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헤드라인 뉴스

 지하철로 보는 상권|빌딩|재건축 뉴스

뒤로 리스트 인쇄
news only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

유성호의 ‘식사 하실래요’

한 겨울 언 몸을 녹이는 한 그릇의 닭곰탕

중구 인현동서 반세기 맛 지켜 온 노포 식당 <황평집>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9-12-08 18:11:34

▲ 맛 칼럼니스트 유성호
기온이 뚝 떨어졌다. 수은주가 영하 7도까지 내려간 아침, 단단히 무장을 하고 신중부시장으로 향했다. 서울미래유산 시장 아카이빙 작업을 하고 있는데, 사진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신중부시장을 갈 때면 늘 1호선 종로5가에서 지하철을 내린다.
 
2호선을 환승해 을지로4가에서 내리면 시장이 지척인데 굳이 광장시장서 내리는 이유는 시장의 역동성을 느끼고 싶어서다. 어려서부터 시장 구경하는 게 재미있었다.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이 지천인 시장을 눈에 담으면 꼬르륵 거리던 배가 어느새 마취된다. 허기를 눈요기로 제압하는 것이다.
 
시장을 가면 배고프던 어린 시절이 아련히 떠오른다. 광장시장을 들어서면 호떡집을 시작으로 빈대떡집, 육회집, 만두·국수·순대·비빔밥 등을 파는 노점에 아침부터 손님이 북적인다. 대부분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 관광객들이다. 광장시장은 1905년에 들어선 유서 깊은 시장이다. 시장 안에 백화점이 들어 설 정도로 강력한 모객력이 있는 곳이다.
 
신중부시장 가다가 마주한 광장시장의 활력
  
▲ 신중부시장을 가기 위해 광장시장을 거쳐 가는데 이른 아침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다. 광장시장의 시그니처는 역시 빈대떡이다. 잔뜩 쌓아 놓은 빈대떡에서 장사가 얼마나 되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사진=필자 제공]
 
광장시장에서 신중부시장을 가려면 중간에 방산시장을 지나야 한다. 방산시장은 종합인쇄·포장산업관련 전문시장이다. 그래서 시장 안에는 광장시장 같은 먹거리 거리가 없다. 대신 시장 인접부에 김치찌개 전문점 <은주정>, 등심이 좋은 <호림정>, <대성집>, 가정식 백반집 <단군나라> 등이 포진해 있다.
 
방산시장을 지나면 마지막 시장 블록인 신중부시장의 정문격인 1문이 나타난다. 원래 옛 중부시장의 정문은 이곳이 아니다. 이곳은 중부시장이 확장하면서 새로 만들어진 신중부시장 구역이다. 지금은 중부·신중부시장이 하나의 상인연합회 아래 똘똘 뭉쳐 잘 지내고 있다. 건어물전문시장인 신중부시장에는 다양한 골목이 있다.
 
멸치골목, 오징어골목, 굴비골목, 원조골목이 있다. 멸치골목 쪽에서는 신중부시장서 유일하게 새벽에 멸치 경매시장이 열린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가장 질 좋은 멸치들이 몰린다는 이야기다. 물론 다른 건채, 황태, 건작, ·미역 등 해태류 등 모두 국내 최상급 제품이 중부시장을 통해 전국으로 거래되고 있다.
 
식재료를 직접 구매하는 대형 식당 웬만한 데는 신중부시장과 거래한다. 명성이 좀 있다고 하는 요리연구가들 역시 신중부시장 건어물을 최고로 친다. 건어물만큼은 믿고 살 수 있는 시장이 신중부시장이다. ‘아라장이란 자체 브랜드로 신뢰도를 높이는 노력도 하고 있다.
 
국내 최대 건어물 시장 신중부시장먹자골목은 빈약
  
▲ 신중부시장에는 다양한 골목이 있다. 그중 먹자골목도 있지만 활성화되지 못했다. 사진은 신중부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각종 골목 간판들. [사진=필자 제공]
 
또 다른 골목이 하나 있는데, 이름 하여 먹자골목이다. 그런데 신중부시장 먹자골목에는 식당이 많지 않다. 의욕적으로 골목을 조성하려고 했지만 녹록치 않았던 모양이다. 밥집 두 곳과 호프집 정도가 들어서 있어서 먹자골목이라고 하기엔 많이 빈약하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신중부시장에 장보러 오는 손님이 그만큼 많이 않다는 증거다. 대부분이 신중부시장 남쪽 길 건너편에 포진한 오장동 함흥냉면을 먹으러들 온다. 오장동 냉면 손님만 신중부시장에 와도 시장은 저절로 북적일텐데, 먹거리가 아쉬운 부분이다.
 
한 겨울이라 냉면 생각이 크게 나질 않았다. 특히 필자는 평양냉면을 애호하는지라 오장동에서 파는 함흥냉면에는 큰 관심이 없다. 다만 찬바람 때문인지 따끈한 고기 육수 생각에 한번 가볼까?’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 번뜩 생각난 곳이 <황평집 닭곰탕>이다. 무겁지 않고 가벼운 닭곰탕을 떠올리자마자 몸은 이미 인현동으로 향하고 있었다.
 
중부시장이 있는 오장동은 옛날 다섯 명의 장사가 살았다고 해서 오장삿골로 부르던 걸 한자로 표기하면서 유래됐다. 근처에 조선시대에 병사의 무재(武才)시험, 무예 연습, 병서 강습을 맡아보던 훈련원이란 관청이 있었던지라 동 이름 유래가 그럴 듯하다. 인현동은 선조의 일곱째 아들인 인성군(仁城君) ()의 저택이 있던 데서 유래됐다.
 
오장동 따끈한 냉면 육수 생각하다 닭곰탕 떠올려
  
▲ 신중부시장서 <황평집 닭곰탕>집을 가는 길에 덕수중학교가 있다. 주변이 개발되면서 교문을 새로 내려고 공사가 한창이다. 을지로 골목의 급속한 해체가 우려되는 요즘이다. [사진=필자 제공]
 
<황평집 닭곰탕>은 중부시장에서 가려면 덕수중학교를 지난다. 학교 앞을 잔뜩 파내고 교문을 새로 낼 모양이다. 최근 들어 을지로 골목이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블록 전체를 깡그리 밀어내는 개발은 도시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도시의 실핏줄 골목을 없애고 가로세로 반듯한 길을 내는 것은 도시 미관이나 정서적인 면에서 좋지 않다. 그런 면에서 을지로의 빠른 변화가 기대보다는 우려되는 이유다.
 
1120분 이른 점심시간, 식당 안은 이미 많이 찼다. 점포 두 개를 합쳐서 골목 같은 곳을 통해 뒤쪽으로 들어가는 손님도 제법이다. 혼자 왔다니까 합석을 권한다. 혼밥족에겐 합석은 대기보다 백만배좋은 과분한 온정이다. 일흔쯤 돼 보이는 어르신이 먼저 자리해 있었다. 합석 양해를 구하니 흔쾌히 반기신다.
 
반세기 닭곰탕만 만든 장인정신 깃든 곳
 
▲ 인현상가 옆 코너에 있지만 눈에 쉽게 띄는 자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손님들은 쉼 없이 찾아온다. 맛을 꾸준히 지킨 노포의 진정한 저력이다. [사진=필자 제공]
 
닭곰탕(보통)을 시키니 깍두기와 마늘쫑 무침, 후추와 깨소금을 섞은 소금, 공기밥을 내온다. 테이블 위에는 생마늘 간 것과 다대기, 굵은소금이 비치돼 있다. 그 사이 어르신 닭곰탕이 먼저 나왔다. 안 보는 척 하면서 식사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어르신은 먼저 갈아 놓은 생마늘을 찻숟갈로 한 스푼 탕에다 풀었다. 그리고는 젓가락을 들고 탕 속에 들어 있는 닭고기를 하나씩 건져 소금을 찍어 먹었다.
 
서둘지 않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오로지 젓가락만으로 있는 고기를 다 건져 먹고서야 숟가락을 들어 밥을 반 공기 말았다. 그리고는 국물을 그대로 남긴 채 밥알만 건져 드시고는 유유히 일어났다. 일어나기 전 주머니에서 현금을 거내 6000원을 챙겼다. 반찬으로 나온 마늘쫑이나 깍두기는 손대지 않았다. 다대기도 넣지 않았다. 굉장히 담백한 식습관을 가진 어르신이란 생각이다.
 
탕에 마늘·다대기 차례로 넣고 맛 즐겨 보길
 
▲ <황평집> 상차림. 뺄 것도 없고 더할 것도 없는 딱 떨어지는 상차림이다. [사진=필자 제공]
 
필자는 먼저 아무 것도 넣지 않은 채 닭곰탕 한 숟갈을 떠먹었다. 마치 네 번 정도 고아 낸 사골 국물 같이 옅은 기름기를 느꼈다. 이 맛이 담백이라면 담백이다. 대파를 숭숭 썰어 넣어 단맛이 은은하게 배어났다. 다음엔 마늘을 한 숟갈 넣고 맛을 봤다. 좀 전에 있던 담백한 맛이 완전히 사라지고 조금 무거워진 맛이다. 마늘이 주는 향과 시원함이 옅은 기름 맛마저 잡아 버렸다.
 
여기에 다대기 한 숟갈을 더했다. 이른바 점증식법(漸增食法)이다. 고춧가루가 주는 향긋함이 더해지면서 닭곰탕은 더 이상 가볍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거워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설명이 쉽지 않은 맛의 오묘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식사시간이었다. 혼밥족이 아쉬운 것은 메뉴를 여러 가지 맛보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집은 점심(2시까지)에는 닭곰탕 밖에 팔지 않는다.
 
닭 요리집은 닭찜이 시그니처다. 닭 쪄내는 기술에 따라 찜이나 닭곰탕에 들어가는 닭고기, 닭무침의 식감을 좌우한다. 오전에 닭을 한 솥 삶아서 식힌 다음 이런저런 요리로 낸다고 한다. 식히는 과정에서 닭고기 식감이 쫄깃해 진다고. 젤라틴이 많은 껍질도 더 쫄깃해 지는 것은 자명하다.
 
주문을 받는 아주머니가 “4인에서 하나 빼기하고 외치니 주방 앞에서 다른 아주머니가 하나 빼고 4이라고 주방에 오더를 넣는다. 주문 넣은 것 중 하나를 취소하라는 건지 뭘 빼라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어서 슬쩍 물었다. 그랬더니 닭 껍질을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빼달라고 주문을 한다는 것이다. 결국 빼고는 닭 껍질 빼고 고기만 넣어달라는 주문이다.
 
이 집의 역사는 재미나다. 원 주인이 30여년 정도 하던 것을 현 주인이 20여 년 전에 인수해 대를 잇고 있다고 한다. 옛 스티커명함을 보면 ‘30년 전통의 맛’, 식당 유리창에는 ‘40년 원조집’, 지금 명함에는 ‘50년 전통 닭곰탕 전문점이 적혀 있다. 어쨌거나 문을 연지 50년이란 소리다. 그것도 닭 요리 한가지로 반세기를 버텼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맛을 어찌 가벼이 논하겠는가. 합석한 어르신의 경건한 식사 모습은 이 집 내력에 대한 경외가 아니었을까.
  
▲ 이 집의 시층(時層)을 잘 보여주고 있는 명함과 유리창에 붙은 글귀. 30년, 40년, 50년. [사진=필자 제공]
 

  • 좋아요
    2

  • 감동이예요
    0

  • 후속기사원해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

<저작권자 ⓒ스카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의 집&빌딩

가수 빅뱅 'T.O.P(탑)'이 사는 동네에 집을 소유한 명사들
김정주
엔엑스씨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탑(최승현)
빅뱅
뒤로 리스트 인쇄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독자의견 총 0건의 댓글이 있습니다.
등록하기
<

스카이 사람들

more
“위기의 동물권 운동, 투명한 재정·소통이 답이죠”
회비사용내역 수시 공유·집단운영 원칙 고수…...

미세먼지 (2020-01-21 11:00 기준)

  • 서울
  •  
(보통 : 49)
  • 부산
  •  
(양호 : 37)
  • 대구
  •  
(양호 : 33)
  • 인천
  •  
(나쁨 : 54)
  • 광주
  •  
(양호 : 40)
  • 대전
  •  
(보통 :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