장록, 박용연 교수가 참가했다. 참가자들에게 배부된 것은 각 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요약문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인물이 요녕성사 회과학원 부주석인 손진기와의 만남이었는데‘ 그의 나이 61세였다. 그는 나에게 자신의 저서인 ‘동북민족원류’라는 책을 서명해 주었다. 손진기는 2002년부터 공식적으로 선언한 동북공정의 이론을 제시한 양소전과 함께 핵심 인물 중의 하나였다. 그의 저서를 읽어보니 중국 한족의 측면에서 고대 동북민족의 원류를 규명하고 있지만 대부분 중국 측에 유리하게 왜곡시킨 부분이 대부분이었으며, 제시한 이론의 근거가 미약했다. 1년 후 그는 고려대와 국사편찬위원회의 학술회의에 참가하기도 했다. 
  
손진기가 발표한 논문은 ‘朝鮮民族的形成過程’이었다. 그의 저서인 ‘동북민족원류’는 1992년 임동석의 번역으로 출판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매우 회의적이었다. 임동석은 건국대 중문과 교수였지만 손진기의 ‘동북민족원류’가 우리 고대사의 족원(族源)까지 왜곡시킨 저서임을 모르는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까웠다. 그 후 그의 딸인 손 홍이 고구려연구재단의 학술회의에 참여해 동북공정의 당위성을 발표하기도 했다. 고구려는 중원의 변방약소민족국가라고 주장하면서 그 증거를 “고구려가 700년 동안 중국의 한자를 차용해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지식인들이 한자(漢字)의 기원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은 ‘황제의 사관인 창힐(蒼頡)이 새발자국을 보고 최초로 문자를 만들었으며, 동이(東夷)인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본래 한자(漢字)는 신농계(東夷族)가 창제했으며, 신농계는 정음(표준말)으로 발음했으며, 황제계는 변음(사투리)로 발음했는데 이를 주(周)와 한(漢) 시기에 와서 이와 같이 왜곡시켰다고 밝혔다(駱賓基저, 『金文新攷』). 30대인 손진기의 딸인 손 홍이 이를 알 리가 있겠는가. 
  
그리고 기억에 남는 논문은 연변대학 역사계 교수인 유자민(劉子敏)의 “論古朝鮮不在遼東”이었다. 유자민의 주장은 고조선은 현 압록강 이동이며, 고조선 서부인 청천강 일대를 만번한의 경계라고 주장했다. 손진기와 유자민의 논문을 보면, 이미 중국의 동북공정의 추진은 이미 80년대부터 준비단계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대응하기 위해 만든 단체인 고구려연구재단과 동북아역사재단이 오히려 동북공정의 이론을 확립한 중국 학자들을 초청하거나 저서 출판비를 후원하는 등 상식에 어긋나는 일들을 해 비난을 받았다. 특히 중국 측의 동북공정론을 대변하는 ‘손 홍’과 ‘이화자’의 학술세미나 초청 및 연구비 지원 등의 행위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대응이 아닌 방조하는 자세를 취해 왔다는 점이다.    
 
첫날 오후에 시작한 학술회의는 연변대학 이춘호 교수, 김정배, 유자민, 노태돈 교수 순으로 발표했다. 노태돈은 ‘고조선 중심지의 위치’를 발표했으며, 이튿날에는 연변대의 박진석, 강맹산, 허헌범, 정영진, 장창희 교수의 발표와 이형구, 서영수, 손진기의 발표 후 내가 ‘3-6세기 고구려의 대중국 정책의 변화과정 고찰’을 발표했다. 당시 이 시기는 고구려의 부흥기로 독자적인 천하관을 형성하는 등 고구려의 대외정책의 변화가 동북아의 세력균형 상태와 중원 세력의 변동에 따라 변화되었음을 규명한 논문이었다. 박진석, 서영수 두 교수는 광개토대왕릉비문에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서영수 교수는 자신이 발표했던 ‘광개토대왕비문’에 대한 논문을 나에게 주기도 했다. 
 
제1차 학술대회 때 친해진 강맹산, 김구진, 박창욱, 김성호, 정영진 교수 등과의 재회는 매우 반가웠다. 특히 강맹산 교수는 자택의 저녁 식사에 나를 초청해주었다. 그러나 유명을 달리한지 20년이 가까워지니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학술회의 참가 학자들과 만찬을 같이했으며, 국내의 역사학계 중진 학자들의 만남이 매우 반가웠으며, 3일간의 학술토론회에 빠짐없이 참가해 논지를 메모했다. 
 
이튿날은 8월 15일이다. 연변에선 노인절이다. 우리 동포들이 한복을 입고 모여 준비한 춤들을 보여주는 지역별 경연대회가 열린다. 나는 강맹산 교수와 함께 노인절 행사를 구경하고 강 교수의 자택을 방문했다. 20여 평의 아파트로 보인다. 딸을 두 명 두었다. 고구려사를 연구한 강맹산 교수는 작은 키에 천성이 매우 부드럽고 친화력이 있는 분이었다. 두 해 후에 집안의 고구려 국제학술회의에서 다시 강맹산 교수와 재회하게 되니 나와의 인연이 매우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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