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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군주 근초고왕의 실상 다섯번째이다. 근초고왕이 대륙을 경략하고 지배한 내용이다. 이는 백제가 중국 요서지역에 진출하여 백제군(百濟郡)을 설치했다는 중국사서 기록에 근거한다. <양서>에 따르면 백제는 요서지역을 공격하여 차지하고 2개의 백제군을 설치한다. 요서백제군과 진평백제군이다. 이를 백제의 ‘요서경략설(遼西經略說)’이라고 한다.
요서경략설의 근거와 내용
<자치통감>에 백제군 설치를 증언하는 기록이 나온다. ‘영화4년(346년) 부여는 처음 녹산(鹿山)에 거주하였으나 백제가 침범하여 부락이 쇠잔해져 서쪽으로 연(燕)과 가까운 곳으로 이주하였다.[初夫餘居于鹿山爲百濟所侵部落衰散西徙近燕]’ 백제가 대륙에 갑자기 출현하여 녹산지역의 서부여를 공격한다. 서부여는 구태계열로 당시 왕은 여현(餘玄- 최초 부여씨)이다. 녹산지역은 진평현으로 지금의 요녕성 건창현에 소재한 백랑산 주변 일대이다. 서부여를 전연(前燕-모용황)으로 공략한 백제는 곧바로 녹산지역에 진평백제군을 설치한다.
‘요서경략설’의 핵심은 <자치통감> 기록의 백제를 근초고왕의 한성백제로 이해하는데 따른다. 그러나 이 해석이 적정한지는 강한 의문이 든다. 한성백제가 요서지방에 진평백제군을 설치한 해는 346년이다. 이 해는 근초고왕의 즉위년이다. 근초고왕은 즉위하자마자 밑도 끝도 없이 바다건너 대륙으로 건너가 서부여를 공략하여 요서지방을 빼앗았다는 얘기가 된다.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원래 전쟁은 명분이 필요하고 또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적어도 국가간의 명운을 결정하는 대규모 전쟁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 경우는 갓 즉위한 근초고왕의 한성백제가 서부여를 공략할 명분이 없다. 더구나 바다를 건너기 위해서는 수많은 군선을 확보해야 하는 등 사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적어도 근초고왕은 두 가지 사항(명분, 준비)에 대한 역사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서부여를 공략하여 밀어내고 진평백제군을 설치한 <자치통감> 기록의 ‘백제’는 누구일까.
요서경략설, 한반도 부여백제의 작품
4세기 초반, 부여기마족이 대륙에서 한반도로 건너온다. 백가제해(百家濟海)한 까닭에 스스로를 ‘백제’라 칭한 부여백제다. 원래 서부여는 북부여 왕족 출신 위구태(백제 세 번째 시조)가 창업한 나라다. 위구태는 122년 요서지방에서 고구려 태조왕(6대)에 패해 서자몽(화북성 승덕 북쪽)으로 본거지를 옮겨 서부여를 건국한다.
이후 위구태의 후손집단은 다시금 요서지방으로 내려와 이 일대를 장악하고 대방세력과 녹산 세력으로 분리된다. 녹산 세력은 서부여를 계승하고, 대방세력은 한반도로 백가제해하여 거발성(충남공주)을 기반으로 부여백제를 건국한다. 그리고 본향인 대방지역에 요서백제군을 설치한다. 이후 한반도 부여백제와 대륙 서부여는 위구태의 적통문제를 놓고 갈등을 일으킨다. 이에 346년 부여백제는 대방지역 요서백제군 군사를 동원하여 녹산지역 서부여를 공략하여 밀어내고 그 자리에 진평백제군을 설치한다. <자치통감> 기록의 증언이다.
대륙 요서지방에 설치된 백제군(요서군,진평군)은 한성백제 근초고왕과는 무관하다. 모두 부여백제의 작품이다. 부여백제야말로 ‘요서경략설’의 실질 주체다. 최근에는 요서경략설을 한 단계 더 확대하여 아예 ‘대륙백제’로 규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또한 지나친 해석이다.
‘요서경략설’의 주체가 근초고왕의 한성백제로 해석된 이유는 <자치통감> 기록의 ‘백제’라는 단어 하나 때문이다. <삼국사기>가 백가제해한 한반도 부여기마족인 부여백제 존재를 아예 삭제하면서 <자치통감>에 나오는 백제의 실체가 모호해진 것이다. 그래서 같은 시기 활동한 근초고왕의 정복사업에 포함시키는 어정쩡한 해석이 만들어진다.
참고하여 요서지방 백제군(요서군,진평군)은 4세기 초중반 부여백제에 의해 설치되어 명맥을 유지해오다가 6세기 초반인 무령왕(25대) 시기에 수명을 다하며 소멸한다. 존속기간은 대략 160여년간이다. 요서경략설의 실제 주인공은 부여백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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