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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런던 테러 용의자는 가석방된 테러리스트

5명 사상…12일 조기총선에 정치쟁점 급부상

임보련기자(bll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12-02 15: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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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중심부의 런던브리지에서 한 남성이 흉기 난동을 벌여 경찰이 용의자를 둘러싸고 있다. 경찰은 가짜 자살 폭탄 조끼를 입은 용의자가 행인들을 흉기로 찌른 뒤 무장 경찰에게 사살됐으며 2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으며 용의자 제압에 도움을 준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사진=뉴시스]
 
영국 런던 시내 한복판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지면서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당했다. 용의자는 테러 단체와 연관돼 복역하다 가석방된 지 1년 만에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BBC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2시경(현지시간) 런던브리지에서 칼부림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런던 경찰에 접수됐다. 가짜 폭탄 조끼를 입은 용의자는 행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고 이 과정에서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용의자는 10여명의 행인들에게 제압당해 길바닥 위에 쓰러진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됐다.
 
경찰청은 공식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다. 크레시다 딕 런던경찰청장은 “남성 용의자는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됐다”며 “용의자가 휘두른 칼에 시민 두 명이 사망하고 세 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사망한 한 명은 남성, 다른 한 명은 여성으로 확인됐다.
 
닐 바수 런던 경찰청 대테러대책본부장은 “남성 용의자가 무장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됐다”면서 “용의자가 몸에 두른 폭탄장치는 확인 결과 가짜로 판명났다”고 밝혔다. 바수 본부장은 “사건의 성격 때문에 경찰은 처음부터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뒀으며, 이제 공식적으로 테러로 규정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런던브리지에서는 지난 2017년 6월 3일에도 테러로 인해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곳이다. 당시 3명의 테러범이 차량으로 행인들에게 돌진한 뒤, 인근 버러마켓에서 흉기를 휘둘러 총 8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다쳤다.
 
경찰은 이날 밤 테러 용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용의자는 우스마 칸(28)으로 2012년 테러 혐의로 1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조건으로 지난해 12월 가석방됐다. 경찰에 따르면 칸은 2010년 런던 증권거래소를 폭파하고 테러 훈련소를 세우려는 음모로 수감된 9명 중 한명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칸은 범행 당시 런던브리지 북쪽 끝에 있는 피쉬몽거즈홀에서 케임브리지 대학 주최로 열린 출소자 재활행사에 참석했다 범행을 저질렀다. 이 행사에는 학생들과 전직 죄수들을 비롯한 수십 명의 사람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수 본부장은 “칸이 런던브리지에서 경찰과 대치하기 전부터 건물 내부에서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사망한 피해자 두 명 모두 범죄자 재활을 돕던 케임브리지대 출신으로 밝혀졌다.
 
테러 당시 양손에 커다란 칼 두 자루를 쥐고 있었던 칸에 대항해 시민들은 소화기와 피쉬몽거스 홀에 전시돼 있던 150cm가 넘는 외뿔고래 엄니를 들고 그와 맞섰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외뿔고래 엄니를 들고 테러범을 쫒아갔던 남성은 폴란드 출신 이민자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의 용기있는 행동에 대해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을 머쓱하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파키스탄 이민자 2세인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런던에서 가장 위대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다양성”이라며 “그래서 난 전혀 놀라지 않았다”고 찬사를 보냈다.
 
테러범을 제압한 시민 가운데 지난 2003년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종신형을 선고받고 현재 스탠퍼드 힐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제임스 포드(42)도 있었다. 그는 용의자를 제압하는데 힘을 보탰다. 그가 과거 수감됐던 그렌던 교도소 지원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버닝엄시티 대학의 데이비드 윌슨 범죄학과 교수는 “공개된 현장 사진 속에서 그를 알아봤다”면서 “그의 사례는 개방형 교도소와 같은 혁신적인 교정 정책으로 재소자가 충분히 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중심부의 런던브리지에서 무장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이번 테러가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그룹을 상대로 싸워온 국가들을 겨냥하라는 IS의 지시에 따른 응답”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IS는 이번 테러의 배후가 자신들이라는 주장의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한편 테러 전력이 있는 용의자가 가석방 중 또다시 범행을 저지르자 형사사법 제도 전반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면서 12일에 실시 예정인 조기총선에서도 주요 정치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베트 쿠퍼 노동당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칸은 가석방위원회 심사도 없이 풀려났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라며 집권 보수당을 비판했다. 이에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은 “당신네 정부(고든 브라운 총리의 노동당 집권 내각)가 2008년 도입한 법에 따라 위험한 테러리스트도 형기 절반만 마치면 (심사 없이) 자동으로 풀려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라면서 노동당에 책임을 돌렸다.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상황과 형벌에 따라 달라야 한다. 무엇보다 그들이 교도소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가 중요하다”며 무조건적으로 형량을 채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테러 사범에 대한 형량 강화와 자동 조기석방 제도 폐지 등을 내세웠다. 존슨 총리는 “만약 보수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테러범들이 교도소에서 형량을 다 채우게 하겠다”면서 중요 테러 범죄에 연관될 경우 “최소 14년 형기를 채워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테러가 선거전에 이용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희생자 중 한 명인 잭 메릿(25)의 아버지 데이비드는 트위터에 “아들은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는 아름다운 영혼이었다. 아들의 죽음이 불필요하게 사람을 구금하거나 가혹한 형벌을 내리는 구실로 악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메릿은 학교에서 주최한 재활행사 ‘러닝 투게더’에 참가했다가 변을 당했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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