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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만연한 ‘국가 이기주의’에 우리 손익계산법

주변에는 이기적 리더십 즐비, 새우등 신세로 전락하기 십상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9-11-03 18:34:49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어려울수록 개인이나 기업은 물론이고 지역이나 국가도 이기적으로 변한다. 자기 것을 챙기기에 바쁘고 남의 것을 탈취하려는 원초적 탐욕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다른 한편으로는 내부를 단속하면서 똘똘 뭉쳐 선제적인 공격을 하거나 상대의 공세에 대해 철저하게 대비한다. 지금 돌아가고 있는 세상 판세를 보면 딱 이 모양새다.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승자와 패자의 명암은 확연하다. 모두가 어렵다고 하는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는 부류가 있는 반면 현실에 함몰되어 그대로 주저앉는 부류도 있다. 1970년 후반부터 시작된 신(新) 자유주의와 이에 편승한 글로벌화가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에 이르기까지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면서 부(富)가 소수에만 편중되는 현상이 빚어졌다. 이를 두고 고장 난 자본주의 혹은 세계화라는 평가가 공공연하게 회자될 정도다.
 
사실 우리도 이 시류에 편승해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기도 하였지만 상당한 수혜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하면서 더 이상 안전지대가 없어지고 있다. 우리가 향유할 수 있는 과거는 다시 오지 않는다.
 
이런 난세(亂世)에는 필연적으로 독특한 리더십이 나오기 마련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기치로 무소불위의 전횡을 일삼는다. 주적인 중국은 물론이고 심지어 전통적 동맹들에게도 거침없는 십자포화를 날린다. 미국 여론도 국내 문제에는 비판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에 대해서는 그리 나쁘지 않다.
 
여하튼 집권 이후 미국 경제가 이전보다 좋아졌다는 것이 그를 더 공격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트레이드마크가 된 셈이다. 최강대국인 미국의 이런 행위들이 상대 국가들을 더 긴장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국가 간의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에 공동으로 대응하려는 국가들의 집단적인 움직임도 그리 가시적이지 않다. 자칫 미국의 눈 밖에 나기라도 한다면 더 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 편에 서자니 중국의 이기적 욕심도 미국에 절대 못지않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입장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미국의 파상공세를 받고 있는 중국의 버티기도 만만치는 않다. 미국과는 협상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주변국에 대해서는 강온 전략을 병행한다. 자국과의 이해관계에 따라 가까이 할 나라와 멀리 할 나라를 구분해 철저하게 양면 전략을 구사한다. 문제는 중국 경제가 난기류에 빠지면서 과거와 같이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는 것도 고민이다. 한시적일수도 있지만 일본, 인도, 동남아 일부 국가와는 협력의 제스처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전략적 가치가 떨어져 있는 한국이나 대만에 대해서는 냉소적인 입장을 고수한다. 중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조업 고도화 전략인 ‘중국 제조 2025’에서 한국은 파트너라기보다 경쟁의 상대로 간주한다.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제조업에서 한국과 대등하거나 일부는 이미 따라 잡았다는 속내가 자리를 잡고 있다. 화장품이나 게임 문화콘텐츠 등과 같은 분야도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온 것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한국에게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고만고만한 상대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국민적 공감대·패러다임 시프트·리더십 회복이 되지 않으면 역전(逆轉) 불가능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이런 복잡다단한 국제 정세에 처세를 잘하는 국가로 정평이 나 있을 정도이다. 30년에 걸친 긴 불황에서 간신히 헤어난 일본이 이 난장판에서 다시 무너지면 끝이라는 절박감과 처절함이 묻어 나온다. 수많은 구설수 속에서도 아베가 일본의 최장수 총리로 건재한 것을 보더라도 지금 이 시대 일본에게 안성맞춤인 리더십임은 분명하다.
 
우리가 불편한 것과 일본 국내의 평가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미국과는 최고의 동맹임을 표면적으로 과시하고 있고, 편하게 보이는 것이 어색하게 보일 정도로 중국과도 밀월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풀이 다 죽은 기업의 기(氣)를 살리기 위해 가능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일본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난관이 적지 않지만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 총리 자신이 팔을 걷어 부치고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국과의 갈등 해소도 서두르지 않는다. 일시적인 피해가 있지만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파이를 상쇄하고 있다. 시간이 자기들 편이라고 믿는 듯하다.
 
한국은 어떤가. 요동치는 글로벌 정세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한다. 이기는 방법을 모르는지, 아니면 이기는 것을 포기한 것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는다. 미·중 무역 전쟁이 한창이던 연초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우리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역으로 잘만 하면 가장 큰 반사이익을 보는 국가로 분류하는 평가도 있었다.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중국과 경합하는 상품이 많기 때문에 중국의 수출이 위축되면 우리가 득을 볼 수 있다는 관점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확하게 등 터진 새우 신세가 되고 말았다. 기회는 하나도 잡지 못하고 온갖 부정적인 예측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설상가상으로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상실하면서 허울 뿐인 선진국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번지르한 외부 평가와는 다르게 내부에선 곪아가고 있는 현장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지구촌 어디에도 볼 수 없는 비생산적인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위험을 돌파할 수 있는 리더십은 실종되어 회복이 불투명하다.
 
활력이 상실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자고 일어나면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것만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긍정은 없고 부정이 온통 세상을 뒤덮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역전이 일어나지 않는다. 국가는 정신을 놓고 있고, 기업은 상대와의 경쟁에서 자꾸 뒤로 처진다. 마침내 지역 경제마저 도탄에 빠지면서 가까운 장래에 재정이 파탄 날 지자체가 여럿 나올 것 같다.
 
사고를 전환하고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역전의 기회가 결코 오지 않는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진솔하게 고백하는 것이 우선이다. 숨기려 하거나 임기응변으로 순간을 모면하려는 꼼수에 속을 정도로 국민이 어리석지 않고 인내도 한계가 있다. 돈만 뿌리는 표 놀음을 할 것이 아니라 확대 재생산이 되는 방향으로 물꼬를 급선회해야 한다. 험난한 파고에서 생존하려면 다수의 공감대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우리에게도 언제 이런 것이 있었든가 할 정도로 까마득하게 잊혀졌다.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아직은 아닌 것 같아 국민들이 더 불쌍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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